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 마케팅만큼 먹히는 거 없어
미국에서 4900만 달러 넘어야 손익분기
2007-08-23 최정희 기자
심형래 감독의 디워(D-WAR)는 개봉 전부터 시끄러웠다. 네티즌들이 뽑은 올 여름 가장 기대되는 한국 영화는 디워(D-WAR)였다. 또 한국 영화계의 구원투수가 되어줄 영화에서도 1위로 뽑혔다. 8월 1일 개봉을 앞두고는 심형래 감독의 놀라운 티켓 파워를 보여주기도 했다. 디워(D-WAR)는 7월 11일 오후 5시부터 온라인 예매사이트 맥스무비를 통해 예약판매 스페셜 패키지를 시작한 뒤 1시간 여 만에 매진되어,‘최단시간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스페셜 패키지는 영화 제작사인 영구아트에서 고유 시리얼 넘버를 새겨 제작한 한정판 피규어와 예매권으로 구성된 것으로 총 1000매를 준비했으나 1시간 6분만에 다 팔려나가게 되었다. 7월 23일 영화 시사회의 반응도 뜨거웠다. 훨씬 성숙해진 한국 고유의 그래픽 기술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고, 엔딩 크레딧에 아리랑이 흐르는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반면 스토리가 빈약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세상에 처음 공개된 디워(D-WAR)는 호평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조심스레 1000만 관객 점쳐져
디워(D-WAR)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디워(D-WAR) 영화 자체뿐 아니라, 심형래라는 인물에 이르기까지 며칠 포털사이트 검색어의 1, 2순위를 점령할 정도였다. 그러나 관객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었다. 디워(D-WAR)를 애국심으로 보자는 네티즌과 영화 자체로 평가해야 한다는 네티즌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이 이어졌다. 디워(D-WAR)는 한국 고유의 기술로 만들어진 진일보한 컴퓨터 그래픽을 선보였다는 점과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이어진 아리랑으로 꼭 봐야 할 영화라는 인식이 번지기 시작했다. 심형래 감독은 영화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 2분 분량으로 자신의 사진과 함께 열의를 편지 형식으로 보여줬다. 문제는 디워(D-WAR)를 보지 않은 사람들을 매국노라고 폄하하거나 디워(D-WAR)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는 점이다.
디워(D-WAR)를 비판한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후회하지 않아’의 이송희일 감독은 안티 사이트가 만들어질 정도였다. 한 네티즌은“심형래 감독의 애국심이 느껴졌다. 아리랑이 나오는 데 눈물이 났다”고 말하며, 이송희일 감독의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아리랑이 나오는 영화의 에필로그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다. 심 감독의 심경이 절절하게 전해오고, 이색적인 시도라는 의견과 함께 너무 감정적으로 치우쳐 있는 사족이 아니냐는 평가가 동시에 나타났다. 심 감독은“의도적으로 엔딩 크레딧에 아리랑을 넣었다. 당시 직원(영구아트)들을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반대했다. 모차르트만 세계 음악이고, 한국의 음악 수준을 낮게 보는 것은 고정관념이다. 제대로 만들어서 전 세계에 한국 음악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감독의 이런 말들은 네티즌들의 마음을 얻기에 충분했다.
‘A급 CG와 Z급 시나리오’라는 별칭 붙어
심 감독은 1994년‘티라노의 발톱’이후 SF 장르를 계속해 왔다. 지난 2001년 용가리가 흥행에서 좌절된 후‘디워(D-WAR)’제작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디워(D-WAR)는‘티라노의 발톱’(1994),‘핑크빛 깡통’(1994),‘파워 킹’(1995),‘드라곤 투카’(1997),‘용가리'(2001)에 이어 심 감독이 6번 째 감독과 제작을 맡은 작품이다. 그러나 그의 영화가 진지한 비평의 대상이 된 적은 거의 없었다. 디워(D-WAR)는 디지털 기술 축적에 남보다 더 많은 공을 들인 끝에 얻어낸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논란이 있지만, 디워(D-WAR)는 외려 그 덕분에 흥행 고공행진을 달려가고 있다. 디워(D-WAR)는 8월 19일 기준으로 누계관객 716만9천279명을 동원해 타짜를 제치고, 역대 한국 영화 흥행 순위 7위에 올랐다. 조심스레 1000만 관객 돌파가 점쳐지지도 한다.
디워(D-WAR)는 LA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대형 참사를 그린 영화다. 현장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비늘이 사건의 유일한 단서로 사건을 취재하던 방송 기자 이든(제이슨 베어)이 어린 시절 잭(로버트 포스터)에게 들었던 숨겨진 동양의 전설을 떠올리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인 이든은 여의주를 지닌 신비의 여인 세라(아만다 브록스)와의 만남으로 인해 이무기의 전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한다. 전설의 재현을 꿈꾸는 악한 이무기‘부라퀴’무리들이 서서히 어둠으로 LA를 뒤덮는 가운데 이든과 세라는 이들과 맞설 준비를 한다. 영화는 전설의 재현을 꿈꾸는 악한 이무기들과 맞서 주인공들이 펼칠 전쟁을 사실감 넘치게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디워(D-WAR)는‘A급 CG와 Z급 시나리오’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빈약한 스토리를 드러내고 있다. 이무기와 용의 생김새는 마치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듯 생생하고, 표현이나 움직임 또한 어색함이 전혀 없어, 어떤 관객들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온 기분이라고까지 말했다. 반면, 이야기의 전개와 신인 배우들의 부실한 연기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심 감독은 지난 7월 초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이무기가 용이 된다는 이야기다. 나는 반문하고 싶다. 그렇다면 메이저가 만든 영화는 스토리가 훌륭하냐. 전 세계 사람들이 보기 위해서 재밌고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게 최선이다. 한국보다는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의 반응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 스토리 빈약에 대한 논란을 일축했다.
눈물겨운 제작과정과 아리랑이 관객 마음 흔들어
심 감독은 용가리를 비롯해 지금의 디워(D-WAR)까지 괴기 영화만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디워(D-WAR)에 대한 심 감독의 마음은 좀 남다르다. 그는“이무기는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좋은 콘텐트다. 세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이무기를 선과 악의 진영으로 나눠 서양인들의 좋아할만한 캐릭터로 만들었다. 그러나 너무 한국적인 것만을 강조할 수는 없기에 전 세계 관객들을 겨냥해 유럽풍의 군대를 등장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TV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 눈물을 흘리면서, 자신의 그동안의 고통과 심경을 서슴없이 털어놨다. 그 속에서 한국적인 콘텐트를 세계에 알리고자하는 그의 욕심도 엿볼 수 있었다. 그는“중국의 와호장룡이나 재키 탄, 일본의 라스트 사무라이와 게이샤의 추억 등 중국과 일본의 영화들은 서구에서 많이 만들어지는데 비해서 한국은 어글리 코리아와 전 세계의 적은 북한, 이런 식으로 표현될 때 마음이 아프다. 5000년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그의 남다른 진취정신과 애국심을 나무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비판이 허용될 수 없는 관용이 부족한 설전들이다. 디워(D-WAR)는 네티즌들이나 관객들 사이에서 엄청난 호평을 받는 데 비해, 영화 평론가나 언론으로부터는 혹평을 받고 있다. 그래서 디워(D-WAR)에 대한 평은 극과 극으로 양분된다.
처음 이송희일 감독의 혹평에 이어, 제작사 청년필름의 김조광수 대표는“디워(D-WAR)는 애국심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그건 문제다. 영화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야지, 사람들의 집단적인 감정을 자극해서 어쩌자는 것인가. 한국 영화치고는 CG가 좋으니깐 봐줘야 한다? 그건 아니다. 영화를 잘 만들어서 승부하라”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대부분들의 평론가들은 디워(D-WAR)를 대하는 사회 현상들을 비판하면서, 심형래 감독의 애국심 마케팅까지 비난한 경우가 많았다. 그의 눈물겨운 제작 과정, 마지막 심금을 울리는 아리랑 등이 애국심 마케팅이라는 얘기를 들을 만 했다.
무서운 심빠가 디워(D-WAR)의 앞길 막을까 걱정
최근 디워(D-WAR)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 4~5년 전의 우리 사회 모습이 떠오른다. 노빠, 황빠, 지금의 심빠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디워(D-WAR)를 주제로 한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중앙대학교 진중권 교수는“디 워(D-WAR)에 관한 논의는 마치 황우석 교수 사태 때 벌어진 의사소통의 제약과 마찬가지다. 누구도 디워(D-WAR)에 관한 반대 의견을 꺼내는 일에 모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정상인가”라고 말했다. 디워(D-WAR)에 대해 할리우드 못지않은 한국산 CG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마치 월드컵 4강에 진출했을 때의 뿌듯한 감동과 비슷하게 작용하고 있지 않느냐는 생각도 제기되는 것도 사실 무리는 아니다. 2002년 월드컵 당시에 광화문, 시청 등의 빨간 물결이 외신들로부터 민족주의, 파시즘이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하나가 되어 화합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준 대신, 다른 것들을 수용할 수 있는 관용은 보여주지 못한 점이 문제가 되었다. 디워(D-WAR)를 둘러싼 논쟁도 마찬가지다. 디워(D-WAR)에 대한 많은 논쟁에도 불구하고, 심 감독은“관객에게 애국심으로 영화를 홍보하고 싶지 않다. 좋은 영화면 관객이 알아서 찾아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TV 오락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그의 눈물과 할리우드라는 큰물에서 그가 성공하기까지 눈물겨웠던 삶의 이야기는 마치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의 눈물 한 방울과 비슷해 보인다.
사실‘O빠’로 불리는 극성적인 팬들은 기존에 경험해봤던 사회현상으로 비쳐볼 때, 상당히 무서운 거품이 있었다. 황우석 박사가 줄기세포로 엄청난 충격을 보여주기 전까지 그는 우리 시대의 영웅 그 자체였다. 그런 영웅을 비판하는 자는 사회의 뭇매를 맞아도 싸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그런 거품이 무너지고 난 후 영웅의 모습은 참으로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현재 디워(D-WAR)에 대해 이런 우려가 생기는 것도‘O빠’를 여러 번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심 감독 말대로, 디워(D-WAR)는 한국보다 할리우드를 바라보며 만든 세계인을 타켓으로 한 영화다. 그러나 이 영화의 뚜껑이 전 세계에 열리기도 전에 김이 빠질 듯이 흔들어대는 것은 영화를 영화 그 자체로 볼 수 없게 벽을 쳐 놓는 꼴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디워(D-WAR)가 과연 할리우드에서 먹힐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미국 전역의 1700개 극장에서 9월 14일 개봉
디워(D-WAR)는 할리우드에서 흥행할 수 있을까. 디워(D-WAR)는 한국, 미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대규모로 개봉한다. 미국에서는 9월 14일 1700개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심 감독은“당초 1500개 스크린에서 개봉할 예정이었는데 미국 배급사 측에서 1700에서 2000개 극장에서 출발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일본에서도 500개 스크린 정도에서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개봉 수는 한국에서는 초대형 규모지만, 미국 현지에서는 소규모 독립 영화로 분류된다. 장르가 드라마나 액션과 다른 SF괴수영화라는 점에서 주류로 분류될 수 없고, 순제작비가 3000만 달러를 넘는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1억 달러가 넘어야 블록버스터로 취급된다. 미국에서의 1700개라면, 3000개 넘는 블록버스터들에 비해 중간급 정도에 해당된다.
디워(D-WAR)를 미국에서 공급하게 될 프리스타일은‘일루셔니스트’,‘4.4.4’등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수작을 배급해 명성을 쌓고 있는 곳이다. 마크 보디 프리스타일 대표는“우리는 상업적으로 큰 성과가 예상되는 영화만 배급한다. 그런 점에서 디워(D-WAR)는 당연히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본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디너스틴 마케팅 총괄자도“심 감독의 독창적인 유머와 특수효과가 한데 어우러져 블록버스터로서는 최상(second to none)의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프리스타일측에 따르면, 디워(D-WAR)의 흥행성공 여부를 개봉 2주안에 판가름 난다. 디워(D-WAR)의 미국 목표 관객층은 25세 이하의 남성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25세 기준에서 한참 내려한 어린이들도 즐길 만한 영화로 판단된다.
디워(D-WAR)의 용과 이무기는 그림책이나 만화 또는 머릿속 상상을 통해서만 나름대로 그려졌지, 영화 속 실사를 통해 재현되지 못했기 때문에 더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무기라는 소재는 미국인들이 신기해할만한 소재라고 볼 수 있다. 심 감독은“이제는 10만 불, 20만 불 받고 한 편, 두 편 파는 시대는 끝났다. 우리도 전 세계에 직배를 해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심 감독은“디워(D-WAR)의 기획 단계부터 철저히 미국의 10~20대 관객을 겨냥해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부정적인 관측도 있다. 디워(D-WAR)의 발전된 컴퓨터 그래픽 합성 능력을 보여준 LA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장면들은 기존 블록버스터의 전통에 충실한 맛은 있지만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그동안 미국 관객들이 봐왔던 컴퓨터 그래픽 기술과 디워(D-WAR)의 기술의 차이점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라는 문제가 생긴다. 또 한국적인 요소와 세계적인 요소의 어우러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도 의문이다.
미국에서 디워(D-WAR)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전 세계에 개봉될 것으로 보인다. 디워(D-WAR)의 투자배급사인 쇼박스의 한 관계자는“디워(D-WAR)의 외국 개봉 일정은 현재 미국과 일본만 확정된 상태지만, 미국 시장 반응에 따라 전 세계 개봉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프리스타일은 한국 흥행 성적보다 미국에서의 마케팅 성과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LA 옥스퍼드 플레이스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데이비드 디너스틴은 한국 관객 수가 미국 흥행에 끼치는 영향을 어느 정도로 예상하느냐의 질문에“한국에서 많은 관객 수를 기록하면 분명 도움이 된다. 그러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디워(D-WAR)는 한국 고유의 문화가 담겨져 있지만, 미국 배우가 주연을 맡았고 영어로 제작됐다. 미국 관객들이 얼마나 디워(D-WAR)에 관심을 갖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디워(D-WAR)는 미국 내에서는 4900만 달러 이상이면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 디워(D-WAR)가 할리우드에서 얼마나 먹힐지 주목된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