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준비 완료, 본격 대선 라운드 돌입

범여권 후보 단일화 여부가 판세 좌우

2007-10-01     장인혜 기자
지난 8월 한나라당 17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이명박 후보는 9월 한달 동안 치열했던 경선을 거친 후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그에 비해 한 박자 늦은 경선 출발을 보인 대통합민주신당은 9명의 경선 후보 중에서 5명을 선정했고, 친노계열 후보의 단일화를 통해 경선 막바지는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후보의 접전이 시작됐다. 민주노동당도 2차 경선후보자 선출대회를 통해 권영길 후보로 결정됐다. 민주당 역시 정해진 수순에 따라 경선의 막바지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최근 대권 출사표를 던진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의 가파른 상승세가 더해지면서 본격 대선 라운드 채비를 갖추어가고 있다.


지난 달 14일 대통합민주신당 한명숙 후보는 이해찬 후보와의 단일화를 공식선언했고, 다음날 유시민 후보가 합세함에 따라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은 친노계열의 세 후보가 이해찬 후보로 단일화를 이루면서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 후보는“자기만의 승리를 위해 싸울 수 있지만 보다 더 큰 뜻을 위매 마음을 비웠다.”며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후보 단일화를 선언했고, 유 후보는 눈물을 보이며 후보 단일화를 이루어내 이해찬 후보의 선대위원장으로 활동하기로 결정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이 진행되는 동안 친노세력의 후보단일화 논란은 계속 있어왔다. 세 후보 모두 자신으로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는 바람에 다소 시기가 늦어진 감은 있으나 후보 단일화를 반전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단일화 선언 이후 실시된 각 시도지역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 결과 정동영, 손학규, 이해찬 후보의 지지율이 각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 세 후보를 둘러싼 마지막 경선 결과 예측이 더욱 힘들어졌다. 그간의 지지율로 미뤄 예측해본다면 손학규 후보의 선전이 예상됐지만 실상 득표율은 정동영 후보와 이해찬 후보에게 뒤지는 결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지지율로 보자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손학규 후보, 2위의 정동영 후보의 2강 체제가 이루어진 듯 하지만 이들의 개별 지지율은 실제 친노계열의 세 후보 지지율을 모두 합친 그것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친노계열의 후보 단일화 진행에 따라 경선 순위는 얼마든지 변동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반적인 견해다. 이로서 지지율이 겹치는 후보들간의 상승세를 타고 치열한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이 예고되고 있다. 또한 지난 2월 열린우리당에서 1차 집단탈당을 주도했던 김한길 의원 등‘통합신당추진모임’소속 의원 14명이 정동영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해 대선 경선 구도에 변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 열전이 진행됐던 지난 9월에는 학력위조 신정아씨의 권력형 비리 사건과 아프가니스탄 피랍자들의 귀환 등 큰 사회적 이슈가 많아서 실제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 흥행력은 저조한 편이었다. 실제 근 한 달여 한나라당을 제외한 각 정당들의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됨에 따라 후보들이 경선에만 집중한 나머지 일찌감치 본격 대선 준비 체제에 들어간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변동에도 큰 이변이 없었다. 그나마 대통합민주신당의 전국 순회 정책 토론회가 진행되고, 5명으로 압축된 후보들간의 열띤 토론이 있었기에 그나마 국민들의 관심을 받을 수가 있었다. 실제 C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리얼미터>에 의뢰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지 물어본 결과‘관심이 있다’는 의견은 36.5%에 불과해 60%가 넘는 국민들이 경선에 관심이 없다고 나타냈다.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의 흥행을 일으킨 공은 유시민 후보에게 돌려야 할 것이다. 경선 후보 5명은 본 경선 주자로 확정되자마자 지난 달 6일 밤 첫 TV토론회를 가졌고, 그 자리에서 후보들은 날선 공방을 펼쳐 치열한 경선 분위기를 조성했다. 유 후보는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매회 토론회마다‘유시민 어록’을 만들어냈을 정도로 각 후보들을 향한 강도 있는 비판과 허를 찌르는 질문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유 후보에게는‘옳은 소리도 싸가지 없게 한다’는 비판이 따라다녀 후보들이나 후보들을 지지하는 세력들에게는 유쾌한 상대 후보가 되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유 후보의 그와 같은 날선 공방전은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의 흥행을 도왔다.
대통합민주신당은 대선 후보 경선 방식의 하나인 모바일 투표 규칙을 확정했다. 모바일 투표는 이달 10일까지 인터넷으로 선거인단 신청을 접수해 이 달 4일부터 14일 중 나흘간 모두 네 차례 실시한다. 접수와 동시에 투표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지난 달 15일부터 한 달 동안 전국 16개 시도를 돌며 경선을 치루고 오는 15일 대통합민주신당을 대표하는 대선후보를 선정하게 된다.

경선 흥행몰이 고심하는 민주당
뚜렷한 지지율을 나타내는 후보도 없고, 격앙된 토론회 모습도 보여주지 못해 경선 레이스에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은 지난 달 12일부터 전국 순회 토론회를 시작으로 이달 16일 제 17대 민주당 대선후보를 확정한다. 민주당 경선 후보 중 1, 2위권의 조순형 후보와 이인제 후보, 김민석 후보, 신국환 후보, 장상 후보는 한 달여 동안 경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사고, 건강한 대선 후보를 선출해 내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에 대적하고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를 따돌릴만한 후보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경선 후보들은 초반에 상대적으로 치열한 대결 구도의 경선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해 당 안팎으로 지적을 받았었다. 네거티브 공략과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일관되는 타 당의 경선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비교적 평화롭고 조용하게 경선을 치르는 것처럼 보여 이는 경선 흥행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그들만의 경선’이 될 수 있다는 관점이다. 민주당 경선 후보들이 가졌던 첫 번째 TV토론회에서 후보들은 밋밋한 토론 진행을 지적받고 두 번째로 가진 토론회부터는 나름대로 날카로운 질문들과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조순형 후보는 당내 타 주자들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는 모습이다. 조 후보는 범여권 후보 지지도에서도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후보에 이어 정동영 후보와 2위를 다툴 정도로 기본 지지율을 확보한 상태다. 조 후보는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이후에도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이어왔다. 선거 유세도 다니지 않았고, 언론과의 접촉도 빈번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내 지지율 1위라는 책임감을 인식하고 토론회를 기점으로 해 본격적으로 경선에 임하고 있다. 또한 인지도 면에서는 우위를 달리고 있는 민주당 이인제 후보 역시“세번의 고비를 넘어 반드시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하며 적극적으로 경선 흥행에 동참하고 있다.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결정되는 시기는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 결정시기와 맞물려 두 당의 경선이 끝나고 나서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후보는 자신이 대선 후보가 되면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민주당 내 지지율 1위인 조순형 후보 역시 신당과의 후보 단일화에 긍정적인 입장이고 친노 후보가 돼도 단일화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시각에 대해 민주당의 유종필 대변인은“10월 중순에는 민주당과 신당의 후보가 확정된다. 그러면 아마도 11월 중순 정도나 가서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 결과 친노 계열의 후보로 결정이 나게 되면 후보 단일화의 양상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민주노동당은 권영길 후보로 확정
민주노동당은 지난 달 15일 17대 대통령후보 선출대회에서 권영길 후보를 대선후보로 확정 발표했다. 전국에 설치된 기표소에서 이뤄졌던 오프라인 투표와 15일 정오까지 벌어졌던 온라인 투표율을 합친 결과 권 후보가 선정됐다. 1차 경선에서 49.4%의 지지를 받은 권 후보와 뒤늦게 가파른 지지율 상승세를 보였던 심상정 후보의 2차 경선 레이스는 예상보다 치열했다. 노회찬 후보의 탈락과 동시에 노 후보의 지지율이 심 후보쪽으로 그대로 옮겨간다면 결국 심 후보와 권 후보의 지지율이 동등해지는 결과는 낳게 되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접전이었다. 심 후보는 10년 권영길 정치를 정리해야 한다고 권 후보를 향해 먼저 맞장토론을 제안했을 만큼 여세를 몰아갔고, 권 후보는 민주노동당 안의 심 후보, 노 후보 모두 똑똑하고 대단하지만 그래도 대통령감은 자신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민노당 당원들 절반은 대통령감인 권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대표선수를 바꿔 달라고 주장했던 나머지 반이 있었지만 결국 심바람의 돌풍을 확신하진 못했다. 권 후보는“나의 경제정책은 사람의 경제, 희망의 경제다”라며 1997년 대선 국민승리21 후보, 2002년 민노당 후보에 이은 세 번째 대선 후보로 나서게 됐다.

8%의 경제성장률, 문국현 현상
‘문국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3%대 이상의 지지율을 받으며 범여권의 대안 후보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전체 대선주자 중에서 3~5위에 들 만큼 문 후보의 추격이 거세다. 아직 5%의 지지율을 넘지는 못했지만 최근 적극적인 대선 행보를 걷고 있는 만큼 빠른 속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를 지원하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이계안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지지율 10%를 돌파하면 대통합민주신당 143명이 백기투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율 상승세가 계속되어 민주당 후보,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그리고 문 후보의 지지율이 비슷하다면 후보 단일화 과정을 밟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문 후보는 애초에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지 않았고 독자창당, 독자노선을 걸을 것을 선언했던 터라 후보 단일화에 대한 문 후보와 신당과의 입장차가 있지만 최근에는 문 후보도 정치 연합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범여권에 대해 유연해 졌음을 드러냈다. 또한 지난 달 13일 문 후보는 열린우리당 의장 출신의 대통합민주신당 김근태 의원과 비공개 회동을 가짐으로 해서 김 의원으로부터 후보 단일화에 대한 조언을 들은 것으로 밝혀졌다. 문 후보는“사람 중심의 진짜 경제로 8%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고 중산층과 서민소득을 5년 내에 50% 증가시키겠다”는 공약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본격 대선 정국 시작
이달 중순 이후에는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고, 지난 달 이미 정해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와 합세하게 되면 제 17대 대통령 선거를 향한 각 당의 대표주자들이 선정되는 셈이다. 가장 먼저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명박 후보는 타 당들의 경선이 끝날 때까지 별다른 큰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치열했던 경선을 끝내고 난 뒤라 행동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한나라당의 특성도 있지만 불거질 뻔 했던 검증공방과 대운하 정책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에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직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 과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인 대선 주자들의 대격돌이 시작됐다. 각 후보들은 상대 당에 어떤 후보가 되던지 상관없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어 향후 이들이 만들어갈 대선 드라마가 기대된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