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 4년 연임제의 행보는?
개헌의 실현가능성과 필요성 논란
2007-01-25 최정희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4년 연임제 개헌의 특징은 원 포인트 개헌이라는 데 있다. 원 포인트 개헌이란, 헌법의 다른 조항은 손대지 않고, 대통령의 임기와 단임 조항만 변경하자는 것이다. 대통령과 열린 우리당은 지금 개헌하면, 2008년 초에 대통령 임기(5년)와 국회의원 임기(4년)의 만료시기가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현직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서로 임기를 손해 보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도 여기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대통령이 열린 우리당을 탈당한 후, 거국 중립내각의 상태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입장 차를 드러낸다. 그러나 대통령은 탈당과 상관없이 2월 중순 개헌안을 발의할 예정이며, 개헌안이 부결될 경우 반대했던 사람들은 정치적 부담을 짊어지게 될 것이라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열린 우리당 서영교 부대변인도“4년 연임제를 하게 되면, 1년마다 선거를 치르지 않고, 2년에 한 번 선거를 치를 수 있어서 선기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원 포인트 제도의 필요성을 드러냈다. 열린 우리당내에서는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다른 당과 함께 논의해 나갈 예정이지만, 다른 정당의 입장은 개헌의 실현가능성에 대해서 부정적이다. 또 사실상 국회에서 개헌안이 부결될 경우 대통령과 열린 우리당이 할 수 있는 노력은 없다.
개헌의 실현가능성은 제로?
한나라당은 4년 연임제 개헌과 원 포인트 개헌 모두 반대한다. 한나라당 정우용 보좌관은 “한 사람이 4년을 하고, 4년 후에 선거에 임할 때까지 임기 기간이 마치 다음 선거 준비기간처럼 여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정당은 4년 연임제 개헌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민주노동당과 국민중심당은 대통령이 제안한 원 포인트 개헌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민주노동당 부성용 언론부장은“우리나라 국민들은 몰아주기식 표심이 강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나온 정당에 표를 몰아줘 양당구조로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며,“보수양당정치나 엘리트 정치가 심화되어, 민주 노동당 같은 군소정당의 경우 국회의 진입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열린 우리당 서영교 부대변인은“현재 우리나라는 다당제 구조지만, 다수당인 한나라당과 열린 우리당이 보수와 진보를 이루면서 나아가기 때문에 지금과 별 차이가 없다”고 대응했다.(민주 노동당은 열린 우리당을 보수로, 열린 우리당은 스스로를 진보로 평가한다) 국민중심당의 이규진 대변인은“4년 연임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는 있겠지만 원 포인트 개헌은 정략적”이라며,“5년 단임제와 4년 연임제 모두 문제는 가지고 있고,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나라당도 원 포인트 개헌에 대해 국회의원 임기와 대통령 임기를 굳이 맞출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맞추지 않아야 견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많은 당에서 대통령이 제한한 4년 연임제 원 포인트 개헌에 대해서 반대하고 있고, 다수당인 한나라당에서는 4년 연임제 개헌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에 개헌의 실현 가능성은 미미해 보인다.
개헌의 필요성은 민주주의 성숙에 따라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는 1987년 장기집권을 막기 위해 당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이 합의하에 만들어진 제도라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20년이 지난 현재와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 4년 연임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중론이다. 정태호 경희대 법대 교수는 “지금처럼 변화된 사회와 언론의 자유가 발달한 시대에서 그 누구도 자신의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며,“지금의 제도로는 여당의 확고한 지지를 이끌어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4년 연임제를 하게 되면, 최소한 지금보다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더 발휘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소한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레임덕에 걸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4년 연임제가 시행되면 선심성 정치를 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이런 지적은 국민의 민주주의 역량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민주사회에서는 권력자는 불신하되, 국민은 신뢰해야 한다”며,“1987년과 달리 지금의 민주주의는 상당히 성숙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서강대 임지봉 법학과 교수는 아직도 5년 단임제는“평화적 정권 교체의 관행이 확실히 뿌리내렸다고 보기 이르기 때문에 5년 단임제의 역할은 아직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신현호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변협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지만, 어떤 변호사들은 4년 연임제도 레임덕이 올 수 있고, 5년 단임제를 실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연임제를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하는 반면, 또 적잖은 변호사들이 4년 연임제가 중간 평가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전한다.
현재 4년 연임제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나라 정치적 현실이 20년 전과 얼마나 달라졌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분석과 함께 지금의 5년 단임제의 제도적 한계와 4년 연임제의 필요성 등을 제대로 검토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2월 중순 개헌안이 발의된 후, 부결될 경우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되기란 사실상 어렵다. 4년 연임제 개헌논의가 국회의 통과 여부로 결말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국민적 합의와 전문적 분석과 필요성을 함께 논의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