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우수 종합병원 세브란스 병원, 박창일 원장
2008-01-04 김경수 기자
“환자가 아닌 고객으로 섬기겠습니다”
국내 최우수 종합병원 세브란스 병원, 박창일 원장
“얘가 한번 휠체어를 타고 나가면 들어올 줄을 몰라요. 아주 좋아서 하루 종일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서 집에 들어오지 않아요. 선생님 정말 고마워요.”자신의 지식으로, 손끝으로, 마음으로 환자의 편안한 삶을 제공하는 의사들에게 이 같은 메시지는 무한한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재활의학의 보람은 거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환자에게 삶의 행복을 되찾아 주거나, 몰랐던 세상을 경험하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재활의학이기 때문이다.
“환자의 병을 보지 말고 사람으로, 가족으로 봐야 한다.”‘척수장애인의 대부’라고 불리는 세브란스 박창일 병원장은 몇 년 전 20대 중반인 척수마비 여성이 18년 동안 방안에서만 생활해 왔다며 밖에 나설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편지를 받고 가정형편 때문에 수술도 받지 못했던 그 환자를 재활 치료했다. 2개월간 재활치료를 받고 비로소 휠체어를 탈 수 있었던 환자의 어머니가 박 원장에게 전화를 해 휠체어를 타고 나가 하루 종일 돌아오지 않는 딸에 대해 얘기를 한 것이다. “재활의학과 의사가 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했다”고 당시 소감을 밝히는 박 원장은 척수장애인 재활치료에 국내 최고다. 박 원장은 연세재활병원 후원회장, 대한장애인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과 아시아장애인올림픽위원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고 최근에는 세계재활의학회 회장으로 역임하고 있다. 세계재활의학회는 전 세계적으로 재활관련 유일한 단체다. 세계 의학계의 주요 학회 회장으로 한국 의사가 선임된 것은 박 원장이 최초이고, 선발과정이 매우 까다로워 실제 국제적인 신임을 받지 않고는 선임되기 어려운 자리다. 박 원장은“국가적으로 재활의학과 관련해 한국을 인정한다는 의미였다”라고 전했다. 우리 재활의학의 역사가 길지 않은 것을 감안할 때 이번에 한국인이 학회장이 된 것은 우리의 재활의학 수준과 국력이 빠르게 성장했음을 실감하게 하는 부분이다. 작년 6월 세계재활의학회가 한국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박 원장은 세계재활의학회 4대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가수 강원래씨의 척수장애를 재활치료하면서 박 원장에 대한 세인의 관심도 높아졌다. 그는“솔직히 나는 의사로서 어려운 환자들, 특히 장애환자들을 위해 달려왔을 뿐인데 이런 저런 직함을 맡게 돼 무척 부담스럽지만 그들에게 내가 희망이 되고 소망이 될 수 있다기에 그것이 기쁘다”라고 말했다.
재활치료는 정신과 마음 치료까지 이루어져야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제28대 병원장인 박창일 원장은 1946년 황해도 봉산에서 3남 중 둘째아들로 태어나 넉넉지 못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인천중학교에 이어 제물포고등학교로 진학, 연세대 의대에 입학했다. 신앙의 힘을 믿기 시작한 것은 1967년 전주예수병원에서 레지던트로 근무할 당시다. “본래 어렸을 때 교회에 나간 적이 있긴 했지만 큰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때까지 계속 나를 사랑으로 기다리셨던 것 같다.”전주예수병원에서 근무하던 당시 박창일 레지던트는 날마다 하나님을 말씀을 깨치고 회개하며 의술을 펼쳤다. 박 원장은 본래 정형외과를 전공했다. “내가 1980년 정형외과 전문의를 취득했을 때 재활의학 분야는 우리나라에서 불모지나 같았다. 당시 스승이신 신정순 박사가 내게 재활의학 공부를 권유했다.” 그는 스승의 권유에 따라 재활의학을 공부했고, 1983년부터 연세대 의과대 재활의학과 강의를 시작했다. 재활의학은 통증치료 부분과 장애인 재활치료 분야로 나뉜다. 세브란스 병원은 자체 재활병원센터를 가지고 있는데 1959년 세워진 소아재활센터가 세브란스 재활병원의 모체라고 할 수 있다. 1987년 새 건물을 지으면서 재활병원으로 바뀌었는데 박 원장은 재활병원의 건축에 깊이 관여했다. “중도 장애인이 되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폭력적으로 변하고 대부분 자신의 테두리에 갇혀 사회로부터 스스로를 격리하고 만다. 그래서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회에 기여할 수 있고, 기여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이다.” 박 원장의 이러한 취지는 1992년 연세의대 재활병원에서 척수장애인후원회를 필두로 스포츠 재활사업을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재활병원은 환자의 육신과 정신 치유는 물론 퇴원 후에도 사회의 일원으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재활까지 감당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이들에 대한 고민은 모든 병원 관계자의 몫이었고, 구체적인 뜻이 모아져 스포츠 재활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는 연세대 재활병원 설립 초기부터 실무자로 일하면서 휠체어 테니스팀, 휠체어 농구팀, 아이스슬리지 하키팀 등을 만들고 장애인올림픽 국가대표 주치의로도 헌신했다. “장애인 재활치료는 신체장애만 치료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재활치료는 정신과 마음 치료까지 이루어져야 한다. 전인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박 원장은 장애인 재활치료의 이와 같은 특성 때문에라도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는 하나님이시라고 말한다.
국내 첫 글로벌 의료기관으로 인증
현재 2,064병상에 15개 암전문클리닉을 갖춘 세브란스병원은 연간 160만 명의 외래환자와 60만 명의 입원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진료의 전문화를 통한 의료의 질 향상을 추구해 암센터, 재활병원, 심장혈관병원, 이비인후과병원, 어린이병원, 응급진료센터, 당뇨병센터, 알레르기클리닉, 뇌졸중집중치료실을 운영 중이다. 세브란스 병원의 목표는 첨단 진료, 전문화, 의료기관간 유기적 관계 구축을 통하여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고 고객을 섬김으로써 가장 신뢰받는 의료기관이 되고자하는 비전을 실현하여 국내외에 으뜸가는 의료기관이 되는 것이다. 기독교의 사랑정신, 개척정신, 협동정신을 살리는 세브란스 병원은 아시아 최고의 병원, 더 나아가 세계적인 병원이라 할 수 있다. 외국에서 치료를 받으려고 월 수백 명씩 세브란스 병원을 찾고 있고, 미국의 유명한 병원에 나가는 국내 환자들에게도 인정받는 곳도 세브란스 병원이다. 작년 한 해 동안만도 세브란스 병원이 석권한 수상내역도 십여 개에 달한다. 그중 하나가 지난해 7월 세브란스 병원은 미국 시카고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국제사회에서 JCI 인증은 환자들이 안심하고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진료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예방하고 개선해, 환자의 안전은 물론 의료서비스의 질적 보장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상징이다. 세브란스 병원이 국내 처음으로 까다로운 국제 표준 의료 서비스 심사를 통과하여 인증을 받은 것으로 세브란스 병원은 국내에서도 해외 유수 병원들과 경쟁할 수 있는 환자치료 조건을 갖춘 글로벌 의료기관으로 탄생하게 됐다. 박 원장은“우리나라 최초의 병원이라는 전통을 이어 국내 첫 글로벌 의료기관으로 인증 받은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됐다”며 “환자 안전 보장 체계와 진료서비스 수준에서 국제기관으로부터 공인받은 만큼 앞으로도 더욱 우수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브란스 병원은 환자의 편의를 위해 세세한 부분까지 배려한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위해 마을버스를 병원 내에 진입할 수 있도록 했고, 셔틀 전동카를 도입해 입구에서 병원까지 수시로 운행하고 있다. 혼잡시에는 환자들을 위한 주차대행 제도를 도입하고, 진료실과 검사실마다 구두 주걱과 돋보기 안경을 비치하는 등 작은 부분까지 세심한 배려를 했다.
환자와 의사의 관계는 수평관계
우리나라의 병원들이 지금만큼의 친절도와 서비스를 선보이게 된 것은 불과 20년이 채 되지 않는다. 병원이 늘어나고 환자들의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이제 단순한 환자가 아니라 한 명의 고객으로 모시는 시대가 됨에 따라 병원의 서비스 전략과 친절도는 병원을 선택하는 기준에 우위를 차지하기도 한다. 세브란스 병원은 서비스하는 친절한 병원 문화 정착에 선두에 서 있었다. “과거 우리 의료계는 환자는 진료를 받는 입장에서 의사의 지시라면 뭐든지 따랐고, 자신의 생각과 의사 표현을 잘 전달하지 못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세브란스 병원의 박창일 원장은 바로 그 점에 착안한 것이‘환자의 권리장전’이라고 설명했다. “환자의 권리장전을 보면 환자의 신체비밀과 환자의 신분 보장, 환자에게 병명에 대한 명확한 설명 등이 명시되어 있다. 이는 환자와 의사의 관계가 수직관계에서 수평관계로 전환되는 중요한 계기였다.” 세브란스 병원은 최근까지도 고객들의 가장 큰 불만이었던 ‘설명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설명간호사제도를 도입해 환자들이 진료실 밖에서도 궁금한 점을 언제라도 알 수 있도록 해 환자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2006년부터 진료 대기시간 단축, 검사 및 수납대기, 투약 대기시간을 단축하고 다양한 분야의 업무 개선 활동을 실시해 시스템을 개선했다. 또한 CS 아카데미 운영을 통해 지속적으로 직원들에게 친절 마인드를 고취시키며, 소아암 청소년모임 운영, 국민건강마라톤 실시, 로비 음악회 및 전시회 등을 통해 좀 더 환자에게 다가가는 병원, 친숙한 병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아픈 이들을 치료
최첨단의 설비를 갖추어 고객의 편의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건물과 유비쿼터스 기술을 이용한 u-Severance시스템, 임상과 중심의 진료 관행에서 탈피하여 환자를 중심으로 협동하는 전문진료센터에서 진정으로 환자의 권리가 존중되고 모든 편의가 쉽게 제공되며, 치유의 기쁨을 누리는 병원을 박 원장은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박 원장의 임기는 2009년 2월까지다. 그는“세브란스 병원을 세계적인 병원으로 발전시켜 기독교 병원의 저력을 보여주고 싶다. 이를 위해 세브란스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아픈 이들을 치료해야 한다. 무엇보다 의료의 질을 최고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해 설명하며 “기독교 정신으로 사랑의 정도를 걷는다”고 덧붙였다. 박 원장은 의료 정책의 문제점도 지적했는데 “심사평가원에서 만든 환자치료 지침이 획일적으로 되어 있어 규정대로 치료하면 다양한 증상을 가진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가 있다. 제발 의사가 환자에게 최고의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쳐야한다.”며 건강보험법의 개정을 촉구 했다. . 박 원장은 “금년 목표는 세브란스 병원이 세계적인 병원으로 자리매김을 해서 사망률과 합병증 발생률등을 최저로 만들어 세계최고의 병원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어“세브란스의 의술과 로봇수술기, 토모테라피와 같은 최첨단 의료시설로 고객 여러분들을 최고로 섬기겠다”고 덧붙였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