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의 가장 훌륭한 재료는 사람이다”
사람이 채우는 맛과 멋 - '느리게걷기'
2007-10-01 조유민 기자
- 피에르 상소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 패밀리 레스토랑에 사람들은 지겨움을 느꼈다. 그들에게 하나의 대안으로 제공된 것은 화려하거나, 소박하거나, 독특하거나 하는 나름의 컨셉을 가진 레스토랑과 카페들이다. 압구정, 청담동을 비롯해 최근에는 홍대 앞, 삼청동까지 북상한 이런 레스토랑들은 마니아층을 두텁게 형성하며 외식시장에 스며들고 있다. 어딜 가나 똑같은 매뉴얼의 음식들과 일정한 비율을 갖춘 커피 맛을 즐기기보다 개성 있는 음식의 맛을 찾아, 소란스럽지 않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찾아 하나둘 모여든다. 신사동 도산공원 앞의 ‘느리게걷기’는 바로 그 컨셉을 잘 잡고 살려낸 대표적인 오가닉 테라스 카페다. 넓은 테라스를 갖추고 있고, 소란스럽지 않은 편안한 분위기와 다양한 문화이벤트들이 있기도 한 '느리게걷기'에는 그밖에도 다양한 매력들이 가득하다. “'느리게걷기'는 바쁜 삶의 길을 가는 동안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고 조금씩 천천히 가더라도 인생을 바로 보고 느림의 철학을 다시 한 번 생각하여 자신의 삶을 찾을 수 있도록 쉬어갈 수 있는 작은 여유를 주는 공간입니다.” '느리게걷기'의 여상민 대표는 카페형 레스토랑의 컨셉을 이렇게 설명했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다른 이유를 댈 지도 모르겠다. '느리게걷기'는 모델을 위한 전용 아르바이트 카페다. 모델라인과 전속계약을 맺은 10여명의 모델들이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지난 2006년 10월부터 카페 '느리게걷기'를 인수한 모델라인은 모델들이 서빙하는 카페라는 컨셉으로 대대적인 마케팅에 들어갔고, 고객들의 호기심과 눈을 자극했다. “모델을 하고 싶으나 경제적인 면이 어려운 친구들을 위해 시작하게 된 일입니다.” 여상민 대표는 모델라인을 운영하며 사업적인 면 보다는 신인모델을 키우는 차원에서 이 '느리게걷기'에 뛰어든 것이다. “패션쇼의 유무에 따라 일의 투입 유무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업아이템으로 카페를 생각했고, 이곳은 이제 어엿하게 팬들과의 교감을 위한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이는 열악한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델들로부터 안정적인 수입을 제공하는 아르바이트장이 되었다. 모델들에게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카페와 모델들 간의 윈-윈 전략이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런웨이가 있는 청담점
'느리게걷기'는 최근 대학로점을 오픈함과 동시에 청담점 오픈도 눈앞에 두고 있다. 청담점은 긴 런웨이가 있는 카페로 꾸며질 예정이다. 여 대표는 “청담점은 모델들의 아르바이트 장소뿐 아니라 전문적인 패션쇼장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라고 말했다. 카페를 찾는 고객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한 여성 고객은 “키 크고 잘생긴 분들이 서빙을 하니까 분위기도 좋고 기분도 좋습니다. 친구들에게 꼭 가보라고 추천합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느리게걷기'는 신인모델들로 스텝을 구성한 이후 매출이 3배나 올랐다. 여 대표는 “인테리어의 가장 훌륭한 재료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한다. 이곳을 찾는 고객이나 이곳에 있는 스텝들 모두 멋지고 매력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저절로 카페 분위기를 형성해준다는 것이다. 여 대표는 “내후년쯤에는 상해 신천지, LA, 일본, 홍콩에 카페형 레스토랑의 오픈계획이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젊은 에너지 충만한 카페
전속 바리스타가 고유의 커피 맛을 내고, 전속 요리사들은 철학이 담긴 요리를 만들어낸다. 달콤한 커피 향과 향긋한 음식 냄새는 매장 가운데 오픈형 키친을 통해 고객들의 구미를 당긴다. '느리게걷기'를 찾는 고객층은 매우 다양하다. 주말에 공원으로 산책을 나온 장년층 고객부터 전국 각지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온 젊은 고객들, 멀리 해외에서 이곳의 명성을 알고 찾아오는 관광객들까지 ‘느리게걷기’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로 연일 붐빈다. 편안한 인테리어와 맛있는 음식, 젊고 싱그러운 매력을 발산하는 스텝진들까지 ‘느리게걷기’를 지탱하는 자양분들이 많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됐던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후 꽃미남 종업원들이 있는 카페들이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도 분주해졌다. 이곳은 지역적 특성상 유명 연예인들이 자주 방문하는 곳으로도 유명한데 연예인에게 분주한 사인공세를 부탁하지 않는다. 특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식사와 여유도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여 대표는 “신인모델들은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일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고 여러 사회경험들을 하게 됩니다. 그것은 향후 모델 일을 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매장은 온통 젊은이들의 물결로 출렁일 때가 많다. 여 대표는 이런 젊은 에너지를 ‘느리게걷기’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꼽는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