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

선진화 혹은 언론 탄압 정책

2007-06-29     장정미 기자
정치권과 언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 5월 22일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에 따른 기자실 통폐합 방침과 관련해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신종 언론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화 이후 모든 조직과 집단들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누리던 이익을 다 포기했는데 왜 유독 언론만이 부당한 권리를 계속 주장하느냐”며 기자실 통폐합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5월 29일 기자실 통폐합문제와 관련해 “요즘 언론이 기자실 개혁문제와 관련해 보도하면서 세계 각국의 객관적 실태를 보도하지 않고, 진실을 회피하고 숨기는 비양심적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많은 선진국은 별도의 송고실도 두지 않는다”며 “한꺼번에 바뀌면 너무 불편할까봐 브리핑실외에 송고실까지 제공하려는 것인데 언론이 계속 터무니없는 특권을 주장한다면 정부도 원리원칙대로 할 용의도 있다”고 말해 기자실을 아예 없앨 용의도 있다는 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기자실 개혁은 대통령 지시로 하는 일”이라고 강조하고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힘들더라도 좋은 제도는 정착시켜서 다음 정부에 넘겨줘야 한다는 소신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전인수 홍보장으로 끝난 토론회
언론인과 정치인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노무현 대통령은 자진해서 TV를 통한 언론인과의 토론회를 요구했다. 지난달 17일 노 대통령은 1시간 30분 동안 열린 토론회에서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과 관련하여 “선의의 대화를 통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대화하면서 서로 전망이 보이면 융통성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질이 변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고 전제를 달아 브리핑룸 통·폐합 조치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생각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또한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신문사설이 지난 정부에 비해 두 배 반 가량 늘어났다”며 “이는 2003년 9월 실시된 1차 언론개혁 조치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또 “언론이 그 동안 일제히 정부를 일방적으로 비판하고 비난만 퍼부었다”며 “(이번 조치에 대해서도) 언론이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았고 대통령이 아무리 변명을 해도 정부 측 이야기를 제대로 다뤄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토론회에는 언론계 대표로 정일용 기자협회장, 김환균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장, 오연호 한국인터넷신문협회장,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장,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조차 “패널들이 오늘 토론에 잘못 나온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이날 참석자들은 쟁점에 대한 반론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 날의 토론회에서는 날선 질문도 없었고 뜨거운 논쟁도 비켜갔다. 바른사회시민회의에서는 이날의 토론회가 합리성과 객관성을 전제로 논리적 상호의견교환이 이뤄지지 못했고 대통령의 자기 해명과 항변으로 일관했다는 총평을 하기도 했다.

식지 않는 논쟁,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
지난 2003년 정부는 브리핑룸이 줄어드는 대신 전자브리핑제를 도입해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그동안 폐쇄적인 운영으로 비판받아온 기자실을 폐지하고 개방형 브리핑 제도를 도입했다. 그 후로 4년. 임기 말의 노무현 정부는 또 다시 정부 부처 기자실 통폐합을 골자로 한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들고 나왔다. 이에 대해 언론사들은 언론자유 침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은 권역별 브리핑센터 운영과 전자브리핑시스템 도입을 골자로 한다.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권역별 브리핑센터 운영으로 기자들의 부처 사무실의 무단출입을 제한하고, 전자브리핑 시스템 도입으로 정보를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기자들에게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언론인들은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의 내용에 대해 정보공개의 확대, 그리고 정보품질의 개선이 아니라 정보의 차단을 결과할지 모른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은 언론인뿐만 아니라 국회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나라당은 기자실 통폐합 방안을 언론 탄압으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하면서 국정홍보처 폐지까지 요구하였으며 우리당 소속 일부 친노 성향 의원들은 적극적으로 정부 방패 구실에 나섰다. 김기현 한나라당 의원은 “기자실 통폐합은 정부가 가공해 알려주는 자료만으로 기사를 작성하라는 것이며 정권 홍보에 도움이 되는 자료들만 난무하는 신(新)용비어천가 기사를 양산하라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언론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당할 수밖에 없는 만큼 당장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친노 성향의 이광철 우리당 의원은 “정치권력이 언론과 유착하지 않고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견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고 오히려 국민 이익에 부합하는 일”이라며 정부 방침을 지지했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