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당신의 통장을 지켜라
진화하는 수법으로 피해 급증해
2007-08-30 장정미 기자
경찰청은 특히 지난 6-7월에 걸쳐 전화금융사기 범죄를 특별 단속한 결과 총 965건을 적발하고 1002명을 검거해 이 중 188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중 사기로 얻은 자금을 외국으로 송금하는 인출․송금책이 193명, 범행에 이용할 예금계좌를 모집하는 통장 모급책이 90명, 계좌를 개설해준 통장 명의인이 719명으로, 통장 명의인을 국적별로 살펴본 결과 한국인이 685명, 중국인이 210명, 대만인이 106명이었다. 이번 특별단속 기간 중에는 각 지방청 수사2계·광역수사대·사이버범죄수사대·외사수사대 및 경찰서 지능팀·사이버수사팀·외사수사요원 등 가용 수사경력을 총동원함으로써 1,000여명이 넘는 전화사기범을 검거할 수 있었으며, 2개월에 걸친 강력한 단속활동과 병행하여 피해예방을 위한 지속적인 홍보활동을 전개한 결과 전화금융사기 범죄의 발생이 대폭 감소추세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보이스피싱, 얼굴 없는 사기
얼굴 없는 사기 보이스피싱으로 인해 서민들이 두 번 울고 있다. 서울 금호동의 H씨(52)는 최근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H씨가 사용하는 카드사 상담원이라고 밝힌 한 여자가 “신용카드 대금이 연체되었다”며 확인을 요구했다. 지난달 신용카드 요금을 모두 입금했던 H씨는 순간 당황했고, 여자는 “신용카드가 도용됐을 수도 있으니 확인해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전화가 다시 걸려 왔고, 여자는 “강남 모처에서 400만 원이 결제된 사실이 있다. 사고처리 담당자를 연결해주겠다”고 했다. 자신의 카드가 도용돼 400만원이 결제됐다는 사실에 H씨는 겁이 나고 당황했다. 사고담당자라고 밝힌 한 남자는 “최근 이러한 경우가 많다. 도용됐을 경우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으니 시키는 대로 하라”고 했다. 이어 남자는 H씨에게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신용카드 내용을 다시 확인해보고 전화를 주겠다며 H씨가 보유하고 있는 카드와 거래은행을 묻고 본인확인이 필요하니 주민등록번호와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H씨가 남자가 시키는 대로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준 후 계좌번호를 부르려던 순간 옆에서 H씨의 통화를 듣고 있던 H씨의 아들은 황급히 전화를 빼앗았다. H씨의 아들이 전화를 받아 자초지종을 묻자 남자는 성급히 전화를 끊었다. 사기수법이라는 아들의 말에 H씨는 정신을 차려 카드사에 연락해, 400만 원이 결제되거나 카드 금액이 연체된 일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처럼 보이스피싱은 음성(voice)과 개인정보(private), 낚시(fishing)를 합성한 신조어로 전화를 통해 불법적으로 개인 정보를 빼내서 범죄에 사용하는 신종 범죄다. 주로 믿을 수 있는 공공기관 등을 사칭하여 주민등록번호, 신용카드번호, 은행계좌번호 등을 알아내서 현금을 인출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금융사기다.
갈수록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수법
▲납치형=지방의 한 법원장은 아들이 납치됐다는 전화를 받고 아들의 핸드폰으로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고, 급히 5000만원을 송금했으나 재차 요구하자 1000만원을 더 입금했다. 그러나 아들은 납치되지 않았고, 이는 보이스피싱임이 밝혀졌다. 대만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전문 사기 조직은 가정주부에게 전화를 걸어 딸을 납치했으니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등 70여 차례에 걸쳐 총 7억원 상당의 돈을 챙겼다.
▲여론조사 사칭형=얼마 전 회사원 S(34)씨는 여론조사기관인 H사로부터 ‘한국인의 여름휴가’에 관한 설문조사 요청 전화를 받았다. 계획하고 있는 휴가 일정, 휴가 장소, 예상 경비 등을 묻자, S씨는 별 의심없이 대답했고, 조사원은 자동으로 이벤트에 응모됐다며 전화를 끊었다. 한달 후 S씨는 700만 원 상당의 유명 콘도 10년 회원권에 당첨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1년 관리비 7만 9000원씩 총 79만원을 내면 회원권을 보내주겠다는 말에 S씨는 신용카드번호와 유효기간을 알려주고 대금을 결제했다. S씨는 며칠 뒤 다시 확인하기 위해 H사에 전화를 걸었다가 H사 측에서 “그런 이벤트를 한 적이 없다”는 대답을 듣고 서둘러 결제를 취소했다. 회사원 P씨는 여론조사기관 조사원이라고 밝힌 사람에게 ‘기름값 인상에 따른 서민 경제의 영향’을 조사한다며 한 달에 지출하는 기름 값, 차종 등을 묻는 전화를 받았다. 며칠 후 다시 그 조사원이라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 연료 절감기를 경품으로 주겠다며 P씨의 주소와 주민등록번호를 물었다. 그러나 P씨가 휴대전화에 찍힌 발신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자 자동차부품회사라며 다른 사람이 전화를 받았다.
▲정부기관 사칭형=법정출석을 요구하는 검찰 사칭 전화사기는 사건 조회를 위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를 요구하며 이를 알려줄 경우 본인과 가족의 계좌가 대형 금융사기에 연루되어 있어 새로운 폰뱅킹을 개설해야 하며 돈을 찾을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속이고 있다. 이에 불응할 경우 기소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협박도 한다.
S씨는 최근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서울검찰청입니다. ○월 ○일 1차 법정출석을 하지 않았습니다. 2차 법정 출석일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9번을 눌러 문의해주십시오”라는 내용이었다. S씨가 9번을 누른 후 무슨 일로 출석을 요구하느냐고 묻자 상대는 잠시 확인해보겠다며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했다. S씨가 검찰에 갈 일이 없는데 직원 이름과 전화번호를 말해주면 다시 전화를 하겠다고 하자 상대는 서울 검찰청 집행과 △△△라고 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금융기관 사칭형=중국인 Y씨는 지난 6월 오전 11시 40분 쯤 전화금융사기사건을 전담하고 있는 대구 남부경찰서 지능1팀에 전화를 걸어 “카드회사인데 누군가 당신의 인적사항을 도용한 신용카드로 물품을 구매해 연체된 상태다. 경찰청에 수사의뢰를 해둘 테니 연락을 기다려라”라고 했다. 이에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간파한 P경장(38) 등 2명의 Y씨의 지시에 따르는 척 했고, Y씨는 5분 뒤 다시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금융감독원인데 피해방지를 해야 한다”며 계좌번호를 불러줬다. 경찰은 즉시 이 계좌를 은행측에 부정계좌로 등록해 지급정지를 요청했고, 이 사실을 전혀 몰랐던 Y씨는 이날 오후 1시쯤 대구에 사는 J씨(39)에게 같은 수법으로 사기를 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성접근형=며칠 전 K씨(30)는 낯선 여자로부터 한 통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오빠~왜 이렇게 연락이 뜸해♥?’라는 내용이었다. K씨가 문자메시지를 보낸 이가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아 잠시 당황하던 사이 상대는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겠다며 재차 사진 파일을 보내왔다. K씨는 호기심에 곧바로 받은 문자를 확인했고 2990원이 결제되었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그제서야 사기임을 알아챘다. 휴대폰으로 사진 파일을 확인해야 하는 경우 인터넷에 접속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현금결제가 이뤄지는 것을 이용한 신종 피싱 사기수법이었다.
▲돈 환불 유형=지난 6월 24일 D대학의 1학년 A씨는 학교 안에서 자신을 교직원이라고 소개한 한 남자에게 등록금을 환불해주겠다는 말을 들었다. 학교측 실수로 1학기 등록금 300여 만원이 자동이체로 두 번 빠져나가 600만여 원이 출금됐으니 계좌번호와 주민등록번호, 학번, 이름 등을 알려주면 잔액을 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A씨는 등록금을 환불해준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으나 등록금이 계좌에서 자동이체로 빠져나갔다는 점이 이상해 어머니에게 확인전화를 걸었다. A씨의 전화를 받고 A씨의 어머니는 곧바로 학교 재무회계팀에 문의를 한 결과, 대학측은 등록금을 자동이체로 받은 적이 없으며 학생들을 상대로 환불을 공지한 적도 없다고 했다.
▲기타유형-C씨(50)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당신 통장의 돈이 위험하다. 요즘 전화사기가 기승을 부리니 예방해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급증한 전화사기의 피해자가 될 것을 걱정한 C씨는 당장 가까운 현금인출기로 달려갔다. C씨는 “전화사기를 예방하는 보안장치를 설치해야 돈이 빠져나가지 않는다. 보안장치의 번호를 누르라”는 상대의 설명에 따라 상대가 알려준 번호를 눌렀다. C씨는 1000만원을 송금했으며, C씨가 송금한 계좌는 전화사기단의 대포통장(계좌 개설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통장) 계좌번호였다.
보이스 피싱, 이렇게 예방하라
그렇다면 사기전화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우선 대부분 상담원은 표준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조선족 억양이거나 통화자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 책을 읽는 듯한 경우, 자신이 이야기만 해대는 경우는 일단 의심해 봐야 한다. 공공기관이나 신용카드사 등은 항상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서면을 이용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또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은 개인정보를 알고 전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분확인을 위해 주민등록번호 전체를 물어보는 경우가 없으며 특히 금융기관은 개인의 계좌정보 및 예금관계를 잘 알고 있고 공공기관은 이 부분을 알 필요가 없기 때문에 상세히 묻는 경우 의심해야 하다. 사기전화는 주말이나 공휴일에 업무가 신속히 처리되지 못하는 점을 이용, 주말 등에 많지만 실제로 은행이나 수사기관이 주말 등에 전화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현금입금기 조작을 지시하는 경우 대부분이 사기이며 특히 은행직원이나 타인에게 이야기하지 말라고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의심해야 한다. 납치협박 전화의 경우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또한 개인사정으로 가족이 휴대폰을 꺼놓을 수 있으므로 가족이 어디에 있는지 등 상황을 고려해본다. 납치빙자 협박전화의 경우 중·고등학교 이상 연령의 아들을 납치했다는 경우가 많으나 실제로 대부분의 납치사건은 초등학생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하며 한국에서 성인 남성이 납치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전화금융사기 전화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녹음된 멘트로 시작된 전화의 경우 그냥 끊어버리는 편이 좋다. 궁금한 경우 상담원 연결을 시도하되 침착하게 이야기를 들어보고 따져봐야 한다. 개인정보를 묻는다면 전화를 한 사람이 누구인지, 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지 물어야 한다. 한번 유출된 개인정보는 다시 찾아올 수 없다. 계속해서 물으면 전화한 사람의 소속과 이름을 파악하고 이쪽에서 전화한다고 말하고 끊는다. 소속기관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고 사실여부를 파악한 다음에 알려줘도 늦지 않다. 개인정보를 알려준 경우 금융감독원과 각 은행이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므로 은행 창구나 금감원 소비자보호센터에 가서 시스템에 등록해달라고 요청하고 카드번호와 유효기간을 알려줬을 경우에는 카드사에 신고해야 한다. 계좌번호를 묻는 경우에는 왜 거래은행과 잔액을 묻는지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알려줘선 안 된다. 현금지급기로 가라고 하는 경우, 전화를 끊어야 한다. 전화가 다시 와도 받지 말아야 한다. 만약 현금지급기로 갔다면 시키는 대로 누르지 말고 어떤 거래를 하는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시키는 대로 했다면 계좌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확인해야 한다. 계좌이체를 확인한 경우, 은행에 들어가 직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이체 받은 계좌를 지급정지하도록 요청해야 한다. 주말이나 휴일, 야간에 피해를 입었다면 현금지급기 주변에 안내된 은행번호, 또는 114로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의 콜센터 번호를 확인, 전화한 뒤 지급정지를 요청해야 한다. 지급정지가 완료되거나 인출된 경우 경찰에 신고하되 통장거래내역이나 거래명세표 등을 제출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기관, 금융기관, 통신사 등은 전화로 개인정보를 묻지 못하며, 특히 검찰 등 수사기관이 전화를 통해 개인의 금융정보를 파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의심이 나는 전화가 걸려 오면 상대방 전화번호를 묻고 확인한 뒤 다시 전화하겠다며 일단 전화를 끊은 다음, 해당 금융기관이나 관공서에 직접 전화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사기전화는 경찰(국번없이 1379)나 은행, 금감원(02-3786-8576)로 신고하면 된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