새누리당 재건이냐, 분당이냐…'탄핵 발의'가 추가 탈당 분수령
[시사뉴스피플=백지은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새누리당 내분은 점점 가열돼 분당으로 치닫고 있다. 다음 주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탄핵 발의와 표결 여부가 새누리당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의 탈당은 새누리당이 본격적으로 쪼개지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으로 보여진다. 남 지사는 “헌법 가치를 파괴하고 사익을 탐하는 대통령은 자격이 없으며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정당다움을 잃어버렸다”며 탈당 이유를 밝혔다. 김 의원도 “새누리당을 나가 진정한 보수의 중심을 다시 세워 헌정 질서를 복원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탈당 후 기자회견에서 남 지사는 “새누리당 탈당을 고민하는 의원들이 20명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며 “이들끼리 대화하고 있고 한 사람, 한 사람이 결정을 하면 된다”고 추가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추가 탈당 여부에 있어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김무성 의원이다. 여권 대선주자였던 김무성 의원은 23일 대권 불출마를 선언하고 박 대통령의 탄핵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일단은 수장으로서 쉽게 당을 버릴 수 없다며 당 잔류를 선언했다. 그러나 만일 탄핵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탈당 후 보수 세력의 재결합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을 배제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비박계의 수장인 그의 선택에 따라 김성태, 김학용 등 그를 따르는 의원들의 ‘무더기 동반 탈당’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러나 또 다른 비박계는 분당까지 가지 않고 사태를 해결해보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탈당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유 의원은 이정현 대표 등 당 지도부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면서도 그 스스로는 당에 남아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고려대학교 정치학과 이내영 교수는 뉴스피플과의 인터뷰를 통해 “분당 여부는 아직까지는 가변적인 상황”이라며 “새누리당은 이제까지 개혁을 위해 당 이름을 바꾼 적은 있어도 한번도 분당까지는 가본 적이 없다. 남은 의원들은 과연 당을 떠나는 것이 본인들의 거취 문제에, 그리고 보수 세력의 재건에 도움이 되는지 아직 확신이 없는 상태기 때문에 탄핵안이 처리 되기 전까지는 유보적인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새누리당이 재건될지, 혹은 쪼개질지를 결정할 것은 결국 박 대통령의 탄핵안 처리에 달려있다.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위해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에서 ‘탄핵 찬성’ 의견을 밝힌 의원수는 24일 오전 40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만일 탄핵안이 발의 및 표결되고 친박 세력이 사퇴하면 새누리당의 내분은 가라앉고 김무성, 유승민 의원이 주장하는 것처럼 당내 재건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탄핵 소추를 친박 세력에서 막아선다면 비박계의 집단 탈당이 예상된다. 이미 탈당한 전‧현직 의원들은 남은 의원들의 탈당을 이끌어내려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 행정학과 교수는 분당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을 나타냈다. 그는 “작은 제4정당이 창당돼봤자 보수 세력 구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비박계의 전면 압박을 통해 친박 세력이 물러나고 탄핵 소추가 이뤄지면 의원들은 당에 잔류해 내부 개혁을 시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