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말말 ]
2007-11-30 장인혜 기자
지난 10월 중순부터 시작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설은 3주 만에 곧 현실이 되었다. 이 전 총재의 출마를 둘러싸고 지지단체와 반대단체의 격렬한 시위가 시작됐고, 언론에서는 그의 출마를 가상해 여론조사를 벌이기 시작했다. 여론은 만약 이 전 총재가 대선출마를 한다면 그에게 줄 표심이 충분히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지난 달 7일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대선 후보에 출마했다.
“오늘은 스스로 국민 여러분께 다짐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 인생에 있어 가장 처절하고 비장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지만 정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정신과 용기가 있다면 국민은 신뢰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국민은 한나라당 후보에 대해 안타깝게도 이점에 관해서 매우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충분한 신뢰를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정권교체 자체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좌파 정권의 종식을 위해, 불안한 한나라당 후보를 보다 못해,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 이회창 후보는 다시 국민 앞에 섰다. 그가 출마를 선언하는 그날 현장에는 기자회견 장에 모인 언론사들, 지지자들, 반대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하지만 정작 그의 옆에는 이흥주 특보 뿐이었다. 이 후보 둘레를 채울 수 있는 시간은 넉넉했음에도 말이다. 중도 하차 없이 끝까지 완주 하겠다는 이 후보의 지지율은 전체 대선 후보자들 중 2위다.
* 김용철 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법무팀장
지난 10월 29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삼성그룹 비자금 폭로’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는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을 지낸 바 있는 김용철 변호사의 선언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이번 파장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기자회견과 비리 폭로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눈 떠서 보내는 대부분의 시간이, 깨어서 의식 있는 시간이 직장에 있는 시간인데 그런 사람들하고 같이 지내기 힘들다. ‘이건 범죄다’라고 말해도 저지르는 사람들이다. 그럴 거면 왜 물어보는지. 그룹 이미지 홍보를 위해서 그렇게 돈을 많이 쓰면서 그런 일을 또 다 한다. 그 욕심이 누구 욕심이었을까?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과 대질할 텐데 어색하고 힘든 만남이 될 것 같다. 내 인생에 마지막 남은,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결단했다. 향후 상당 기간 나 같은 미친놈이 안 나오면 더 왜곡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새로 정부가 들어서면 부서마다 (삼성에) 정책 도움을 요청한다. 장관급 각료 인선할 때도 추천받고 그랬다. 참여정부도 (각료 인사를) 삼성 구조본 팀장회의에서 논의했다. 좀 우스운 이야기다. 참여 민주주의라 그런가”
검찰 수뇌부에 정기 뇌물을 바쳤다는 핵폭탄급 주장에 초기에는 언론이 잠잠했다. 그 다음에는 삼성이 잠잠했고, 그 다음에는 검찰이 잠잠했다. 모두들 숨죽이고 있어서였을까. 김용철 변호사는 로비대상 검사 명단 중 3명을 공개했다. 3명은 일부일 뿐이다. 김 변호사는 삼성의 관리검사 명단은 삼성 본관 27층 재무팀 관재파트 상무방에 '벽으로 위장된' 비밀금고 내에 나머지 명단이 있다고 밝혔다. 벽안에서 떨고 있을 어떤 이들 때문에라도 금고는 필히 적정온도가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추운 겨울이고 파장은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자식이 발목을 잡아
최근 자녀들의‘위장채용 및 탈세’논란이 벌어지면서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흔들림이 거세지고 있다. 국민들은 이 후보에게 더 이상의 도덕적 성품을 기대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졌지만 BBK의혹과 김경준씨의 귀국,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출마 등의 악재와 겹쳐 이 후보의 지지율은 적지 않게 요동치고 있다. 자식들을 유령직원으로 만들고 임급을 지급하면서 회사 경비로 처리해옴에 따라 체납의 의무도 다하지 않았다. 이 후보에 대한 작지 않은 비리 의혹들이 그간 여러 차례 계속됐지만 역시 대한민국의 대선 후보는 자식문제에 발목을 잡힌다.
“딸은 결혼도 했는데 별다른 직장이 없어서 집안 건물관리나마 도우라고 했고 생활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정도의 급여를 주었다. 다만 공무원인 남편을 따라 유학 가는 동안 이 부분을 정리하지 못한 잘못이 있음을 인정한다.”
“본인의 불찰이다. 꼼꼼히 챙기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만약 세금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조치하겠다. 이런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서 매우 송구스럽다.”
이명박 후보는 지난 사과성명에서 밝힌 대로 지난달 13일 오후 5시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종합소득세 및 주민세(2001년∼2006년분)에 대해 종로세무서에 수정 신고를 한 후 이를 납부하였다. 세금은 재납부를 하면 되지만 잃어버린 민심은 도로 찾기는 힘들다.
* 이재오 한나라당 전 최고의원
사태 해결은 결국 이재오 전 최고의원의 사퇴로 마무리가 되었다. 이 전 최고의원은 경선 이후 박근혜 전 대표측과의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다‘좌시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시작으로 정치경력 사상 최고로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되었다. 때마침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의 대선출마 선언으로 인해 이명박 후보는 박 전 대표측에게 손을 내밀어야 되는 상황인지라 이 전 최고위원의 사퇴는 불가피했다.
“제가 잘못한 것에 대해 잘못했다고 하는 게 원인에 대한 해결이다. 제가 경선 전이나 후에 똑같이 행동했다면 이는 보기에 따라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한 일에 대해 사과를 하고 그렇게 안 살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박전대표께서‘오만의 극치’라고 말씀하시고 난 다음에 진짜 생각하기에 따라 오만이구나 그걸 내가 비로소 깨달았다.”
박 전 대표측은 이 전 최고의원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았다. 사과의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명박 후보의 캠프 최일선에 서서 물심양면 이 후보를 보좌했던 이재오 전 최고의원은 마지막까지 이 후보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의‘백의종군’선언은 그가 살아온 정치인생 중에서‘후회’로 기억될 만 하다.
*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 후보, 화나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측은 지난 달 15일 MBC본사를 항의 방문해 최문순 사장 등과 면담을 했고 이어 16일에는 KBS본사를 항의 방문, 정연주 사장을 만났다. 문 후보측이 잇따라 공중파 방송사에 항의 방문하며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은 두 방송사가 대선 후보 TV토론회의 초청 대상 기준을‘여론조사 지지율 10% 이상 후보’로 한정하기로 합의한 데에 따른 불만의 표시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의 기준은‘여론조사 지지율 5% 이상’이다. 상위법이라고 할 수 있는 중앙선관위의 기준을 무시하고 방송사 자체의 10%이상 이라는 기준을 만들어 소위‘빅3’만의 합동토론회를 개최하겠다는 것은 공영방송의 본분을 망각한 채 시청률을 의식한 어처구니없는 처사다.”
문 후보의 항의 방문이 효과를 발휘할 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이번 대선부터 새롭게 시행된 대선후보 예비 등록제를 통해 예비 대선후보가 된 사람은 100명이 넘는다. 그들 모두가 방송사를 찾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조차 없는 것 또한 공평치 못하다. 결국 문 후보는 자체적으로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 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 떡값 파문 청문회
지난 달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선병렬 의원 대통합민주신당) “삼성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서 임채진 후보자께서 떡값, 뇌물을 받은 관리대상 검사로 공개가 되버렸습니다. 사실입니까?”
(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 “아닙니다.”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 “맹세할 수가 있는 것입니까?”
(임) “네.”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 “삼성 계열사인 에스원 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사실입니까.”
(임) “저는 잘 기억이 안 납니다마는, 제 집사람이...”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서울지검장에 대한 로비액수를 전달 과정에서 골프장이 많이 이용이 됐다던데 베네스트 골프장에 가본적이 있습니까?”
(임) “잘 기억이 안납니다.”
(노 의원) “골프를 같이 친 적이 기억이 안난다고 했는데 전혀 기억이 안 납니까?”
(임) “그렇습니다.”
(조순형 민주당 의원) “누구누구하고 골프장 갔던 것을 물으니까 거의가 다 기억이 안 난다고 말씀하시던데 이런식으로 답변하시면 청문회가 안 됩니다. 한번 좀 물어봅시다. 골프는 일 년에 몇 번이나 치세요?”
(임) “잘 모르겠습니다.”
(조 의원) “아니 그것도 잘 모르세요? 한달에 한번은 치세요?”
(임) “네. 그런것 같습니다.”
(조 의원) “그러면 일 년에 12번은 치셨겠네요. 근데 골프를 같이 친 사람이 기억이 안나세요? 아니 그런 기억력 가지고 어떻게 25년 동안 검사를 하셨어요?”
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에게 떡값대신 총명탕 선물해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