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 무엇을 기대할 수 있나

韓-EU FTA 1차 협상 ‘빨리 빨리’ 종료

2007-05-28     신성아 기자
<뉴스포커스> - 한-EU FTA

지난 5월 12일, 7일부터 5일 동안 진행된 한-EU 자유무역협정(FTA) 1차 협상이 끝났다. 양측은 농산물을 포함한 모든 상품의 95%를 10년 내 자유화하고 공산품은 같은 기간에 100% 완전 개방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협상은 양측이 각각 맺은 다른 FTA 1차 협상에 비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척됐으며, 2차 협상은 오는 7월 16일부터 20일까지 벨기에 브뤼셀에서 갖기로 하고 6월말까지 협정문 초안과 각 분야의 양허안을 교환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협상이 끝난 지 불과 한 달 만에 세계 최대 경제권인 유럽연합(EU)과 새로운 FTA 협상을 시작했다. 한미 FTA 협상 타결안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너무 서둘러 추진하는 것이 아닌지 주위의 우려와 의문 속에 그 서막이 오른 것이다. 지난 5월 12일, 한국 측 김한수 협상 수석대표와 EU 측 이그나시오 가르시아 베르세로 협상 수석대표는 이날 오후 4시 정부 종합청사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한-EU FTA 1차 협상을 성공리에 마쳤다는 내용의 총평과 분과별 협상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신속한 추진의 이유 있는 배경
먼저, EU와 FTA 협상은 출발부터 순조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월 6일 한국과 EU 양측 협상단이 한-EU FTA 1차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하면서 곧바로 협상이 진행됐는데, 한미 FTA가 협상 선언 후 4개월 만에 1차 협상을 개시했고, 6개월 만에 양허안을 교환했다는 점을 비교하면 한-EU FTA는 신속한 추진이 아닐 수 없다. 너무 급하게 서둘러 추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1차 협상은 단 5일 만에 초고속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한-EU FTA 협상이 빠르게 추진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양측에 있었다. 동아시아 진출 교두보 마련과 FTA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 EU의 필요와 함께 한국 역시 세계경제의 다극화 시대에 대응하고 유럽시장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맞물려 있었던 것이다. 중국의 부상, 일본의 부활 등으로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적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ASEAN, 미국 등과 FTA 협상을 완료한 우리나라는 EU가 동아시아 FTA 네트워크의 중심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결정적인 중간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도 EU와의 FTA를 서두르는 것이 유리하다는 지배적인 입장이다. EU 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미국경제의 둔화가 계속되면서 나타나는 세계경제 성장의 중심 변화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FTA 체결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EU에 대해 굳이 시장을 막아둘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다.

협상의 최대 쟁점은 지적재산권
한국과 유럽연합(EU)은 FTA 1차 협상을 통해 공산품 관세를 협정발효 후 10년 안에 철폐하고 전세상품의 관세철폐 수준도 최소 95% 이상 자유화하기로 하였다. 관세양허 방식은 즉시 철폐와 3년 내 철폐, 5년 내 철폐로 단순화하기로 하고 민감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철폐 기간을 별도로 하기로 잠정적 합의했다. 협상 주요 쟁점을 둘러싼 기본방향을 정리한 한-EU FTA 협상 당시, 딜브레이커(협상결렬 요안)이었던 쇠고기 시장개방을 위한 검역 문제와 농산물의 민감성을 인정하는 문제는 이번 협상에서 아예 제외되었다. 지속가능개발 부문은 노동 및 환경에 한정하기로 합의했으며, 무역과 관련하여 양측 간 규제 수준이나 제도 저하를 초래하는 무역제재 수단으로 삼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기본 입장에 동의했다. 하지만 서비스 분야의 개방 방식에 있어서는 양측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EU 측은 WTO(세계무역기구) 다자 간 협정과 마찬가지로 개방대상을 일일이 나열하는‘포지티브 리스트’방식을 채택하기를 고집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 측은 한미 FTA와 같이 개방 제외 대상만 일일이 나열하고 나머지는 모두 개방하는‘네거티브 리스트’방식을 선호하는 입장이다. 우편택배의 경우 또한 EU 측이 민영화를 전제로 한 문안을 제시한 데 비해 한국 협상단은 우편 분야는 현재 국가 독점사업인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 앞으로 난항이 예상된다. 한-EU FTA의 최대쟁점은 지적재산권 분야가 될 것으로 보인다. EU는 명품과 지리적 표시제 등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데, 지리적 표시(GI)는 보르도 와인이나 스카치, 위스키 같은 지리적 명칭을 가진 제품 이름을 지적재산권으로 보호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 샤넬, 루이뷔통, 프라다 등 명품상표권 보호를 위해 속칭 짝퉁에 대한 모조품의 제작 및 유통 단속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한국은 건축사, 간호사, 수의사 등 전문직 자격증 상호인정과 금융, 해운, 시청각 서비스 시장개방을 요구하며 맞대응했다.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 EU의 특성을 고려
한-EU FTA 2차 협상은 오는 7월 16일부터 20일까지 유럽의 심장부 브뤼셀에서 시작한다. 1차 협상이 탐색전이었다면 2차 협상은 본격적인 협상으로서 양국은 1차 협상에서 논의가 미진했거나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원산지 규정 등을 논의하기 위해 2차 협상 전 중간협상을 갖거나 화상회의 등을 하기로 결정했다. 또, 협상 직전인 6월 말까지 FTA의 핵심인 상품 개방안을 교환하기로 했으며 한국은 자동차, 평판 디스플레이와 같은 상품 관세에, EU는 자동차, 주류 등 고가 제품의 관세 철폐에서 공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EU의 평균 관세는 4.2%로 미국 3.7%보다 높아 국내 산업계에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EU FTA를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EU의 특성을 고려한 협상이 필요하다. 협상에 나서고 있는 EU 집행위원회는 공동통상정책의 범위 내에서 협상의 전권을 위임받고 있어 권한을 위임받지 않은 분야에 대해서는 협상 권한이 전혀 없는 것이다. 양국은 9월 브뤼셀에서 3차 협상을 개최한 후, 4차 협상을 서울에서 열 계획이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