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에서 有를 창조한 “30년 흑자경영”

2008-05-06     안상호 부장
“내 나이 30대 후반에 회사를 창업하여 30년을 경영해오다 보니 어느덧 고희(古稀)를 바라보니 새파란 창업정신은 서서히 퇴색됨을 느끼게 되었다. ‘기업은 영원할 수 없다’, ‘중소기업에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거의 불가능하다’, ‘중소기업은 창업자와 운명을 같이 할 수밖에 없다’는 평소 소신에 따라 미련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30년간 사랑받던 모범기업을 종업하였다.”



지난 1977년 100% 수출을 목표로 봉제완구 제조업을 창업하여 2007년 종업하기까지 30년간 세계시장을 석권해온 (주)양지실업의 창업자인 정석주 회장의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경영방식은 최근 경제인 및 학계로부터 중소기업의 경영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30년간 흑자경영이 가능했던 것은 임기응변의 육감과 주먹구구식의 경영을 떠나 회사의 기본원칙과 마케팅 전략을 착실하게 실천한 결과였다. 즉, 중소기업일수록 잊어버리기 쉬운‘원칙’을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인간중심의 창조적 경영을 바탕으로
창업 당시 근로자 90명으로 월세공장 140평의 열악한 여건에서도 연간 미화 1,000만 달러의 수출신화를 달성했던 (주)양지실업은 이후 건평 1,650평의 공간에서 400명의 근로자들과 함께 연간 미화 3,000만 달러까지 수출하는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회사는 내 집 같이, 직원은 형제 같이, 제품은 내 몸 같이’라는 세 가지 사훈 아래, 임직원들과의 끈끈한 결속력을 바탕으로 품질고급화에 주력해온 (주)양지실업은 해외바이어와 고객들로부터 디자인 및 품질 면에서 일류상품으로 인정을 받는 등, 봉제완구 분야에서 세계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또한 은행 당좌 거래 없이 보통예금 통장으로 무 차입 경영을 해오며 지속적으로 30년간 흑자경영의 성과를 얻기도 했다. 특히 그동안 기업의 신용과 윤리경영을 중시해온 (주)양지실업은 회사 전체를 조직화하여 품질고급화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차별화함으로써 국제 신인도 제고에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해외 수입상을 통한 OEM방식을 지양하고 자체 개발품으로 직접 백화점과 체인스토아에 수출함으로써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었으며, 15개 국가에까지 수출을 다변화하게 되어 마케팅 기반확충에 크게 성공했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정석주 회장은 1980년대 중반 수출유공자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으며, 1986년 23회 수출의 날에는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편, (주)양지실업의 효자품목‘산타베어’가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를 얻으며, 미국 언론 및 정규 TV 뉴스시간에 소개됨으로써 큰 영광의 기쁨을 얻기도 했다. 1986년 연말 에만 불과 40일 동안 170만개가 팔렸을 뿐만 아니라, 22년 동안 약 400만개를 미국에 수출할 정도였다고 하니 그 파급효과는 실로 대단했다. 장석주 회장은“그동안 양적인 성장보다 안정적인 질적 성장을 추구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성공이 가능할 수 있었다”며, “무엇보다 회사의 운명은 인간중심의 창조적 경영에 좌우된다”고 말했다.

경험과 지식 사회에 봉사
대학생 시절부터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던 정석주 회장은 졸업 이후 중견기업을 전전하면서 사업을 위한 혹독한 수업을 받았다. 사업을 배우는 동안 자존심을 꺾고 역경을 이겨냈던 세월은 오늘날 그를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정석주 회장은 (주)양지실업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영국의 경제학자 아버지로 알려진 알프레드 마셜의‘Cool Heads & Warm Hearts’ 즉, 냉철한 두뇌와 따뜻한 가슴을 바탕으로, 그 중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소신을 지켜왔다.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과 기업의 윤리 및 기업가 정신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며 지난 30년 동안 올곧은 경영자의 길을 걸어왔다. 한편, 은퇴를 준비하며 사회를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길은 지난 30년간 중소기업을 경영하면서 체득한 경험과 지식을 환원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정석주 회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30년 흑자경영’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와 함께 30년간 경영과정에서 이루어졌던 현상의 생생한 기억과 모습들을 한데 모아 화보를 제작하여 중소 수출제조업의 활동 상황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알림으로써 그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기도 했다. 정석주 회장은“지난 30년 동안 회사만을 위해 살아오다보니 우리나라와 가족에게 소홀히 살았던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내 능력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봉사가 무엇인지를 찾아 “내가 경험하고 터득한 지식을 사회에 환원하는 일에 열중하고 싶다”고 소중한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노사문화로 인해 기업들이 대외 경쟁력을 잃고 도산하거나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겨가면서, 매년 실업자는 늘어만 가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 속에서 기업인이기 전에 참된 인간으로서 인간중심의 창조적 경영을 펼쳐온 정석주 회장의 발자취가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