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함으로 무장한 대선주자, 문국현

일시적 호기심인가, 또 다른 대안인가

2007-10-01     장인혜 기자
지난 8월 23일 문국현 대선 예비후보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리고 한달 후 그는‘문국현 현상’을 만들어내며 지지율 3%를 가뿐히 넘었다. 전체 대선후보들 중에서도 5위권 안에 등극했을 정도로 그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이쯤 되니 범여권에서는 그를 향한 손짓에 분주하다. 그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같은 슬로건인‘경제’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그 모습이 조금 다르다. 문 후보가 내세우는 경제는‘사람 중심 진짜 경제’란다. 그 진짜 경제가 문 후보를 이끌고 있고, 문국현 이라는 정치 문외한이라는 신선함이 문 후보를 떠 받치고 있다.


“저는 지난 33년간 기업인으로서 받았던 국민 여러분의 과분한 사랑을 뒤로하고, 이제 정치의 거친 광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저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조국에 대한 헌신과 봉사로 제 남은 생을 마감할 수 있다면 무엇이 어렵고, 무엇이 힘들겠습니까.”지난 8월 23일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은 이렇게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두렵지 않다고 했고, 어려운 것이 없다고 했다. 그 자신감 덕분이었을까. 문 후보는 출마 선언 직후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범여권 대선후보들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애당초 독자 출마, 독자 노선으로 정치계에 입문한 그는 지난 달 15일 범여권과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범여권의 각 정당에서 후보를 선출하면 그들과 후보 단일화를 하는게 최선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탈락하더라도 약속한 대로 내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 즈음에는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의 만남도 있었던 터라 김 전 의장과의 후보 단일화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문국현 대선 예비후보는 존경받는 기업인의 대표주자다. 지난 1974년 유한킴벌리에 입사해‘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캠페인을 직접 창설한 공도 있고, 1995년부터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사장으로 덕망 있는 CEO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지난 대선 노무현과 같은 신선한 대선 후보가 절실했던 정치권에서의 그에 대한 러브콜은 어쩌면 당연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독주에 대적할만한 마땅한 후보가 없었던 범여권에서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대표,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에게 유력한 대권 주자의 자리를 부여코자 했었다. 그 중 문 후보는 정치권의 제안을 심각하게 고민했고, 독자 출마를 단행했다.
문 후보는 현재 3%가 조금 넘는 지지율을 가지고 있다. 다소 늦은 대선 출마로 인해 인지도 면에서 타 후보들에 비해 크게 뒤진다.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것도 아니고, TV토론회의 기회도 없었다. 폭넓은 유권자 확보에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정치계에서는 초년병이나 다름없고 대대적으로 그를 밀어줄 정치적 세력도 가지고 있지 않다. ‘문국현 현상’의 실체를 따져보면 이렇다는 거다. 하지만 그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대략 정치에 관심이 있고, 나름의 경제논리를 가진 세력이 많다. 문 후보를 지지하는 뚜렷한 논리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이것은 문 후보 입장에서 최고의 자산이고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들의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에 의지할 잠재 유권자를 확보하기 위한 문 후보만의 노력이 무엇인지 들어보자.

#. 대선출마

Q. 문국현 현상이 거세다. 현재 민주신당 쪽의 러브콜도 있고, 지지율도 상승추세에 있다. 이렇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을 예상했나.
- 예상보다 빨리 지지율이 높아졌다. 그만큼 기존 여야 정치권에 실망하고 새로운 정치세력을 열망했던 국민들이 많이 계셨다는 증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Q. 오랜 시간동안 고민을 한 듯하다. 사실 문 후보의 대선 출마를 다들 예상은 했었지만 시기가 조금 늦어지지 않았나 생각된다. 대선 출마 여부를 두고 보낸 시간들, 고민의 핵심은 무엇이었나.

- 대한민국을 제대로 이끌 새로운 미래세력, 창조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 그런 지도자로 정운찬 전 총장이나, 박원순 변호사 등이 대권도전을 하길 바랬는데, 그 분들이 모두 출마를 안 하셔서 결국 내가 나서게 됐다. 밖에 계신 분들은 출마가 늦었다고 말씀들 하시지만, 5월경 출마를 결심하고 8월23일 출마선언을 하게 된 것은, 10여개 국이 넘는 국가의 15억이 넘는 국민들을 상대로 경영을 했던 킴벌리 클라크 북아시아 회장으로서 오히려 빨리 진행된 것이다. 내가 존경하는 분들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유일한 박사님 모두 약자를 배려하고 애국애족 정신이 남다르셨던 분들이다. 그 분들의 정신을 제가 잘 구현해야겠다는 다짐을 늘 하고 있다.

Q. 대선 출마 선언과 더불어 독자 정당 체제, 독자 노선을 걷겠다고 발표했다. 다소 도전적인 결심이 아니겠나 하는 여론이 있다. 독자 출마, 독자 노선을 선택한 동기와 계기가 궁금하다.
- 나는 범여권후보가 아니라 국민후보다. 통합신당은 정권을 책임지셨던 분들이 많이 참여하고 계신데, 그 분들은 국민들의 삶을 힘들게 하고,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서 반성하고 사죄를 드려야 할 부분이 남아있다고 본다. 통합과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경선과정이 국민들께 아무런 감동도 드리지 못하고, ‘당신들만의 잔치’라고 느껴지는 이유는 그 분들에 대한 국민의 용서가 선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 분들과 같이 당을 한 적도 없고, 국민들께 새 희망을 드리겠다고 나선 제가 그 분들과 같이 경선을 치러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Q. 이제 더 이상 경영인이 아닌 정치인 행보를 시작했다. 그리고 유권자가 아닌 대선 후보다. 뛰어들기 전과 직접 정치계에 들어와 보니 다른 점이 있나. 입장 차이에 따른 심경 변화나 생각의 변화는 어떤 것이 있나.
- 이전에는 1년에 1/3을 외국에 있을 정도로 해외출장이 잦았는데, 지금은 계속 국내에 있으니 그것이 일단 몸으로 느끼는 큰 차이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국가의 머슴이 될 각오로 국민 여러분들을 직접 만나다 보니 감사하고 감동을 받는 경우들이 많다. 예전에 기업이나 사회단체를 통해서 일할 때도 나라를 위해서 일을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요즘 더 큰 보람을 느낀다.

#. 정책

Q. 10월에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으로 인해 대선정국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꼭 논의되어야 하는 의제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내년 중에 북미수교가 맺어질 수 있도록 북한의 전향적인 변화를 유도하고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 어떤 것이든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북핵문제가 중요하다.

Q. 현 노무현 정권은 부동산정책의 실패론을 부인할 수가 없다. 따라서 지금 무너진 부동산 정책의 현실을 차기 정권은 그대로 떠안고 가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차기 정부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부동산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해 달라.

- 부동산 거품을 사회,경제적 충격을 줄이면서 어떻게 제거하느냐는 차기 정부의 큰 숙제다. 일단 투기수요를 없애야 한다. 그래서 새로 개발될 신도시에서 ‘반의 반값 아파트’를 공급할 것이다. 5년간 50만 호 이상의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원가공개와 건설업 시공사 직접 시공 제도 도입 등으로 건설비의 거품을 빼고, 아파트의 품질도 높일 것이다. ‘환매 조건부’로 분양을 하기 때문에 집값이 오르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그러면 민간부문의 아파트 가격도 거품이 빠질 것이다. ‘문국현 아파트’의 기대 효과는 실수요자가 내 집 마련을 쉽게 하게 된다는 것이다.

Q. 기업가 출신 대선후보에 대한 기업인들의 기대는 분명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문 후보의 기업정책의 큰 맥은 어떤 흐름을 띠고 있나.

- 선성장 후분배는 가짜복지정책이다. 성장을 해도 분배는 안 되는 심각한 양극화사회를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부동산, 대기업 중심 가짜경제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최대의 복지는 일자리 창출이고, 일자리는 대기업에 130만개, 중소기업에 2000만개가 있다. 그렇다면 답이 나온다. 당연히 사람중심 중소기업 중심의 진짜경제 패러다임으로 우리 경제시스템을 바꿔 경제성장과 분배가 동시에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물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복지예산을 늘려야 한다. 정부예산의 효율적 배분, 건설 부패 척결 등으로 세금인상 없이 복지예산을 확충하겠다는 것이 문국현식 진짜 복지대책이다.

Q. 지난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비정규직 보호법안의 부작용이 이랜드 사태로 인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노사관계의 유연성은 국익 신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가지고 있는 노동정책은 어떤 것인가.

- 사람중심 경제에서 노동정책은 가장 핵심적인 정책이다. 근로자의 평생학습이 보장되어 변화가 심한 환경에서 지속가능한 고용이 이루어지도록 함은 물론 중국과의 저가경쟁을 탈피하여 고부가가치 경쟁으로 가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생산성을 지금보다 배가 시켜야 한다. 이런 점에서 노동의 유연성은 무엇보다도 해고를 쉽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학습을 통해 근로자의 입지가 강화되고 근로자가 일자리를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의 이랜드 사태가 보여주는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은 바로 우리 사회의 850만명 비정규직의 상당수가 자발적으로 선택하지 않은 차별적 일자리라는 점에 있다. 선진국과 같이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파트타임 일자리가 너무 적고 강요된 임시직 일자리가 선진국의 3배 이상 되는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우선 2,3년 이상 계속 필요한 일자리에는 비정규직을 반복하거나 대체해서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노사관계가 매우 후진적인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다 알고 있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경영자들이 투명하고 정직한 경영을 하고 정보를 공개해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일부 노조가 국민들의 기대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 것은 분명 문제이지만, 10%밖에 안 되는 노조 조직률, 그것도 중소기업은 거의 노조가 없는 상황을 볼 때 노동기본권을 제대로 인정하고 노조와 성실한 대화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일랜드, 핀란드, 네덜란드 등이 이룩한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 창출 성과는 우리도 사회적 대화와 사회협약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낮은 노조조직률 및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극복 나아가 FTA 등 국가 미래를 좌우하는 과제들이 노사정만의 대화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성을 가지고 있기에 노사정 외에 시민사회, 농민, 비정규직, 기타 사회적 당사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사회협약을 통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Q. 양극화 해소나 빈곤문제, 경제 성장의 가장 기초가 되어야 하는 것이 결국 교육이 되는 것인데 현재 대선 후보들의 교육 정책에 철학의 부재가 느껴진다. 문국현의 교육 정책은 무엇인가.

- 공교육의 질은 높이고, 사교육비를 줄이는 것이 대원칙이다. 지방과 저소득층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겠다. 공교육 강화 방안으로 교육기관 간 경쟁방식을 도입할 수도 있다. 또 의무교육을 고등학교까지 확대하며, 지방교육 자치를 존중할 것이다. 대학까지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직장의 평생 학습을 강조하겠다. 국립대의 질을 높이고, 사립대의 자율을 존중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공교육을 강화한다고 해도, 그것이 바로 사교육비가 주는 쪽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사교육의 수요가 생기는 원인을 제대로 진단해야 한다. 승자독식 사회, 어느 대학을 가느냐에 따라 인생 등급이 결정돼 버리는 사회, 대기업에 가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인정도 못 받고, 자기개발도 어려운 사회, 이런 사회 풍토가 바뀌지 않으면, 사교육 수요는 줄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에 질 높은, 매력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일류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자부심을 갖고 취업을 하고, 평생학습을 통해 자기계발을 계속 해나갈 수 있도록 중소기업 중심의 진짜경제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것이다.

#. 문국현 현상

Q. 문국현 현상을 만들어내는 대중, 여론의 폭이 커지고 있다. 대중들은 지금 왜 문국현을 지지한다고 생각하나. 문 후보가 가지는 가장 큰 브랜드가치는 무엇인가.
- 사람이 희망이고, 사람이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나의 사람중심 철학이다. 실업, 비정규직, 산업재해, 자살, 양극화 심화 등으로 절망하고, 가정해체를 경험하는 많은 국민들, 그리고 이런 상황에 대해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현 정치권에 분노하던 국민들에게 희망을 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사람중심 경영이 실제로 성공적인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사실도 주목하시는 것 같다. 또 저의 살아 온 이력이‘깨끗하고 따뜻한 번영’이라는 저의 캐치프레이즈에 대해서 신뢰감을 갖게 만들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께서‘부패해도 능력만 있으면 된다’는 심정으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다면, 나는‘깨끗하고 능력도 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나의 브랜드 가치다.

Q. 인지도 면에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대중들이 문국현에게 가지고 있는 오해가 있다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

- 나에겐 정치력이 없다, 세력이 없다, 행정경험이 없다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지금 소위 정치력이 있다고 여겨지던 분, 정치경험도 저보다 훨씬 많은 분들보다 더 많은 국민지지를 받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것 같나. 진정한 정치력, 즉 힘은 국민들의 지지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민심을 얻으면 세력을 얻을 수 있다. 행정경험은 결국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푸느냐의 문제다. 나는 킴벌리클라크 북아시아 회장으로서 10여 개국 공무원들을 상대했고, 참여정부‘사람입국 신경쟁력위원회’위원장직을 3년간 맡으면서 우리나라 공무원 조직을 실무적으로 관장하기도 했다. 나는 목표를 세우고 문제를 해결하고 대안을 찾는 그런 일에는 자신 있는 사람이다.

Q. 경영인 문국현은 최고의 존경을 받은 바 있다. 정치인 문국현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치인 문국현으로서 가지는 각오는 무엇인가.
- 남의 꿈을 생각할 수 있고 남의 행복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을 많이 한다. 정치를 하는 지금, 그‘남’은 국민전체로 생각하고 있다. 좌우명이 <중용>에 나오는‘성자천지도야(誠者天之道也), 성지자인지도야(誠之者人之道也)’다. 최선을 다해 국민의 올바른 머슴이 되겠다고 노력을 할 뿐이다. 그 이후는 하늘의 뜻에 맡겨야할것 같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