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국의 희망인가, 속 빈 강정인가

공모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2007-04-27     신성아 기자
대학생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거액의 상금에 공짜 해외여행, 거기다 취업 인턴 기회도 얻을 수 있는 공모전에 관심을 가져 봤을 것이다.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청년실업시대, 최근 들어 공모전이 취업문을 뚫을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연 공모전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청년 실업문제의 돌파구가 될 것인가, 아니면 거품만 가득한 채 사라져 버릴 꿈에 지나지 않을 것인가.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청백전(청년백수 전성시대)은 더 이상 신조어가 아니다. 낙바생(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듯 취업이 어려운 졸업예정자), 강의노마드족(영어, 취업강좌 등을 찾아 헤매는 학생), 유턴족(사회진출에 실패하고 학교로 돌아오는 학생) 등 청년실업의 실태를 풍자하는 신조어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올해 2월 발표한 연령별 실업자 통계 분석 결과, 도내 25~29세 청년 실업자는 2005년 17만8,900명이었으나 2006년에는 18만3,700명으로 4,800명이 증가했다. 이처럼 청년실업이 점점 심각한 사회문가 되면서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취업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기대심리의 하나로 공모전 열풍이 뜨겁다. 지난 4월 3일부터 5일까지 대학생 공모전미디어 ‘씽굿’과 취업사이트 ‘파워잡’이 함께 대학생 368명을 대상으로 <공모전 열풍배경>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가장 많은 48.6%의 응답자는 ‘경험과 실무형 인재를 선호하는 기업문화’를 꼽았고, ‘지식사회 참신한 아이디어 요구시대’가 24.7%로 그 뒤를 이었다. 이 밖에 ‘시상금, 다양한 특전에 대한 관심 증가’(18.5%), ‘공모전 도전 마니아들의 증가’(5.2%) 등도 공모전 열풍의 이유로 들었다.
세상은 넓고 공모전은 많다

어느 공모전 전문사이트에 의하면 2006년 한 해 집계된 공모전 수만 1603곳에 달하며, 매년 정기적으로 1000여개가 넘는 공모전이 시행되고 있다. 이는 근 3~4년 사이에 대회가 급증한 수치라고 한다. 게다가 새로 생겨난 1~2회 공모전만 해도 수백 개에 이르고, 공모전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 수는 13개나 된다. 우리나라 공모전의 역사는 과거 신춘문예 시절부터 시작하여 오래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 광고계를 중심으로 10여 년 전부터 형성된 공모전은 대학들 사이에 이미 자리 잡은 단계다. 하지만 공모전이 지금처럼 대중적인 반응을 얻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사이에 지나지 않는다. 바로 대기업들이 공모전을 적극 시행하면서부터다. 대기업들은 공모전에 참여하면서 많게는 1000만원에 이르는 상금과 각종 혜택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광고, 디자인, 논문 등 일부 전문 분야에 한정되어 있던 공모전 응시부문도 기획, 아이디어, 체험, 참여, 국토대장정 등 다양해져 참여폭 또한 넓어졌으며, 입사 시 가산점을 주는 공모전도 있어 취업난을 돌파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기업들 역시 학생들의 신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접할 수 있어 대학가에서 공모전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취업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까

채용전문사이트 잡코리아에 따르면 2005~2006년 2년 간 자사사이트에 등록된 채용공고를 분석한 결과, 채용 시 공모전 입상자 우대비율이 28.5% 이었다고 전했다. 이것은 영어나 제2외국어 등 언어능력보유자 선호도보다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여기에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조사결과, 대학생 10명 중 4명은 공모전 응모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공모전 입상경험이 취업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대학생의 47.1%가 어느 정도 된다고 대답했다. 또, 31.7%는 많이 된다고 답해 전체 가운데 78.8%가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유명세를 타는 공모전들은 해당 주최 기관 입사 시 특전은 물론, 타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도 그 경력을 인정받는다. 대표적인 예로 건축, 미술 사진 등 예술 분야가 있으며, 이들 분야에서는 현장 실습 능력을 가장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공모전 수상경력이 대외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아울러 20년 이상의 전통성을 자랑하는 제일기획, LG애드, 대홍기획 등 광고대행사가 주최하는 공모전 수상자는 업계에서도 인정해주고 있으며 KT&G 상상마당 마케팅리그 & 광고공모전에서 우수상 이상자에게는 해외마케팅 탐방기회 및 입사 가산점을 부여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어느 정도 함정이 있다. 공신력 있는 공모전에서 수상을 한다고 해도 입사시험에 떨어지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실례로, 제일기획은 본사가 주최한 제일기획광고대상에 대상으로 입상했다 하더라도 SSAT(삼성직무능력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입사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전국 규모 공모전 수상자들에게 가산점을 주고 있지만, 공모전별로 가산점이 다르며, SK홍보실은 공모전 수상과 입사시험 점주는 관계가 없다고 밝힌바 있다.

드러나는 공모전의 폐해

최근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는 공모전으로 인해 공모전이 주는 순수한 의미가 변질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개인보다는 다수의 인원이 참여하는 팀 프로젝트 공모전의 경우, 형평성과 책임감의 문제로 잡음을 일으켜 팀 분열까지 이르는 사태가 발생되기도 하고, 하물며 전문적으로 공모전 작품을 대행해주는 곳까지 나타났다. 공모전 대행은 음지에서 일대일로 거래되기 때문에 같은 작품이 여러 공모전에 참가할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간혹 수상작들에 대한 표절시비가 생기는 경우도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공모전 상금만을 노리는 일명 ‘공모전 사냥꾼(Contest Hunter)’가 급증하고 있으며, 공모전 준비를 위해 학점을 포기하는 공모전 폐인도 생겨났다. 게다가 공모전에 응모할 작품을 과제로 내주는 방식으로 학생의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등 교수들도 표절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옥석(玉石)을 가리는 것이 필요

현재 각종 공모전이 쏟아지고 있는 지금, 공모전 입상자에게 서류전형 우대 등 각종 취업 특전을 제공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따라서 양질의 공모전은 취업의 좋은 기회이며, 더불어 공모전에 참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공모전의 특성과 성격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다. 비슷해 보이는 공모전이라도 주최하는 기업이나 단체에 따라 성격은 다르기 때문에 프로그램 내용과 주최 단체의 공신력, 개최 역사, 심사위원단 구성 등 공모전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공모전의 좋은 취지가 유지되려면 주최 측의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절차와 선한 개최 의도가 필요하며, 공모전 참가자들은 이런 기준들을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를 참가 전에 자세하게 살펴봄으로써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 NP


<「대한민국 20대, 공모전에 미쳐라」 저자 이동조 인터뷰>


-「대한민국 20대, 공모전에 미쳐라」라는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와 계기는?
대학생 전문 언론 매체에서 공모전이 활발하지 않았던 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10여 년이 넘게 공모전 코너를 전담해 온 담당기자로서 자연스럽게 공모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2000년대 들어 공모전이 폭발적으로 생겨나면서 대학생들에게 체계적으로 공모전 정보를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에 국내 최대 공모전 포털 사이트 ‘씽굿’기획편집국장으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공모전 정보와 전략을 체계화해 언론과 대학진로기관, 인터넷에 발표해 왔다. 현재 30여개 대학과 학생단체에 공모전 전략특강을 진행해 오고 있으며, 기업이나 정부단체 등에 공모전 기획 상담자문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공모전의 우리시대 차지하게 될 의미와 매력을 더 많은 젊은이들과 홍보마케팅 담당자들에게 알리고 싶어 책으로 정리하게 됐다.

- 공모전을 통한 취업가능성은?
지난 공채에 국내 최고 기업인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가 취업준비생들에게 “예전에는 기업 입사 시 단순히 자격증이 중시됐지만, 요즘에는 실전 경험이 더 높게 평가받고 있다”며 “각종 공모전, 대회 등에 적극 참여해 현장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공모전 수상자에게 취업특전을 명시해 주고 있는 공모전만 130여 개 이상 되며, 여기에 공모전을 개최하지 않지만 다양한 기업들이 공모전 경험과 입상경험자들을 우대하고 있다. 왜냐하면 공모전은 기업문화의 이해, 기획력과 창의력, 팀워크와 문제해결 능력 등 학점이나 어학점수와 같은 표준화된 평가로 측정할 수 없는 기획 아이디어형 인재를 판단하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LG글로벌챌린저의 입사자격증 수여나 현대자동차마케팅포럼, LG생활건강, 소니코리아 공모전, KT&G 상상마당공모전 등의 입사가산점 특전에서 보듯 대기업이 상당수가 포함돼 있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이런 기업에서 다른 요건이 비슷하거나 다소 불리하더라도 공모전의 수상경력은 분명 입사당락을 바꿔놓을 수 있는 귀중한 경력이다.

- 도움이 되는 공모전 선택방법은?
공모전은 단순히 취업에 도움이란 도식으로 보면 절대 안 된다. 공모전은 거대한 지식사회에서 아이디어사회로 넘어가는 시대패러다임 변화에 동참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이다. 공모전 도전자들은 바로 새로운 시대패러다임에 동참하기 때문에 취업에 유리한 것이다. 저학년 때는 다양한 공모전을 경험하는 것도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힐 것이며, 실제로 진로에 도움이 되는 공모전‘전공-자신의 끼-관심분야 및 활동-관련 분야 공모전-진로 및 기업’을 일직선상에 두는 것이 유리하다.

- 점점 공모전의 부정적인 측면도 부각되고 있는데.
아이디어시대라는 거대한 시대패러다임 변화는 필연적으로 공모전열풍을 몰고 왔다. 열풍이라 함은 빨리 동참하지 않으면 낙오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업, 정부, 단체가 새로운 신규공모전들을 쏟아내면 당연히 일부는 부실한 공모전이 있기 마련이다. 도전자의 입장에서 빨리 공모전에 동참하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생각에 부실한 작품, 스팸 공모하는 이들도 생겨나게 된다. 이런 틈을 비집고 악덕상술도 생겨나고 있다. 작품대행 같은 경우는 일반 공모전보다는 대학입시 공모전이나 경시대회, 혹은 특별한 분야의 공모전에 소수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일 수 있지만, 솔직히 그런 부분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언론의 경우 특히 열풍보도 뒤에 비판꺼리를 찾아내는 관성에 따라 과장 보도한 측면이 강하다고 본다.

- 향후 공모전 시장의 전망에 대해.
현재 기업이나 공공기관, 지자체, 단체 등이 진행하는 대학생 공모전의 분야는 생각보다 다양하고 많다. 논문, 광고, 디자인, 아이디어 공모가 일반적이다. 이런 분야들은 보통 10회에서 많게는 20회를 넘기는 공모전이 있을 정도로 뿌리를 내린 경우도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마케팅공모전, 플래시웹공모전, UCC공모전, 정책제안 등 공모 작품 자체가 바로 기업의 수익모델이자 정책입안 아이디어가 되는 공모전이 늘고 있는 추세다. 공모전은 앞으로 지식강국으로 가는 필수적인 프로그램으로 ‘지식아이디어시대=공모전 시대’라고 생각한다. 그 흐름은 사실 거꾸로 갈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다양하게 발전해 갈 것이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