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친구 대한민국 육군

육군 제6보병사단편

2007-06-01     정재우 기자
NewsPeople & 육군본부 공동기획시리즈

말끝에 명예가 멤돌고 몸짓에 인격이 베인 이 시대의 참다운 군인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시작하며 시급한 현안과 맞서 군의 다양한 경쟁력을 주도하고 있는 대한민국 육군의 희망적인 메시지와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종전(終戰) 반세기,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이념 대립속의 반목(反目)을 거듭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독자제위께 전하는 우리 군의 고민과 노력에 또한 많은 관심과 격려를 기대한다. 국가방위의 주력으로서 현대화 과정을 통해 변화와 혁신을 이뤄내고 있는 대한민국 육군. 최첨단 기술이 총망라된 군사무기의 놀라운 성능만큼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군의 변화상을 통해 자주국방을 향한 실천의지와 그 주인공들을 만나본다.

매년, 시베리아의 매서운 겨울바람을 피해 철원평야를 찾는 겨울진객 재두루미의 고즈넉한 날개짓이 군무를 펼치며 장관을 연출하는 철원군 중부전선. 육군 제6보병사단으로 향하는 경기도 포천 성동리에서 전술훈련중인 전차대대의 행렬과 만났다. 아스팔트를 달리는 육중한 탱크바퀴의 소음마저 무색하게 하는 탑재장비를 부여잡은 그을린 얼굴빛의 병사들과 마주친 눈빛은 국토방위의 최전선을 맡은 굳은 의지를 말하고 있었다.

필승 ! 사랑합니다 !
절도있고 간결한 근무자의 거수경례 뒤에 따라붙는‘사랑합니다’라는 구호에 기자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곳이 군부대라는 사실로 인해 낯설게 다가오는 모습이었지만 최근 취임한 조병오 사단장(소장,학군 16기)은 인사를 받은데 연이어 하트모양까지 만들며 익숙하게 화답했다. 행여 고기반찬이 나올까 기대했던 사단장 및 참모진과의 점심 식사는 병사식당에서 조리해온 부대원들과 동일한 식단이 제공되었다. 간부식당의 조리병도 이젠 옛말이 되어 버렸다. “반찬중 멸치조림이 한가지 더 나온 것입니다”식사내내 유머 넘치는 화두를 이어가던 조병오 사단장의 한마디였다. 병영혁신을 위해 기득권을 포기한 것은 어쩌면 병장만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식사후 마주앉은 조병오 소장은 취임직후 인터뷰를 갖는 것은 자칫 그동안의 병영혁신 성과가 자신과 연결될 수 있다며 “그동안 역대 지휘관들이 이룩한 성과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임을 짧게 밝혔다. 예하부대장을 기다리게 할 수 없다며 다음 일정을 향해 바삐 일어서는 사단장의 발걸음을 더 이상 잡을 수 없었다. 과거 잘못된 계급과 서열의식에서 비롯되었던 병영문화는 인권의식 신장과 더불어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군의 적극적인 대응과 맞물리면서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있다. 선배들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상급자의 권위의식, 구타 및 가혹행위, 폭언과 욕설 등 씁쓸한 병영문화에 대한 기억은 더 이상 우리 군의 모습이 아니었다. 신규 전입온 이등병의 발을 정성껏 씻겨주던 수색대대 소대장의 세심한 손놀림과 세족식후 이등병의 어깨에 100일간 달아주는 노란견장을 끼워주며 함박웃음을 짓는 생활관 장병들의 모습은 가족을 떠나 분단 조국의 부름에 응한 또 한명의 군인에 대한 예우였다. 2006년 이후 단 한건의 인명사고도 발생하지 않은 육군 제6보병사단의 신바람나는 병영환경 조성 노력은 유사시 최상의 전투력을 발휘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과 함께 기존의 식상한 군의 교육패턴을 벗어나 우리 군의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웃음과 사랑이 넘치는 늘 푸른 병영
‘휴가 보내주세요’생활관 복도 게시판에 붙어있는 어느 병사의 애틋한 속내를 담고 있는 한 장의 애교섞인 메모지는 신세대 병영의 단면을 보는듯 했다. 육군 제6보병사단이 그간 추진해온 ‘늘 푸른 병영’운동은 과거 우리 군에서 추진한 부대관리의 제도들 중 성공과 실패사례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 신세대 장병들의 특성을 고려한 혁신적인 방법을 위주로 수립되어 추진되어 왔다. 변화의 주체 대상을 병장으로 설정해 효율성을 높이고 자율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병사들 스스로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담아내고 있다. 내무생활에서 웃음과 사랑을 넘치게 하기 위한 노력은 군대상식의 틀을 무너뜨릴 아이디어와 함께 과감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되고 있다. 내무 생활관의 분위기가 침체되면 울리는 웃음벨. 초창기 억지웃음을 유발하던

어색함은 동료전우의 실없이 웃는 모습에서 또다른 웃음을 만들어내는 웃음바이러스로 번진다. 자칫 동료 병사에게 욕설이라도 하게되면 언어정화를 위해 어김없이 ‘고운말 마스크’가 씌여진다. 소대급에서 제시된 이같은 아이디어는 전우부모에게 편지쓰기, 동료들과의 팩 마사지, 화합을 위한 전우간의 포옹 등과 함께 인간적 친밀감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우수소대를 즉시 포상하고 병장,상병 전원을 민간버스를 대절해 휴가를 실시하는가 하면 휴가 복귀 병사가 귀대 시간보다 일찍 들어오면 마일리지 제도를 적용해 포인트가 누적된 병사에게는 별도의 1일 휴가를 제공하기도 한다. 과거 부대 개방행사에서 일부 잘된 부대들만 선별적으로 공개하던 관행이 초청된 부모님을 대상으로 GOP소초를 포함한 사단의 전생활관을 체험토록 함으로써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초창기에는 시행착오도 많았다고 한다. 병장의 기득권이 함께 전역하지 않고 계속남아 보상심리에 목마른 다음 선임병에게 무의식적으로 전염되고 있다는 지적처럼 병사간 인간관계에서 권위의식을 바꾸기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휘관을 비롯한 전부대원의 크고 작은 노력들이 결국 고질적인 관행에 조금씩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늘 푸른 병영’운동을 통해 바뀐 병영생활을 둘러보며 지휘계통 간부들의 끈기있는 시도와 인내를 통한 변화에 대한 의지와 이에 호응하고 아이디어를 짜낸 병사들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무엇보다‘늘 푸른 병영’운동을 통해 군생활이 ‘재미없고 손해보는 기간’이라는 병사들 인식을 변화시킨 것은 큰 수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Q 병영문화가 몰라보게 달라진 것 같다.
- 군사회에서 지난 58년간 해오지 못한 병영문화의 개선 노력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장병들의 군복무가 인간적 성숙과 배움의 시간이 되도록 여건을 조성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는 복무기간 동안 군에서 보내는 시간이 버려지지 않도록 개선된 병영 문화 속에서의 경험을 통해 선진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배려되고 있는 것이다. 군은 국민으로부터의 외면이 배고픔보다 무섭다는 교훈을 경험했다. 최근의 군 사고는 20대초 연령층의 사회 통계와 비교해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훈련에 따른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 등 사고예방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병영문화 개선 운동과 함께 병행되고 있다.

Q 달라진 병영문화에서 지휘관에게 어떤 역할이 요구되고 있는가.
- 과거 간부집단의 일방적인 리더쉽과 합리적인 신세대 사고 사이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병사의 세계로 융화되어 한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리더쉽이 요구되고 있어 간부역할의 비중이 어느때보다 커졌다. 복무기간중의 시간관리를 배려해 인생의 비젼을 설계하는데 적극적인 도움을 주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 속에서 훌륭히 군복무에 임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람이 바뀌어도 캠페인은 지속되도록 시스템화한 군의 노력도 돋보인다. 동기를 부여하고 장병들 스스로 신바람나서 아이디어를 개발해 행동화 할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가동함으로써 효율성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병영문화의 변화된 모습을 접하고 군의 기강이 해이(解弛)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전하규 정훈공보참모(중령,육사46기)는 “늘 푸른 병영 적용이후 전술훈련평가,전투준비태세 및 화력전비태세,보안,교육훈련 등 각종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 전투력 향상이 객관적으로 입증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간의 감성을 자극해 병영환경의 변화를 유도하는‘늘 푸른 병영’운동은 2005년 7월 소대 및 생활관 단위의 붐 조성을 목표로 시행된 이래 96%라는 놀라운 병영문화 개선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조사됐다. 선임병과 후임병간 대화가 원활해지고 구타나 가혹행위가 획기적으로 감소됐다. 이같은 변화는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고 서로를 존중하며 배려하는 마음이 생김으로써 인격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온 병영문화의 새로운 모습으로 정착되고 있다. 근무시간 이후 취미가 같은 동료와 모여 연주활동을 하고 세계 4대 비보이 배틀을 잇달아 석권하며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진 비트 강한 음악에 빠른 리듬이 입혀진 힙합을 추는 비보이 춤사위를 통해 병영생활의 새로운 문화코드를 선보이기도 한다. 전우와 더불어 웃으며 생활하는 병영환경에서 때리고 맞는 일이 이젠 어색하게 느껴질 법도 하다. 나라가 어려울 때 위국헌신하는 군인 본분의 모습은 강압적인 위계질서에서 나오지 않는다. 부대원간의 진정한 신뢰 구축에서 오는 전우애는 유사시 군의 전투력을 극대화시켜 싸워 이길 수 있는 강한군대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웃음이 많은 생활관의 신세대 병사들. 그러나 비무장지대의 수색정찰 활동을 마치고 복귀한 병사들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국가안보의 첨병으로서 그들 스스로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임무의 막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터이다. 한낮의 수색대대 연병장은 신규 전입 병사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2주간의 특공무예 교육이 한창이었다.


맞춤식 장병고충 전문해결사
육군의 ‘장병 기본권 전문상담관’제도를 처음 접하고 전역하는 군간부들의 자리 만들기가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일선부대 현장에서 병사들과 도란도란 집단상담중인 전문상담관을 접하고서야 이 제도가 우리 군에 얼마나 필요한 제도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육군은 지난 2월 ‘장병 기본권 보장 및 개인고충 해소’와 병영생활 선진화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군출신자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상담인력 16명을 야전부대에 배치했다. 군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장병들의 병영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실시된 이 제도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며 군 사고예방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복무부적응자에 대한 심리치료 및 정신과 치료의뢰 등 지휘계통에 비해 전문적인 판단과 조치가 가능해졌고 기본권 교육강화로 초기 군복무 적응에 자신감을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초급간부를 대상으로 상담기법을 교육해 면담능력을 향상시키며 병영생활에서 기본권 침해여부 판단능력을 제고시키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4개 부대의 시험운영에 참여중인 기본권 전문상담관들은 지금까지 보호 및 관심을 필요로 하는 장병 3,000여명을 상담치료했으며 군 지휘체계에 의한 면담 및 상담보다 훨씬 높은 신뢰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설문조사됐다. 이영희 전문상담관(42,사회복지학 박사)은 “상담자의 70%는 군의 특수한 문화차이에서 오는 고민을 상담하고 있다”고 밝히고 “복무기간중 남은 군생활의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배려하고 전역후에도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일주일 간격으로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담자 입장에서 대하고 개인면담과 집단면담 등에서 유사한 사례를 시연함으로써 상담자 본인과 분대원 모두의 이해를 끌어내 부대 결속력 저하의 요인을 사전에 차단한다”고 밝혔다. 병사들은 “지휘계통상에 있는 간부들과의 면담에 따른 부담감이 해소되어 좀 더 편안하고 자유로운 상담을 할 수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상담관 제도는 2008년부터 점진적으로 전체 사.여단 및 연대급까지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