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는 첫걸음

평화통일과 인류의 생명을 지키는 슈퍼옥수수

2007-06-25     김경수 기자
전 세계 재배 면적이 1억3,000만ha로 미국, 중국, 아프리카 대륙과 기타 지역이 각각 1/4씩 재배하고 있고, 생산량과 이용량 측면에서 단연 1위를 기록하는 작물. 식량자원은 물론이고 가축 사료로도 쓰이며 공업용 재료로도 쓰인다. 이것으로 만든 연료는 차세대 반(反)환경오염의 연료로 각광받고 있고, 이는 인간 삶의 질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발전도 가져와 전 세계인이 동의하는 최고의 자원이다. 총 2만여가지의 용도를 가지고 있다는 이것은 옥수수를 말한다.


옥수수는 벼나 밀 등의 식량 가운데 단위당 작물생산량이 가장 높다. 비료효과가 뛰어나며 식물이 잘 재배되게 하는 탄소동화작용이 가장 높은 작물로도 통한다. 옥수수는 가축의 사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어 균형잡힌 영양지원이 가능하다. 또한 옥수수 육종기술의 발달로 개별국가에 적합한 옥수수를 개발, 재배하여 다른 어떤 작물보다도 자연재해와 병충해에 강하다. 그래서 안정적이고 수확량이 많아 든든한 식량원으로 활용된다. 이는 가계 및 지역사외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도가 큰 작물이다. 따라서 옥수수가 경제활동의 기반을 마련하고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역할을 하는 것은 인정해야 하는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옥수수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평생 실천하고 있는 국제옥수수재단의 김순권 박사는 요즘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최근에는 기존 품종보다 당도가 배 이상 높고 당도 유지 기간도 4일 이상 긴 7일에 달하는‘사탕옥수수’를 개발해 더욱 분주해졌다. 김 박사는“전남 곡성군과 국제옥수수재단이 협력해서 탄생한 이번 작품은 10여년의 연구 끝에 개발해 낸 신품종입니다. 한미FTA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우리 농가에 경쟁력 있는 소득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곡성이 이번 옥수수 신종품 개발지로 선정된 것은 고지대 분지로 일교차가 심하고 물빠짐이 좋은 사질 토양을 갖고 있고 대기도 오염되지 않아 품종연구개발에 있어서는 최상의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었다고 김 박사는 전했다. “사탕옥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우리나라에서는 곡성에서만 생상되는 획기적인 옥수수 품종입니다. 장차 곡성을 상징하는 품목이 될 것이고, 우리만의 농산물이자 웰빙식품으로 각광받게 될 것입니다.”국제옥수수재단이 경북 군위군과 개발한 찰옥수수도 작년 10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려 옥수수 재배는 농산물 시장 개방에 획기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옥수수재단의 김순권 박사는 앞으로 국내에서 옥수수를 이용한 에탄올 생산 사업을 연구하고 있다.“옥수수 바이오 에너지 사업은 미국 등에서 공부한 학자들도 많은데다 세계 2위 옥수수 생산국인 중국과 근접한 지정학적 위치 등 강점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현재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이 옥수수를 이용한 바이오 에너지 사업에 관심을 높이고 있어 국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100억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
지난 8년간 김 박사는 자신이 개발한‘수원 19호’ 종자 지원과 북한 적응형 슈퍼옥수수 종자 개발 및 지원 사업으로 연 100만t 이상의 식량 증산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슈퍼옥수수 개발을 통해 북한과 제3세계 국가의 식량 자립을 돕고 있는 국제옥수수재단은 이 사업을 위해 125억원에 달하는 국민 모금을 벌였었고 통일부의 매칭펀드, 과기부의 연구 지원 등을 통해 북한에 27가지 원종들을 넘겨줘 100억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 기본 방향이 직접적인 식량지원에서 농업 개발을 돕는 차원으로 발달함에 따라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된 슈퍼옥수수 프로젝트는 남한종과 북한종의 교배종으로 기존 옥수수의 배에 달하는 생산력이 있다. “옥수수는 남북이 갈라졌는지, 38선이 어디인지 모릅니다. 남쪽 강원도에서 재배되고 있는 옥수수 종자가 북쪽에 가면 더 잘되죠. 지금 그쪽에서 재배되는 면적이 10만ha가 넘습니다.” 1998년 북한과 공식협약을 체결하고 북녘 6개도 산골에 위치한 11개 연구소를 찾아다니며 슈퍼옥수수 개발에 매진했던 김 박사의 노고는 연 100만t 이상의 식량증산의 결실을 맺은 것이다. “현재 ‘수원 19호’가 그쪽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해서 보급을 하고 있습니다만 새로운 슈퍼옥수수의 농가 보급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북측의 농가에 보급만 된다면 200만t 증산까지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3년째 북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핵사태 이후로 급격한 냉각기를 보이고 있는 대북사업은 옥수수 연구에 있어서도 싸늘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국제옥수수재단이 경북대농업연구소와 1998년부터 북한 적응 안전 다수확 품종인 슈퍼옥수수 공동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기에 남북의 정치적 관계는 옥수수 품종 개발에도 민감한 사안이다. 지난 2002년 이후 약 3년간 방북이 이뤄지지 못한 결과 당시 5년여 동안 매진했던 연구해낸 27종의 우수종이 식량 증산으로 연결되지 못한 안타까움을 겪기도 했다. “하루빨리 서로에게 신뢰 회복이 되어야 하고, 통일이 되어야 합니다. 연구소나 협동농장에서의 시험재배 등에 대해서도 당국자들은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기생잡초와 공생하는 옥수수를 개발
UN 산하 국제열대농업연구소의 초청으로 79년 나이지리아로 간 김순권 박사는 17년간 아프리카 농민들과 어우러져 옥수수를 연구하고 농법을 가르치며 아프리카인들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살고 있었다. 70년대 이미 한국에서 교잡종 옥수수를 개발해 생산량을 3배 이상 올린 바 있는 그는 옥수수와의 인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 유학시절, 가만 지켜보니까 미국이 잘 사는 것이 순전히 옥수수 때문인 듯 보였습니다. 미국처럼 잘 사는 나라가 되려면 우리도 욱수수를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요.” 아프리카에 머물면서 그는 기생잡초 스트라이가(striga)에 저항성이 강한 옥수수를 개발하여 육종에 의한 농업 혁명을 일으켰다. 스트라이가는 일명‘악마의 풀’이라고 불릴 만큼 아프리카 곡식 재배를 어렵게 하는 풀로 아프리카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 번성하여 옥수수, 수수, 조, 벼 등 주요 농작물을 완전히 말라죽게 한다. 이 기생잡초의 문제를 서양 학자들은 1백년 동안 고심했지만 해결방안을 찾지 못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악마의 풀은 전멸시키려 하면 할수록 돌연변이를 일으켜 더 번성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래서 기생잡초와 공생하는 옥수수를 개발하게 된 것입니다.”김 박사는 악마의 풀이 있어도 옥수수를 95%이상 생산해 낼 수 있는 옥수수 종자를 찾아낸 것이다. 덕분에 그는 농업분야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벨기에 국왕상’을 비롯해 각종 상을 수상하게 됐다. 17년의 아프리카 생활을 접고 귀국을 하게 된 것은‘북한’때문이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옥수수 씨앗 개발에 착수해 심각한 북한 식량문제를 해소해 보고자 했던 것이다. 그가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국제옥수수재단은 식량위기의 절박한 상황 속에 있는 빈곤국가와‘슈퍼 옥수수 공동개발’을 통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공동농업연구를 바탕으로 세계 식량문제 해소와 평화에 기여한다.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1998년 설립된 국제식량기구 국제옥수수재단은 북한의 식량자립 지원을 필두로 하여 세계 도처의 굶주림으로 고통받고 있는 저개발국가들에 식량지원과 교육, 보건, 지역개발 등을 지원한다. 또한 국내에서도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민간공부방 지원사업과 함께 차상위 계층에 속한 결식아동 및 소년소녀가장들에 대한 지원도 하고 있다.

옥수수 통한 바이오 연료 생산해야
“옥수수 속심에서 나온 케미칼은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연료로 사용되고요, 옥수수는 설탕, 에탄올, 전분 등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우유 등 고기의 질과 맛을 결정하는 것도 옥수수입니다. 사료에 얼마나 옥수수가 많이 첨가되었느냐에 따라 가축들의 생육 속도는 달라지고 육질이 달라지는 것이지요. 그뿐입니까. 우리나라 식음료에 가장 많이 이용되는 곡물이 또 옥수수입니다.”김 박사는 옥수수밖에 모르는 옥수수 예찬론자다. 우리나라는 연간 쌀 생산량이 350만t인데 수입되는 옥수수는 그 3배에 가까운 1000만t에 달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입량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옥수수 수입률은 그에 들어가는 돈만 해도 연간 15억 달러에 달한다. 주로 미국산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최근 미국의 옥수수 에탄올 생산 때문에 옥수수 가격이 180%나 폭등해 옥수수 수입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졌다. 한미FTA 체결로 농업분야 중 가장 피해가 큰 것도 축산업으로 이는 그동안 주 사료를 수입 옥수수에 의존했기 때문이라고 김 박사는 강조했다. “우리 축산물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첫째, 가축사료의 국내 자급률을 높이고, 둘째 연간 1천만t에 달하는 제1의 수입곡물인 옥수수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또 최근 국제적인 화두가 되고 있는 바이오 에너지로의 이용가능성이 높은 옥수수의 연구 및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공기 오염의 주범인 자동차 매연은 메탄가스를 담고 있고, 이 메탄가스를 줄일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생물에너지 작물은 옥수수와 사탕수수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 옥수수를 이용한 바이오 디젤 생산은 차세대 대체 연료의 수급 때문에 치열한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우리 정부도 유채를 통한 바이오 디젤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김 박사는“유채를 통한 바이오 디젤 생산은 겨울 작물로는 경제성이 인정되지만 에너지 생산량 측면에서 옥수수의 70% 정도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옥수수로 에탄올을 생산한 후에 남는 부산물은 사료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옥수수를 통한 바이오 디젤 생산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옥수수를 이용한 에탄올 생산을 위해 현재 농경지 중 벼재배 면적을 100만 정보에서 60만 정보로 줄여 기계화 단지를 형성하고, 휴경 논에 옥수수를 심도록 권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논토양에 적응하는 신품종 옥수수를 개발해 기계화 재배가 가능한 대단지에 재배하면 대량생산이 가능하리라고 봅니다.”정부는 현재 바이오 디젤 연구에 더 집중하고 있어 바이오 에탄올 연구는 뒷전에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김 박사는 전분지로가 섬유질이 풍부한 옥수수는 에너지 이용 면에서나 바이오 디젤의 연료가 되는 유채에 비해 경제성이 월등하다고 강조했다. “제2의 옥수수 생산국인 중국과 인접한 위치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바이어 에너지 연구를 한다면 중국에 적응하는 품종을 개발하여 유전자원 지적재산권에 의한 특허 종자 수출도 가능해집니다.”40여년간 옥수수 하나만을 연구하고 육종해온 김순권 박사는 옥수수를 통한 바이오 에너지 연구에 대한 깊은 애착을 보이고 있다.

옥수수로 전 인류의 삶을 책임져
국제옥수수재단의 김순권 박사는 옥수수 재배 환경이 척박한 캄보디아, 가뭄과 풍토병이 심한 동티모르를 위한 옥수수를 개발해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전달했다. 몽골, 라오스, 미얀마, 네팔 등 아시아 각국에게 옥수수를 통한 도움을 주고 있다. 김 박사는“캄보디아는 우기에는 노균병이 전역을 휩쓸고 건기에는 수리시설이 부족해 옥수수를 재배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노균병에 강한 옥수수를 개발해 식용이나 사료용으로 대량 생산을 하도록 만들었습니다.”라고 전했다. 국제옥수수재단은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70년간 50ha의 땅을 무상으로 빌려 옥수수 종자 개량 시험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은 앞으로 3~5년 내에 동남아와 북한지역에 맞는 종자개량 보급소 역할을 해나갈 전망이다. 또한 동티모르에서도 김 박사의 새로운 옥수수 개발은 동티모르의 배고픔을 해결해 줄 하늘 양식이라고 칭송받고 있다. 냉대식물인 옥수수가 열대지방인 인도차이나 땅에 적응하면서 노균병 같은 질병을 이기고 기대 이상으로 튼실하게 커 소중한 결실을 맺은 것이다. 최근 국제옥수수재단은 북한과 지난 10년 동안의 옥수수 연구 종자지원 사업의 성과를 정리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협약서를 체결했다. 옥수수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집념으로 이루어낸 김순권 박사의 옥수수 정복은 전 인류의 삶의 질을 책임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