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논란, 알 수 없는 겉과 속

신정아, 그녀를 둘러싼 끝없는 진실 공방

2007-10-01     이나라 기자
최근 문화계 유력인사의 집에서 발견된 신정아씨의 누드사진이 한 일간지에 보도되면서, 그간의 신씨를 둘러싸고 일어난 수많은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합성이다, 아니다 라는 또 다른 논란이 일며 여전히 그에 대한 추측 또한 무성한 상황이다. 원로 화가 B씨가 누드화를 그리기 위한 기초 작업으로 촬영했다는 설부터 시작해 신씨가 성 로비를 했다는 증거가 아니겠냐는 얘기까지, 당사자들의 직접적인 증언이 없는 한 신씨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학위 위조 파문’을 시작으로, 근 두 달간에 걸쳐 신정아씨를 둘러싼 논란은 가히 폭발적인 수준이었다. 단순한 학위 위조를 넘어 정치, 경제, 문화계를 둘러싼 감싸기 의혹까지, 지금도 그녀와 관련된 숱한 이야기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일간지에서는 신씨가 3년간 써온 칼럼에 대한 분석을 늘어놓았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확정하지 않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자신을 끼워 맞추는 불안한 심리적 현상을 보인다는 견해가 바로 그것이다.

현재 검찰수사,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 실장과 신정아씨가‘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이 공개된 직후부터 이 사건의 핵심 참고인들이 줄줄이 소환되고 있다. 14일, 서울서부지검은 변 전 정책 실장의 소환조사를 앞두고 참고인 조사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동국대와 교육부 실무자 외에도 기획예산처 등 정부부처 공무원, 미술계 인사, 경제인까지 다양한 인사가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그동안 신정아씨가 과분한 지위를 누린 배경에 변 전 실장의 개입과 압력이 있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함이다. 특히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과 스페인 아르코 아트페어에 큐레이터로 신씨가 선임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에 두 행사에 관여한 미술계 인사들을 비롯하여 성곡미술관 관계자들, 성곡미술관에 후원금을 낸 기업 관계자들도 잇따라 조사를 받고 있다. 변 전 실장 외에도 제 3의 후원자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변 전 실장 혼자서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기에는 그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불량자인 신씨가 개인회생을 허락받은 뒤 수억 원에 이르는 증권 계좌를 굴려온 것으로 확인되면서 또 다른 후원자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앞서 신씨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이 제 3자에 대한 결정적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이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의 구본민 차장검사는 신씨가 사용한 휴대전화가 하나가 아닌 것으로 확인한 바 있다. 신씨는 7월 미국으로 출국 직전 여러 대의 휴대전화를 쓰며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통화 내역이 확인될 경우 신씨의 도피를 도운 인물이 새롭게 드러날 것으로 검찰은 기대하고 있다. 한편, 변 전 실장은 신씨 사건이 불거진 이후 한 달 가까이 본가인 경기도 관천시 문원동 자택은 물론, 최근까지 머무른 종로구 수송동에도 그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변 전 실장의 부인도 최근 1주일 내에 본 적이 없다는 게 문원동 주민들의 전언이다.

신정아, 그녀는 누구인가
금호미술관의 아르바이트생이던 신정아씨는 1997년 12월 큐레이터로 발탁되면서 화려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2003년 성곡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주요 사립대 대학원에 출강하는 한편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추천위원, 하나금융그룹 문화 자문위원 등 화려한 경력을 거쳤다. 이후 동국대 교수로 임용된 신씨는 광주 비엔날레 예술감독과 스페인 아르코 아트페어 큐레이터로 임명되며 승승장구했다. 신씨의 화려한 경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2002년 4월부터 올 7월까지 성곡미술관에서 근무했던 신씨는 주요 기획전에 대기업, 금융사 등의 후원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2003년엔 1곳, 2004년엔 3곳에 불과했던 기업 후원은 특히 신씨가 학계연구실장을 맡은 2005년 1월 이후 부쩍 늘었다. 2005년 1월은 변 전 실장이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임명된 시점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만 총 11건의 후원을 받는 등 그녀의 후원 유치 실력은 미술관 관계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한 미술인은“미술계에서 일하다 보면 정, 재계 등 유력 인사들과 인맥을 쌓을 수 있고, 신씨는 이를 적극 이용해 새로 소개받은 인사들을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전 방위 로비스트”라고 말하기도 했다. 얼마 전, 한 일간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을 둘러싼 현 논란들에 대해 반박과 변명을 늘어놓았던 그녀는, 이미 거짓으로 드러난 일들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는 말들을 서슴지 않았다. 이와 같은 신씨의 행동에 대해, 일각에서는 그녀의 불안한 심리적 상태에 대한 견해들을 내놓고 있다. “과속을 하면 당연 엔진이 과열되는 줄 알면서 왜 그토록 과속으로 달려왔을까. 아마도 아무개 집단의 아무개라는 이름을 놓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2004년, 신씨가 남긴 칼럼의 구절 중 하나이다. 아무개는 그녀를 빗대어 표현하는 말일지도, 혹은 다른 아무개를 의미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 아무개가 누구를 의미하는 말일지언정, 그 화려한 끈을 놓고 싶지 않았던 그녀의 마음이 낳은 모순된 행동들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이유는 왜일까.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