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자 무이자, 무이자는 없다”

높은 광고효과가 사채 시장 파란 일으켜

2007-06-24     최정희 기자
“무이자 무이자 무이자” “OO머니, 믿으니까 걱정 마세요” “바람보다 총알보다 빠르다” 이제 더 이상 대형 대부업체의 광고를 공중파 3사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입에 척척 달라붙은 CF송 덕분에 어린아이까지 쉽게 따라 부를 만큼 광고 효과가 컸다. 반면, 높은 광고효과로 인해 되려 대부업체 광고에 출연했던 연예인들은 공공의 적처럼 언론의 뭇매를 맞았고, 광고를 내보냈던 방송사까지 광고 중단 결정을 내릴 만큼, 대부업체를 둘러싼 여론이 상당히 악화되었다.


지난 5월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따르면, 사금융 채무 보유자의 1인당 이용금액은 960만 원이고, 전체 평균 금리는 연 197%로 고금리 피해 등이 근절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업체는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업계 스스로 금리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일부 대형업체만 해당되는 얘기다. 대부업계 최초로 금리 인하를 발표한 곳은 무이자로 전국을 휩쓸었던 러시앤캐시다. 러시앤캐시는 6월 11일 대출 금리를 10%포인트 이상 낮춘다고 밝혔다. 이어 업계 2위 산와머니가 동참해 금리 인하를 검토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대형 대부업체의 금리 인하로 인해 중소형 업체들의 고민은 커지기 시작했다. 금리가 낮은 대형 대부업체로 고객들이 몰려 중소형 업체가 도산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대부업체가 점점 대형화되거나 고객 신용도를 높게 관리해 대부업체에서조차 대출이 불가능한 대출자들이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다.

등록대부업체 불법 영업 성행
재정경제부는 지난 5월 21일‘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통해 지금의 대부업체 이자 상한선을 현행 70%에서 60%로 낮추는 내용을 발표했다. 현행법상 이자 상한선이 70%지만, 실제로 적용되는 이자율은 66%인 것처럼, 60%로 이자가 인하되면, 실제 대부업체의 최고 이자율은 50%대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대부소비자협회 이재선 사무총장은“금리가 10% 내려가게 되면, 15~30% 정도가 대출을 못 받게 된다. 대출을 못 받은 사람들은 불법 사채시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자 인하가 서민들의 피해로 이어지게 될 것이란 얘기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송태경 정책실장은“금리 상한 조정 문제로 사채 시장이 음성화되어 발생하는 부작용보다 대출 이자를 낮춤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크다. 중대형 업체에서의 피해 구제 범위가 훨씬 늘어나게 된다”며,“금리 상한 조정의 주된 이유는 피해 구제, 관리 감독과 처벌 기준의 강화”라고 말했다.
대부업체의 대출 금리 인하 논란은 무엇보다 대부업체를 관리 감독할 규제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등록대부업체의 평균 금리는 2005년 대비 167%에서 181%로 상승했고, 무등록업체는 230%에서 217%하락했다. 등록업체와 무등록업체간의 금리 격차가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사금융 이용자의 73%가 연 66%의 금리를 초과 대출해 현행법상 66%의 금리를 지키지 않는 대부업체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대부소비자협회 이재선 사무총장은“등록률이 올라가는 만큼, 등록한 업체들의 불법 영업률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 신규 등록을 하면서 법을 지키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1만 7천개 정도의 대부업체가 등록되어 있지만, 한 번 등록했다가 철회한 업체가 40% 수준이어서 사실상 한 번 정도 등록했었던 업체들의 수는 훨씬 많다. 일부에서는 대부업체의 등록률보다는 등록한 대부업체들이 불법 영업을 못하도록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행법상 등록을 하고 불법 영업을 했을 때와 등록하지 않고 불법 영업을 했을 때 등록한 업체가 더 처벌 수위가 낮기 때문에 등록률은 증가하지만, 법규 준수율은 더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선 사무총장은“지금보다 등록률이 더 높아지기 힘들다. 사실 등록률보다 등록한 업체들이 법규 준수율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태경 정책실장도“불법음성영역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관리 감독 및 처벌의 실효성이 없는 관계로 불법 영업이 살인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늘 사각지대에 있었던 대부업체 관리
지난 해 3월 제주에서 무등록대부업체를 차린 후 97회에 걸쳐 1억 4000여 만 원을 대부해주고 매월 6~32.6%(연 72%~391.2%)를 받은 대부업자에게 내려진 처벌은 달랑 벌금 700만 원이었다. 현행법 상 무등록 대부업자는 등록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5천 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선고되고, 이자율 제한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천 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선고된다. 송태경 정책실장은“단속이 이뤄져도 집행유예나 소액 벌금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있으나 마나 한 법이다. 관리 감독도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처벌이 가능한데, 현재 지자체에서 전문적인 식견이 있는 사람이 관리 감독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선 사무총장도“서울시에 등록한 업체가 7~8000개인데, 이것을 관리 감독하는 사람은 3명이다. 이것은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사실상 지자체에서 하는 대부업체의 관리 감독은 대부업체 등록과 관련된 민원처리에서 그친다.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가 올 초 지자체의 대부업체 관리 감독 실태를 조사할 당시, 광주시의 담당부처 관계자는 대부업체에 대해 왜 관리 감독하지 않느냐에 대해“아직 감사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송태경 정책실장은“대부업체 관리 감독은 전문성을 갖춘 금감위에서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특수한 경우에 한해서만 금융감독위원회가 대부업체를 관리 감독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거의 없다.
대부업체의 관리 감독에 대한 비판이 일자, 정부는 지자체의 관련 조직과 인력을 총 71명 증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감독의 주체가 여전히 지자체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많다. 이에 대해 이재선 사무총장은“관리 감독으로 대부업의 불법 영업을 막겠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대한민국 해방 이후 대부업체 감독은 늘 사각 지대에 있었다”며, 대부업체 관리 감독 확충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낸다. 그는“사금융 시장의 특징을 간과하고 있다.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선 사무총장이 말하는 대부업체에 접근하는 다른 시각은 제도권에서 대부업체에 돈을 빌리는 사람들을 흡수해 수요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환승하는 대출 서비스 과연 성공할까
정부는 휴면예금, 휴면보험금을 재원으로‘공익재단’을 설립해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창업 및 생활 자금을 지원하는 서민금융지원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상 이자율 인하로 대부업 시장에 대출이 어려워진 금융 소외계층에 대해 6500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송태경 정책실장은“정부차원의 공적 금융 활성화는 진작 했어야 했다”면서도,“생계비 대출, 자영업자와 일반인 급전은 포함되지 않았다. 자영업의 특성상 급전 수요가 필요한데 이런 부분이 텅 비어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서민금융지원정책은 장기 교육비 대출제도, 의료비 대출제도 및 소액보험 제도, 무보증 소액대출 제도를 통한 창업, 자활 지원 등이 골자다.
대부업체에 대한 높은 금리가 문제 되자, 금융감독원은‘서민맞춤대출안내서비스’를 6월 11일부터 실시해 일부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거래 실적이 우수한 고금리 대부업체 이용자를 낮은 대출 금리로 전환하기 위한 환승론을 제시했다. 환승론은 연 60%대의 대부업체 이용자중 일정 기간 상환 실적이 좋은 자를 대상으로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제 2금융권 대출로 전환하는 대환 대출 상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부분의 대부업체 이용자가 66%의 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환승론을 이용하게 되면, 대출금리가 약 20%나 낮아진다. 이렇게 되면, 무등록 사채업자를 이용했던 대출자가 등록 대부업체를 이용하게 되고 나아가 제도금융권으로 이동하는 선순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금리 인하 경쟁이 촉발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환승론은 2005년에 정부 차원에서 설립된 서민금융대출서비스인 한국 이지론에서 나온 것이다.
한국 이지론은 온라인상에 금융기관의 대출 상품을 모아놓고 이용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놓은 공간이다. 그러나 지난 5월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따르면, 서민금융대출 서비스를 모르는 이용자가 79%로 밝혀져 정부 차원의 서민 금융에 대한 인지도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로 인해 정부는 한국 이지론의 환승론을 내세우면서 적극 홍보 중이다. 송태경 정책실장은“정부에서 이지론을 내세우면서 홍보하는데, 오히려 저소득층을 위한 공적 금융, 응급 의료기금제 등을 홍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 왜 이지론을 내세워 대부업 중개 행위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이지론을 만든 사람을 표창장까지 주었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재선 사무총장도“인터넷에서 돈을 거래하는 시장은 결코 커질 수 없다. 인터넷에서 일반 상품을 거래하는 것과 재화를 거래하는 것은 다르다. 돈은 보수적”이라고 말했다.

대출을 대하는 은행의 이중적 태도
정부는 은행에 저신용층을 위한 소액 대출 시장 진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은행이 소액 대출 시장에 진출해 대부업체와 경쟁하여 시장의 힘으로 대출 금리를 낮추겠다는 의도다. 이에 대해 송태경 정책실장은“은행이 대부업체와 경쟁해서 금리를 낮추겠다는 발상은 정부의 망상이다. 거래 당사자가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할 때만 유효경쟁이론이 가능하다. 대부업 영역은 유효 경쟁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강력 반발한다. 그러나 이재선 사무총장은“사금융 시장 이용자를 많이 만들어낸 주범은 은행이다. 은행이 대형화되면서 건전성과 수익성을 생각하니까 서민에 대한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은행이 지난해 사상 최대 수익을 기록한 것은 저신용층에 대한 대출 배제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권은 안정성과 재무건전성을 강조하면서 저신용층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기 시작했다. 심지어 계약직으로 일하는 근로자도 신분이 불안하다는 이유로 은행 대출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재선 사무총장은“은행이 저신용층을 위한 대출을 해주게 되면, 일반인 대출 금리를 받고는 못하고 약 30%정도로 대출해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은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대부업체 대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은행의 이중성에 대한 비판이 많다. 이자제한법 폐지 전인 1998년에는 대부업체들이 약 1만 2천 명에서 1만 5천 명에 달하는 전주에게 돈을 빌렸지만, 현재는 상호저축은행, 캐피털 등의 여신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줄 뿐 아니라 일반 은행도 대부업체를 상대로 대출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3년 국정 감사 자료에 따르면, 은행, 보험, 저축 은행 등 3개 제도금융권 대부업체 여신 잔액은 3천 582억 원이었다. 2004년 3월에는 제일은행이 자산유동화대출 방식으로 일본계 대금업체들에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고, 당시 제일은행 발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과 국내외 50여개 금융기관들이 대부업체에 지원하고 있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