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같지만 과정은 다르게

2002 대선 공약 VS 2007 대선 공약

2007-06-29     장인혜 기자
2007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자들의 본격적인 공약 전쟁이 시작됐다. 그동안 대선 예비후보 등록과 당적 정리, 경선 후보 등록 등의 절차를 거쳐 대선을 향한 움직임이 드디어 공약을 둘러싼 공방전으로 옮겨졌다. 각 당의 경선 후보자들은 자체 토론회를 열어 서로의 공약에 대해 검증을 나섰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예비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서 지지하는 대선후보를 바꾼 이유에 대해 후보자의 도덕성을 지적한 답변이 과반을 차지했다. 근소한 차이로 후보들의‘공약’은 2위를 차지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는 대선후보들의 공약 검증이 당 대 당으로 이루어졌었다. 적어도 2007 대선 형국과 같이 당내에서 조차 서로의 공약에 대해 현격한 시각차를 보이지는 않았다. 아직까지 당을 대표하는 대선후보를 선출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치열한 경선 전쟁이 마치 미니 대선을 치르는 것 같이 보여서 천양지차인 각 당 경선후보들의 선거 공약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지대하다. 청와대와 정부 기관이 나서서 공약 검증에 뛰어들다 보니 이는 역으로 각 후보들의 공약을 드러내고 광고해주는 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공약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역할이지 정부기관이 나서기까지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결국 공약을 홍보하고, 공약의 타당성을 관철시키는 기회를 얻게 되는 몇몇 후보들이 있어서 이 역시 공정성 시비의 논란이 될 수 있다. 현재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본격적인 경선 국면에 들어가면서 후보들간의 공약 타당성 검증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당내 후보 진영 간에 이루어지고 있는 공약 공방전은 시시각각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이렇게 여론이 형성되면 각 후보들은 공약 검증 과정에 여론을 적절히 이용한다. 여론에서 긍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킨 분야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고자 고심하고, 여론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공약은 더 많은 자료 연구와 논거를 통해 기어이 관철시키고자 노력한다. 대선후보들의 공약 논쟁 여론조사에 참여한 적이 있는 정모(30)씨는“어차피 대선후보들이 내놓는 공약이라는 것을 실제 100% 다 믿는 유권자는 없을 것이다. 최소한 어떤 한 공약에 대해서 실현가능성을 따져봤을 때 그것이 정직해야 한다. 정직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실현 가능한 공약이 결국 신뢰도를 갖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대선후보들의 공약은 온갖 계층을 들쑤셔 놓아 국민들이 계층간, 이념간 대립상태로 분열될 수 있는 위력이 있고, 그 후유증은 당선 이후 집권에서 고스란히 드러날 우려도 있다. 지난 2002년의 대선이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

경제성장률은 7%가 한계
유권자들이 대선 후보에게 바라는 가장 큰 개혁 분야는‘경제’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도 그랬고, 이번 2007 대선에서도 각 후보들이 가장 내세우는 공약은 경제 분야다. 고용확대와 실업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했던 2002 대선과 비교해 볼 때 국민의 바램과는 다른 정책을 폈던 탓인지 5년여가 흐른 지금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고용확대와 실업난을 화두로 삼고 있다. 2002대선 당시 이회창 전 한나라당 후보는“국내총생산(GDP)의 7%를 교육분야에, 3%를 과학기술분야에 투자하겠다고”고 밝혔었다. 노무현 전 민주당 후보는“청와대와 국회를 포함해 행정수도를 충청권으로 옮기겠다”고 거듭 강조했었다. 또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교육비 병원비 주택비의 걱정에서 벗어나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말했었다. 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행정수도 이전은 큰 이슈거리이긴 했으나 청와대와 국회를 옮기지는 못한 채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 공약이었던‘행정수도 이전’은 집권 시기 동안 30%도 채 실현하지 못한 격이 되었다. 애초에‘행정수도 이전’이라는 공약에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보다 근본적이고 현실적이지 못한 대선 공약의 한계가 씁쓸해지는 대목이다.
또한 2002 대선 공약에서 두드러졌던 특징은 당시 쟁점으로 떠오르던 이공계 기피 현상과 과학기술자 푸대접에 대응하는 대선후보들의 과학기술 정책 분야에 대한 관심이었다. 당시 이회창 전 한나라당 후보와 노무현 전 민주당 후보는 각기 과학정책에 대한 전문 연구진을 구성해 정책자문위원, 정책 보좌진들의 도움을 받아 과학분야의 공약을 만들어냈다. 이 후보는 이공계 출신 국회의원, 공무원 영입과 기초과학 연구예산 비중을 19%에서 25%로 확대시키는 공약을 내세웠었다. 노 후보는 정부예산 중 연구예산을 4.7%에서 7%로 확대하고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연구예산 배분권 부여를 제시했다. 특이한 점은 이 후보는 인간배아 복제를 반대하는 공약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지난 2005년에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던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을 떠올려 볼 때 두 후보 모두 합동으로 주창했던 과학기술 공약의 실현이 또 다른 복병을 낳기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2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는 7%의 경제성장률을 똑같이 공약으로 내놓았다. 7% 고지는 깨질 수 없는 것인지 이번 대선에서도 7% 경제성장률 달성은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공통분모다. 당시 이회창 후보는‘성장잠재력 강화를 통한 고성장, 일자리 창출, 따뜻한 복지구현’으로 이어지는 성장고리를 제시했고 성장이 없는 경제는 희망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 선 성장-후 분배의 전략을 내세웠다. 이와 반대로 노무현 후보의 경우 성장과 분배라는 대립적 가치 속에서 중도주의적 입장을 관철했다. 노 후보는‘재벌개혁,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고도성장’의 고리와‘적극적 일자리 창출, 빈부격차 해소, 중산층 확대, 고도성장’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맞물린 정책 방향을 제시했었다. 2002 대선에서 후보들의 경제 정책은 성장과 분배라는 이분법적 사고의 경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공약들로 일관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2007 대선에서 후보들의 경제 정책은 경제 회복과 고성장이라는 보다 구체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경제성장률 7%에 대한 입장도 후보마다 이견을 보이고 있고 구체적인 성장률 공약을 내놓지 않는 후보들도 있다.

메니페스토 운동 시작
최근 자기 공약의 허점은 외면하고 상대의 허점만 파고들어 소모전으로 치닫고 있는 공약 검증 레이스에 제동을 건 조사가 있었다. 한 언론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대선 후보들은 상대 후보의 공약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후보의‘감세정책’이 마음에 든다고 꼽았고, 손학규 후보는 박 후보의 열차페리 구상에 손을 들었다. 상대 후보의 공약에 대해 우선 긍정적으로 고려를 해보고, 발견되는 문제점에 대한 현실적인 실천 방안을 따져보고, 국가 발전을 위해 보탤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를 살피며 이제 공약 대전의 묘미를 살려내야 한다. 그보다 우선하는 것은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진정성을 담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매니페스토(Manifesto, 참공약 선택하기)운동이 벌어질 시기다. NP

청와대와 정부기관까지 나서서 검증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 후보의 대운하 정책은 과거 이 후보가 시장 선거에 내걸었던‘청계천 복원’공약과 비슷하다. 이 후보는“임기 내에 청계천 복원을 통해 도심 한 복판에서 맑은 물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청계천 복원’을 약속했고 실현했다. 당시에도 이 후보의 청계천 복원 공약은 여론의 질타와 함께 다른 후보들의 주 공략 대상이었다. 한 번의 경험으로 얻은 진리는 고집을 낳기도 했었던가.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의 대운하 정책에 대한 여론도 반대 의견이 이미 과반수를 넘어섰고, 이 후보측 캠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세력들이 한반도 대운하의 실현 불가능에 한 표를 던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 후보는 오히려 자신한다. 이 후보측은“청계천 때도 공방이 커질수록 오히려 이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대운하고 그런 이슈”라고 밝혀 흔들리지 않는 대운하론을 보여주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론은 남한을 가로지르는 물길을 만들고 그 물길을 이용해 물류를 운송하고, 환경 오염을 방지하며, 더 나아가 한반도를 대표하는 관광 자원으로도 이용 가능해 무한한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되어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실현되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대운하 정책에 대한 첫 번째 논거부터 마지막 일곱 번째 논거까지 이 후보측이 제시한 핑크빛 미래와는 정 반대로 회색빛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 가지 주장에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나름의 근거를 대는 모습에 당연히 유권자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적 운하컨설팅 업체인 네덜란드 DHV에서도 인정한 운하건설에 적합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과 하상계수와 식수원 문제 때문에 우리나라는 운하를 만들 환경이 아니라는 주장의 대결의 심판은 누가 되어줄 지 의문이다.

▲ 박근혜 한나라당 경선 후보의 '한·중 열차 페리’정책

박근혜 후보가 주장하는 열차페리 구상은 한반도 대운하 정책에 비해 다소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시험 개통된 경의선 철도 운행과 더불어 남북한 철도 연결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어 박 후보의 열차페리 정책은 여론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국이 중국횡단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를 통해 유럽까지 연결될 수 있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충분한 기대를 안겨준다. 이 상상력의 최대 난관은 바로 북한이다. 북한 변수에 따라 그 판도가 바뀌어버리는 열차페리 구상에 박 후보는 대안을 제시한다. 서해안에서 중국으로 열차페리를 연결해 바로 중국횡단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를 통과하자는 것이다. 열차페리라는 것이 철도레일을 장치한 배를 의미한다. 화물열차를 그대로 배로 실을 수 있기 때문에 화물을 열차에서 내리고 다시 싣는 작업에 생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하역시간과 하역비용의 절감, 운송시간의 절감, 화물의 외부포장비와 훼손을 줄일 수 있다고 박 후보는 주장한다. 부산에서 배 위에 올라탄 열차가 그대로 바다를 건너 중국에 내려서 다시 철로 위로 중국을 다니고 유럽까지 간다는 것이 더 이상 상상의 나래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