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국제행사 이의 있습니다”

무분별한 유치보다 필요한 건 내실

2007-05-28     신성아 기자

<집중 해부> - 실속 없는 지자체 국제행사

대구, 인천, 평창, 여수 등. 지금 나열하는 곳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국제대회를 유치했거나, 세계적인 규모의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한창 준비 중인 지방도시라는 점이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들은 최근 각종 국제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런데 지자체가 너도 나도 국제대회 유치에 뛰어들다 보니 여러 폐단이 드러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자체가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효과가 과연 얼마만큼 될지 매우 의문스럽다.

한국의 지방 도시들이 세계적인 규모의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국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국제행사 유치를 통해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키는 것은 물론, 관광수입의 증대와 서울 중심의 지역 구도를 단번에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3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에 성공한 대구에 이어 4월에는 인천이 2014년 아시안게임 유치에 성공하는 쾌거를 올렸다. 이 외에도 오는 7월 결정되는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 후보지인 평창과 11월에 결정되는 2012년 국제박람회 개최 후보지인 여수, 꿈의 레이싱 포뮬러원(F1) 경주대회를 유치하려는 광주 등 사상 유례없는 열기를 띄고 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국제행사가 난립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철저한 사전 검증절차나 사후 관리장치가 미비함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과 비판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국제대회의 위상과 그 의미
지난 4월 17일, 쿠웨이트에서 인천이 인도 뉴델리를 따돌리고 오는 2014년 아시안게임 유치도시로 확정되는 순간이다. 인천의 아시안게임 유치를 계기로 한국에서 아시안게임이 서울(86)과 부산(2002)에 이어 세 번째로 개최하게 됐다. 월드컵, 하계 및 동계올림픽,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함께 5대 빅 스포츠 이벤트로 손꼽히는 아시안게임은 전 세계가 참가하는 올림픽보다 비록 참가국은 적지만 시행종목과 참가인원은 아시안게임이 더 많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의 경우 202개국 1만500여명이 참가한 반면에 작년 도하아시안게임은 45개국에서 1만2000여명이 참가했으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는 참가선수단 규모가 많게는 1만5000여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스포츠약소국으로 분류되는 일부 아시아권 국가들은 아시안게임의 메달에 올림픽 이상의 이미를 부여한다. 그래서 경제특구인 송도 신도시를 발판으로 동북아허브도시로 거듭나겠다는 인천과 절반이 넘는 아시
※ 국제행사란? - 외국인이 참여하는 국제회의, 체육행사, 박람회, 전시회, 문화·관광행사 등을 통칭한다. 국제협회연합(UIA)에서는 국제적 기준인 5개국 참여, 전체 참가자 300명 이상, 외국인 비율 40% 이상의 요건을 충족해야 국제회의로 인정한다. 국내에서는 국무총리훈령인 <국제행사의 유치 및 개최 등에 관한 규정>은 5개국 이상, 외국인 100명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국제회의는 참가국 3개국 이상과 외국인 참가자 10명 이상을 전시회 등 나머지는 외국인 참가자 10명 이상만을 적용하는 한국관광공사의 기준이 적용됐다.
아 스포츠약소국들에게 2014년 아시안게임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인천아시안게임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생산유발효과가 10조6천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가 5조6천억 원, 고용유발효과가 27만 여명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하게 된 대구는 유치활동 최종단계에서 모스크바의 강력한 대두로 상당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육상 전통이 미약하고 국내업계의 스폰서 참여가 미비하는 등 대구의 유치활동은 경쟁도시에 비해 구조적으로 어려운 대결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구시민의 열성과 열기, 유치위원회의 치밀한 전략과 의지가 주효하여 대회개최지 투표결과에서 모스크바를 따돌리고 최종 결정됐다. 베를린과 같은 대도시도 3번의 고전 끝에 유치에 성공한 것을 감안하면 대구가 1번의 도전으로 성공한 것은 한국 스포츠외교의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세계유상선수권대회의 유치로 우리나라는 하계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제전을 모두 치루는 7번째 국가로 올라섰다.

막무가내로 일단 열고 보자
그러나 지자체들이 유치를 유치대회의 경우 대부분 경제적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고, 재정 형편이 열악한 자치단체들은 ‘일단 열고 보자’는 식으로 정부에게 지원을 바라는 실정이다. 더구나 국제행사 예산 타내기에 급급한 나머지 경비와 관람객 수를 과대 포장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정부의 허술한 관리로 인해 제대로 된 사전검증절차나 사후 관리장치가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국무조정실 이계경 한나라당 의원실에 제출한 국제행사(2004~2006년)에 대한 사업타당성 검토보고서 심사결과에 의하면 각 지자체들이 행사 예산을 따내기 위해 동원하는 여러 꼼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자체들은 예산을 타내기 위해 사업비나 시설비를 과대책정하거나 경제성을 과대평가한 경우가 허다하고, 타당성 분석에 필요한 근거자료를 대충 적시하고 있는 사례가 많았다. 실례로, 인천시가 제시한 총 소요예산은 4조9491억 원으로 이 중 순수 행사운영비는 3086억 원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 같은 명목으로 쓴 돈 1825억 원보다 60% 이상 많은 것으로 연평균 물가인상률 3% 수준을 감안하더라도 2602억 원이 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자체수입규모 또한 매년 5.3% 인상을 적용해 600억 원 이상 과다 책정했다는 분석이다. 예상 외국인 관람객 수 또한 거품이 많았다. 2008년 부산시에서 개최 될 제4회 세계사회체육대회에서 부산은 총 사업비 84억 여원 중 국고 20억 원을 신청하는 근거로 최대 70개국에서 선수와 임원단 모두 7000여명이 참석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예산기획처는 1~3회 대회 당시 600~1000명만 참가했던 사실에 반추하여 ‘참가자 수 과다책정’이라고 이를 거절했다. 한편, 최근 4년간 국비와 국방비가 지원된 366개의 국제행사 가운데 타당성조사를 받은 겨우는 55개, 즉 전체 15%에 불과했다. 국제행사 10개 중 8개 이상은 아무런 사전 및 검증절차 없이 열고 있는 셈이다. 지자체별로는 광주가 행사 4개 전부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거쳤으나, 대전과 부산, 서울, 인천, 전남, 제주, 충북 등 7곳 지자체는 단 한 건의 타당성 조사를 시행하지 않았다.

알고 보면 실속 없는 세계 국제대회
지상 최대의 축제로 꼽히는 올림픽은 전 세계에서 모인 최고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16일에 걸쳐 스포츠 열전을 펼치는 장면을 TV로 보기만 해도 흥분되고 즐겁다. 개최 도시의 이름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아로새겨지며, 한국의 서울 역시 88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적인 도시로 거듭나게 되었다. 하지만 성대하고 화려한 올림픽 축제가 끝난 다음에는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에 대해 모든 사람들은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몬트리올, 애틀랜타, 시드니, 아테네 등 1970년대 후반부터 올림픽을 치룬 개최 도시들의 현실을 보면 그야말로 올림픽은 빛 좋은 개살구라고 재인식하게 된다. 몬트리올의 경우, 올림픽 주경기장 건설을 위한 부채는 1976년 대회 개최부터 이어져 30년이 지난 작년 6월에야 상환을 끝낼 수 있었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도 대회 자체는 흥행으로 이끌었지만 결국 16억 달러의 공공투자는 시와 시민의 부담으로 남게 됐다. 2000년 대회 개최지 시드니는 경기장 건설비용을 아직도 매달 납부하고 있다. 또, 2004년 올림픽을 개최한 아테네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쏟아 부어 여러 경기장을 세웠지만, 현재 뚜렷한 이용처를 찾지 못해 엄청난 예산이 투입된 현대식 경기장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상태다. 서울올림픽도 마찬가지로 3000억의 창출했다 하지만, 이는 정부출연금, 아파트 기부금, 국민성금, 조직위 파견 공무원 및 민간인 인건비 등 최소 20억 달러의 직간접 투자비가 모두 계산에서 빠진 액수이다. 월드컵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1994년 미국월드컵 조직위는 개최도시의 경기침체로 인해 예상했던 40억 달러의 이익이 아닌 40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 심지어 일본의 스포츠산업단체연합회의 교육과정에는 나가노 동계올림픽과 지역 활성화 실패 사례가 주요 주제로 포함돼 있으며, 나가노는 지금까지 불경기가 이어지고 있다. 국제대회 유치가 관광수입 증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도 잘못된 선전이다. 대구시 통계에 따르면 2001년 30만 명이던 외국인 관광객이 월드컵경기를 유치한 2002년 24만, 유니버시아드대회를 개최한 2003년은 17만으로 크게 감소되었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한 달 간격으로 치러낸 부산의 2002년 외국인 관광객은 130만 명이었고, 2003년은 91만, 작년은 102만이었다. 관광객은 관광자원이 유치하는 것이지 단기간의 스포츠 이벤트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성공적인 국제행사를 위한 자세
침체된 경기를 살리고, 지역 개발의 한계를 극복하는 등의 평범한 이유로 국제대회를 이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어떤 기관이나 지자체가 갖고 있는 장점(Strength)과 단점(Weakness), 기회요소(Opportunity), 위험요소(Threats) 등 이른바 SWOT를 감안한 분석은 굳이 국제행사가 아니라도 모든 작업의 계획단계에서 꼭 필요한 것이다. 지자체가 행사를 주최할 때 자신이 갖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며, 그 행사를 통해 새롭게 얻을 수 있는 것과 잃을지도 모르는 것들에 대한 모든 가능성 등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해당 지자체와 주민이 절박하게 희구하는 무엇이 반영된 것, 지역의 특성이 반영된 것, 더 나아가서는 그 지역이 아니면 안 되는 그 무엇이어야 할 것이다. 총생산 및 부가가치 얼마, 고용유발효과 얼마, 관광수입 얼마 식의 지나친 경제효과 선전은 그야말로 절대 사양이다. NP

<동아대학교 스포츠학과 정희준 교수 인터뷰>

Q . 과열된 지자체의 국제대회 유치 경쟁과 관련해 어떻게 보나?
- 대구, 인천, 평창, 여수 등 너무 많이 한다. 평소에 ‘과연 국제행사 유치가 지역주민들에게 어떠한 혜택을 주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나는 부산에 살고 있지만, 아시안게임 이후로 좋아진 점은 공항 가는 도로 하나 넓어진 것 빼고는 하나도 없다. 자치장만 폼 나고, 오히려 주민들은 불경기에 힘들어 하고 있다. 지방자치시대에 지역 주민을 무시하고 지자체장이나 지역의 토호, 개발업자들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은 옳지 않다. 한 때, 우리나라에서는 동계올림픽 개최 선정지를 두고 팽창과 무주가 살벌하게 대치하다 나중에 지역감정으로까지 번졌다. 종국에 평창의 손을 들어 줬고, 정부는 무주를 달래기 위해 태권도공원 추진권을 주었다. 로비와 정치적인 입장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국가의 심각한 불균형 개발이 문제다.
Q .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는데, 어떤 이유에서 그랬나?
- 우리나라는 겨울올림픽에 대한 반대가 없는 유일한 나라다. 사실, 어떻게든 유치하려는 겨울올림픽의 경제적 효과가 너무 부풀려 있다. 92년 알베르빌 겨울올림픽은 3천 만 달러 적자였고, 98년 나가노올림픽도 대회 폐막 이후 거의 활용되지 않은 스키 점프장, 봅슬레이 시설 등을 관리하는 데 막대한 지출을 감당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평창겨울올림픽 유치 계획이 경기장과 도로 건설에 치우쳐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
Q . 우리가 알지 못하는 비화가 있나?
- 처음 아시안게임을 두고 광주와 인천이 붙었다. 그러다 문화도시로 재도약하고 있는 광주보다는 인천에 더 힘을 실어줬다. 사실, 문화관광부에서는 아시안게임 유치를 못하게 하려고 총리실에 부정적인 의견의 보고서를 올렸는데, 인천 측이 직접 로비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전남도가 개최하려는 포뮬러원(F1) 또한 엄청난 자본이 투입되는 한 마디로 도박과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준영 도지사는 정권이 바뀌기 전에 F1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 그래서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이 공청회를 가지려고 했으며, 이 사업의 부적절성 문제를 제기해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Q . 정부에 대한 어떤 제도적 장치가 요구되는가?
- 행사 및 사업비에 대한 관리와 감독이 철저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제행사의 사후평가와 관리가 대폭 강화돼야 하며, 긍정적인 면만 부각하지 말고 제대로 된 객관적인 홍보를 해야 한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