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심이 아닌 자존심을 지켜내는 ‘자신감’을 가진 배우-박시범

2007-12-07     강수지 기자
배우는 의식적인 것을 창조해야 할 뿐만 아니라 배역의 무의식적인 삶 또한 창조해야 한다. 이것은 배우의 감정과 감각, 생각을 통해 창조되는데, 스타니슬랍스키는 이것이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하였다.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 한 순간 배우는 배역을‘살아있는 인물’로 만드는가 하면, 다음 순간에는‘단지 그것은 보여 지는 것이 전부일 뿐’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당신이 떠나려 할 때, 당신이 문으로 다가가면 다른 사람은 당신이 떠나고자 하는 것을 알게 된다. 때로는 외적으로 완전한 부동자세가 내적 행동의 표현일수도 있다. 예컨대 슬픈 소식을 들었을 때 신체적으로는 정지하기도 한다. 결국 내적인 경험이 있으면 항상 신체적인 표출이 있기 마련인데 이것은 우리의 육체를 통해 내적 경험을 타인에게 전달하기 위함이다. 신경조직은 우리의 신체적 행동과 감정, 혹은 인간생활의 무수한 뉘앙스의 내적심리과정을 연결시킨다. 배우가 이러한 행동을 명백히 할수록 그는 등장인물의 삶의 영역 속으로 더욱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즉, 등장인물의 행동의 논리를 구축하는 것이 바로 감정의 논리 및 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스타니슬랍스키는 신체적 행동이란 ‘감정을 야기 시키는 미끼이자, 심리적인 생활을 수반하는 전조’라고 말했다.
아직은 우리의 뇌리에 생소함으로 다가오는 배우‘박시범’은, 연기를 전공하면서 스타니슬랍스키(사실적인 수법으로 무대를 시적 상징으로까지 높인 러시아의 연출가·배우·연극이론가)의 수많은 이론에 감흥을 얻고 그의 이론에 닮아있는 배우가 되고자 끊임없는 노력 하고 있다. 배우로써 진실과 믿음, 보여 지는 것, 엔터테인먼트 등 전반적인 소양을 닦아 최고의 무대를 준비하는 그는 대학로뿐만 아니라 지방순회공연, 일본 초대공연 등에서 점차적으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연극과 전공자인 만큼 탄탄한 무대연기력과 성량을 가진 그는 올 해 상, 하반기에 공연했던 뮤지컬‘그리스’의‘케니키’역으로 출연해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쾌속행진을 강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매체에서 접하는 수많은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공백 기간을 두지 않고 연극과 뮤지컬의 경계를 넘나들며 쉴 새 없이 무대에 오르고 있는 그는, 현재 대학로 아룽구지 소극장에서 연극‘모범생들’의‘김명준’역으로 연기중이며 12월 중순부터는 또 다른 작품인 뮤지컬‘솔로의 단계’의‘공봉호’역으로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배우 박시범이 보는 대학로의 현주소는 어떨까. 라이브라는 훌륭한 성격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뮤지컬배우나 연극배우들은 아직 그들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관객들에게 선보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또한 작품을 광고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종이리플렛 한 장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고, 관객 또한 자신이 보는 작품에 대한 자부심을 떨어뜨리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가 출연한 뮤지컬‘그리스’와 같은 작품들 즉, 인지도가 높고 대대적인 홍보가 가능한 작품들의 경우와는 대부분의 작품들이 겪는 아픔은 대조적일 수밖에 없다. 예컨대, 배우의 후천적인 가능성을 인정받기 힘든 것은, 기존 배우의 네임벨류만으로 공연을 찾는 관객에 대한 아쉬움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열정에 따르는 경제적인 대가가 비흡족한 부분도 배우로서 살아가는 데에 있어 안타까운 부분일 수 있다.
극단에 속하지 않고 프리랜서로 배우생활을 하는 그는 오디션과 컨텍을 온전히 자신의 능력으로 이뤄내고 있다. 쉼 없이 무대를 오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컨텍이 생각처럼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는 좌절보다는 희망을 꿈꾸며 자신을 달랜다고 말한다. 자신을 믿는 것 즉,‘자신감’과‘자만심’은 한 글자에서 상당한 차이를 머금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자만심이 아닌 자존심에 대한 자신감을 지키며 연기생활을 하고 싶다”며 당당하고 솔직한 그만의 연기모토를 밝혔다.
윤석호 감독의 연극‘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성황리에 투어 공연을 가졌을 때의 기쁨도 함께 나누었던 박시범. 다양한 상황을 경험하면서 배우고 느끼고 성장하는 그의 꿈과 연기는 일직선상에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앞으로의 미래가 밝게 조명될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으로 현실을 매워가는 그는 예술 화가이신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타고난 예능의 끼를 발산하며 연기의 꿈을 이뤄가고 있다. 창작에 큰 관심을 가진 그는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관객과 배우 모두가 갈구하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기회가 닿는다면 창작극에 많은 열정을 투자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연기는 숨소리마저 아름답다. 이룬 것보다 이룰 것이 많기에 무대에 올라 휴머니즘의 내면을 표출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NP

출연작
뮤지컬 솔로의 단계 2007.12
연극 모범생들 2007.11
뮤지컬 그리스 2007.4~2007.9
뮤지컬 겨울연가 2006.10~2006.11
뮤지컬 키스미 타이거 2006.7~2006.8
뮤지컬 하마가 난다 2006.4~2006.5
연극 나쁜어린이표 2006.1~20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