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세계 최초 모바일 경선

모바일 경선의 공과 실

2007-10-31     장인혜 기자
지난 달 15일 우여곡절 끝에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는 정동영 후보로 결정됐다. 9월 15일 시작된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 레이스는 한달 동안 수많은 논란과 난관 속에서 막을 내렸다. 당초 선거인단 300만명을 모집하는 완전 국민 경선제를 구상했지만 신당의 경선은 흥행에 실패했고, 경선 진행 과정에서 선거인단 불법 등록 등의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다.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은 불법 논란과 흥행 실패로 완전국민경선제라는 의도가 무색할 정도였다. 하지만 신당 경선에서 시행된 다양한 시도들은 우리의 선거사에 기록될만한 의미를 남겼다. 신당 경선의 가장 두드러진 차별점은 투표방식이었다. 시군구별 현장 투표와 일반 여론조사,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모바일 투표 등 세 가지 방식으로경선 투표가 이루어졌다. 현장 투표는 중앙선관위가 관리하는 전자식 투표방식과 당이 관리하는 종이 기표 방식이 도입됐고, 세계 최초로 시행된 모바일 투표는 현장 투표 이상의 흥행 돌풍을 일으킨 주역이 되었다. 참여민주주의 폭을 확대하고자 했던 신당의 의도가 반영된 신개념 선거 형태는 불법, 부정 선거로 얼룩진 경선을 덮어주는 구실이 되었다.

신당 경선 흥행 주역, 모바일 투표
신당의 휴대폰 경선 참여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모바일 경선 참여 의사는 3가지 방식으로 할 수 있었다. 전화를 걸어 신청하거나 휴대폰의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 인터넷을 통한 접수 방식으로 선거인단 등록을 하면 모바일 선거 기간 동안 등록된 선거 인단의 휴대전화에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투표를 할 수 있는 조사전화가 걸려오는 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휴대전화 보급률이 세계 최대라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적합한 민주선거의 절차라는 측면에서 혁신적인 선거형태였다. 가히‘모바일 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막판 경선 열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담당했던 휴대전화 선거는 20~40대의 젊은 유권자들의 참여를 대거 이끌어냈기에 가능했다. 모바일 투표는 당초 기대했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투표율을 기록했다. 3차 모바일 투표의 투표율이 모두 70%을 훌쩍 넘어 지역 경선 투표율인 20%의 3배를 넘는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총 23만8천486명이 신당의 모바일 투표에 참여했다. 총 3차로 치러진 모바일 투표는 투표장 표심과는 달리 손학규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 경선 막바지까지 승리를 점칠 수 없게 만들었다. 이 같은 모바일 투표 흥행에 대해 대통합민주신당측은‘2007년 선거에서 세계 처음 도입된 휴대전화 투표가 새로운 미래정치를 창조하는 희망의 싹을 보여준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대리 투표 가능성은 여전히 높아
신당의 모바일 투표 방식을 두고 한나라당측은‘휴대전화가 없는 국민은 참여가 불가능해 평등과 보통선거의 원칙에 어긋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모바일 투표는 공개 투표로 헌법상 비밀투표 원칙에 어긋나고, 얼마든지 대리 투표 가능성이 있어서 직접 선거 원칙에도 맞지 않으며, 휴대전화가 없는 국민은 참여가 불가능해 평등과 보통선거의 원칙과도 괴리가 있는 등 민주주의 선거 4대 원칙에 모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또한“모바일 투표가 합법적이고 정당힌 지부터 선관위에 유권 해석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바일 투표는 여권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온‘참여’를 빙자한‘포퓰리즘’으로 민주주의의 희망이 아
닌‘무덤’으로 끝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지적대로 신당의 모바일 투표는 몇 가지의 약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휴대전화 선거인단 등록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리 접수 문제가 있고, 투표가 실시되는 과정에 있어서는 전화를 받고 투표에 참여하는 인물이 등록한 선거인과 동일 인물인지 확인 하는 방법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또한 투표 결과가 제 3자에게 노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서 비밀선거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신당의 이낙연 대변인은“한나라당의 이론대로라면 여론조사도 전화가 없는 국민은 참여가 불가능해 평등과 보통선거의 원칙과 괴리가 있는 것 아닌가”라며“대리투표의 가능성 역시 현장 투표에서도 대리투표의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 없지 않은가”라고 주장했다. 대통합민주신당도 우리 정치사에서 최초로 시도해보는 이번 모바일 투표에 대해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입장이다. 이 대변인은“휴대전화 투표의 문제점들은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보다 훨씬 더 적다는 전문가들의 결론을 얻어 휴대전화 투표를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라고 전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오충일 대표도“이번 휴대전화 투표율이 70%가 넘는 높은 참여율을 기록한 것을 필두로 세계 최초로 실시된 모바일 투표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외국에서도 우리의 사례를 배우려고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의 실질적 참여를 유도해냈다는 점에서 모바일 투표의 공은 높이 살만하나 향후 이 선거방식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언급했던 다양한 문제점들이 적극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IT 최강국, 인터넷 최강국이라는 국가적 이미지에 걸맞는 최첨단 참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에 우리나라가 앞장설 수 있는 기회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