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세계화를 선도할 ‘온누리한글’
한글문화사절단 양성으로 수백만 일자리 창출
2008-03-12 최수정 기자
21세기는 한글이 세계문자로 부상할 때
지난 해 ‘한국언어문학’지와 ‘한글’지에 각각 <중국어의 한글 표기 방안 연구>와 <중국어 운모의 한글 표기 방안 연구>라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하며 한글문화 전도사로 나선 이가 있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그 주인공은 이른바 ‘온누리한글’ 표기방법을 고안해 낸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정원수 교수이다. 지난 1996년 학생들에게 훈민정음을 가르치며 중국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방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그는 미국 UCLA 교환교수를 마치고 귀국한 2005년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했다. 그 결과 한글을 IT공학 및 문화콘텐츠 개발과 연계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었다. 혁신이란 기존의 과학적 기술적 지식을 현실에 응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온누리한글 중국어 표기법은 한글이라는 과학적 지식과 IT라는 기술적 지식을 접목하여 ‘온누리한글/중국어 단어·문장 변환 소프트웨어 개발’과 ‘온누리한글 중국어 성경 및 중국어 학습서 편찬과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무궁무진한 콘텐츠가 확대 생산될 전망이다. 이에 정 교수는 (주)온누리한글 예슬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온누리한글 표기법을 통해 ‘한글과 한국어의 세계화’라는 큰 뜻을 실현시키기 위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1세기 디지털시대는 한글이 로마자 알파벳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세계문자로 부상할 때라고 확신한다”라고 운을 뗀 정 교수는 한글을 통한 문자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자가 없는 전 세계 6,600여 종 소수 민족들의 언어를 한글로 표기하여 그들에게 한글문화를 전수해야 할 때가 왔다. 따라서 한글을 통한 문자개혁 운동에 모두가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 특히 대표적인 어려운 문자를 사용하는 중국의 많은 사람들이 한글을 통한 문자생활의 편리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국가 차원의 정책적인 뒷받침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가 공인한 한글의 우수성
지구상에는 6,912종의 언어가 존재하지만, 문자를 가진 언어 수는 겨우 300종에 불과하다. 이 중 현재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문자는 우리의 한국어를 적는 한글을 비롯해 영어·독일어·프랑스어 등을 적는 로마자, 러시아어와 몽골어를 적는 키릴 문자, 인도의 힌디어를 적는 데바나가리 문자, 아랍어를 적는 아랍 문자, 일본어를 적는 가나 문자, 그리스 문자, 히브리 문자, 태국 문자 등 크게 30여 종 정도이다. 국내외의 많은 언어학자들이 앞 다투어 주장하듯이,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하고 훌륭한 문자로 인식되고 있는 우리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결합시켜 음절 단위로 묶는 모아쓰기가 가장 큰 장점이며, 이 글자들로 글을 쓸 때 가로쓰기와 세로쓰기가 모두 가능하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컴퓨터나 휴대폰의 자판에 한글 문자를 입력하기가 매우 쉽고 빠르기 때문에 한글은 디지털시대에 가장 걸맞은 문자라 할 수 있다. 한글은 하늘·땅·사람을 형상화하여 만든 ‘ᆞ, ㅡ, ㅣ’ 세 개의 모음 기호에 결합원리를 적용할 경우 50개 이상의 모음소리를 적는 문자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자음 역시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아음(牙音) ㄱ’ ‘설음(舌音) ㄴ’ ‘순음(脣音) ㅁ’ ‘치음(齒音) ㅅ’ ‘후음(喉音) ㅇ’ 5개의 기호에 가획과 결합원리를 적용해 수십 개의 소리를 적을 수 있는 문자들을 만들 수 있다. 정 교수는 “한글은 누구나 쓰기 편하고 배우기 쉬울 뿐 아니라, 어떤 언어도 거의 다 표기할 수 있다. 따라서 온누리한글 표기법을 사용하면 일본어 말소리 약 350개, 중국어 약 420개의 음절을 거의 완벽하게 한글로 적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온누리한글’로 문자생활의 편리성 추구
한글자모를 이용해 중국어를 표기하는 방식인 ‘온누리한글 중국어표기법’은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 28자 범위 내에서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24자에 자음 ᅀ, ᅙ, ᅌ과 모음 ᆞ를 더하여 사용하며, 이는 북경 표준어가 아닌 다른 방언의 표기까지도 염두에 둔 것이다. 한편 중국어의 음운론적 원리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연구한 온누리한글 중국어표기법은 한자와 온누리한글 음절이 일대일로 대응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중국어 ‘好’/hao/를 /하오/처럼 두 음절로 적지 않고 //와 같이 한 음절로 적는 것이다. 이는 중국어의 정확한 발음을 적고 한글을 통한 중국어 학습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일 뿐 아니라, 컴퓨터 및 휴대폰 등 디지털기기에서 글자의 입출력 및 변환의 용이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한/중 문자의 일대일 대응원칙의 적용으로 글자, 단어, 구절, 상황에 따라서는 문장 단위의 상호 변환도 충분히 가능하게 된다. 정 교수는 “온누리한글을 개발한 것은 중국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국 사람들은 한자의 어려움 때문에 절반 가까이 어문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어느 날 문득 온누리한글 표기법을 이용한 중국어 성경을 만들면 한자를 많이 알지 못하는 많은 중국사람들이 쉬운 한글을 통해 빨리 글자를 익힐 수 있으며 나아가 성경도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이어서 그는 “온누리한글 중국어 성경의 제작이 마무리 되어 출판을 앞두고 있다. 출판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원암문화재단의 이기남 이사장님께 감사를 드린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교육 및 디지털 시장을 선도할 (주)온누리한글 예슬
해가 거듭 될수록 거세지는 한류열풍은 중국의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한국어 배우기 열풍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중국이 점차 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여가면서 대한민국에서의 중국어 학습 열기 또한 강해지고 있다. 정 교수는 “중국어의 자음과 모음 체계는 한국어의 그것과 거의 같아 중국어를 한글로 완벽하게 적을 수 있다. 한글을 중국어의 표기문자 차원에서 고안한 제대로 된 중국어 학습 교재가 없는 상황에서 온누리한글을 이용한 중국어 교육 방안은 중국어 교육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라고 확신했다. 기존의 중국어 교육 교재 시장은 ‘로마자 병음자모’를 중국어의 발음기호로 책정한 교재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학습의 효율성과 수월성을 제고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온누리한글 예슬에서는 그래서 한자를 잘 모르는 중국인들이 한글문자를 쉽게 배워 바로 성경을 읽을 수 있도록 ‘온누리한글 중국어 성경’을 제작한 것이다. 온누리한글 중국어 표기를 맨 앞에 넣고, 한문, 병음자모(로마자), 한국어, 영어 순으로 원문을 병기하여 전 세계인이 읽을 수 있게 한 <중한영 성경> 형식이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사업의 출발점이 되기도 하는 중국어 성경은 곧 출판이 되면 기독교계의 검증을 거쳐 전국은 물론 중국으로 보급이 확대되도록 할 계획이다. 이후 성인과 어린이들을 위한 중국어 학습 교재들을 다양한 형태로 제작하여 보급해 나갈 것이다. 어린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온누리한글 낱말 카드와 온누리한글 중국어 동화책의 제작이 현재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나아가 중국어 교육 시장으로 점차 확대시켜나가 전 세계 시장으로 진출을 모색하겠다”라고 밝은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편 ‘온누리한글 중국어 표기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시작으로 컴퓨터 워드프로세서 및 휴대폰 SMS용 온누리한글/중국어 단어·문장 변환 프로그램 개발을 병행하여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휴대폰 SMS용 온누리한글/중국어 단어·문장 변환 프로그램이 탑재된 이른바 ‘한글 휴대폰’은 한글과 한자의 입출력 및 변환이 신속히 이루어져 향후 중국 휴대폰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놓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 교수는 “머지않아 야후와 구글을 능가할 온누리한글 검색엔진 프로그램도 반드시 개발할 것이다. 이 밖에도 네비게이션, 게임, 각종 전자제품 등 온누리한글의 적용 대상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업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무한한 가능성을 예고했다.
“한글사관학교 건립으로 한글의 세계화 이룩할 것”
세상을 바꾸는 힘은 개인의 작은 노력에서부터 시작되는 법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충남대학교에 ‘온누리한글 연구소’를 설립한 정원수 교수의 한글 사랑 또한 세상을 바꿀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오직 영어 교육에만 매달리는 사회 풍토 속에서 한글로 중국어를 표기하는 법을 제자들과 묵묵히 연구해 온 정 교수의 노력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2006년 11월에는 ‘한글 세계화를 통한 새 인류 문명의 개척’이라는 주제로 인문학 포럼을 개최해 충남대학교 내에서의 지원과 일반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성공했으며, 지난 해는 한글날을 즈음하여 논문을 통해 언론의 큰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한글의 세계화를 위한 개인의 노력이 조금씩 물살을 타기 시작하며 우리에게 새로운 문화강국으로써의 희망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정 교수는 “온누리한글 사업을 계기로 우리는 세상에서 으뜸가는 ‘한글’의 세계화를 한층 더 앞당길 수 있다. 따라서 한글 세계화 사업을 국가의 거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책 사업으로 승화시킬 필요가 있다. ‘한글사관학교’와 같은 국가적 교육기관을 만들어 ‘한글문화사절단’을 양성한다면 수백만 명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한국문화의 세계화에 앞장서게 될 연구 인력의 양성을 통해 이들로 하여금 인류 공영과 문화발전을 견인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 교수는 “온누리한글을 통해 한글의 세계화를 이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송용호 총장을 비롯한 충남대학교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충남대학교를 한글 세계화의 메카로 만드는데 모든 역량을 집결할 것이다. 그리고 한글이 소수 종족의 무문자(無文字) 언어들은 물론 어려운 문자를 쓰는 중국어나 힌디어, 태국어, 아랍어 등 세계의 모든 언어들을 표기하는 문자로서의 위상을 정립하는데 앞장서겠다”라고 당찬 포부를 제시했다. 무(武)로써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과거 율곡 이이가 십만양병설을 주장했듯, 디지털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이 문(文)으로써 세계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젊고 능력 있는 인재들을 최대한 많이 양성하여 전 세계로 파견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한글을 널리 알리려는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의 뜻이요, 백성을 위하고 인재를 소중히 여김으로써 나라를 굳건히 했던 정치철학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리더 탄생과 함께 경제의 부활은 물론, 문화강국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