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時評] 아시아, ‘코로나 바이러스’ 제로전략의 희생양이 되나

2021-06-07     진태유 논설위원
[사진=관련 사진 TV화면 캡쳐]

[시사뉴스피플=진태유 논설위원] 작년 2020년 봄, 유럽이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대유행의 진원지로 무방비 상태로 놓였을 때 아시아는 훌륭한 방역모범을 보이고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제로전략을 구사하는 아시아 국가들(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등)은 서구에서는 전염병 위기 속에서 흉내 낼 수조차 없었던 중국정부의 권위주의적 관리와는 달리 지난 2000년대 초 사스(SRAS) 전염병 기간 동안 획득한 호흡기 감염증의 경험 덕분에 그리고 전통적 사회규범과 IT신기술에 대한 친숙함 덕분에 바이러스의 순환을 빠르게 통제하는데 성공하는 듯했다.

그러나 1년이 조금 지난 현재상황은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럽과 북미에선 전염병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면 인도에선 엄청난 숫자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고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도 전염병이 급속도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대만이나 싱가포르는 경제활동이 마비될 정도로 심각하다.

코로나 위기에서 벗어나 국가, 사회 및 경제의 정상기능으로의 복귀는 백신 접종률에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은 명백한 것 같다. 그러나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은 백신 부작용에 대한 염려와 여러 가지 이유로 유럽과 북미에 비해 백신 접종률이 훨씬 뒤쳐져 있다.

그 주요 원인은 국가주도 방역·통제보다 바이러스 전파 속도가 더 빠르다는 고려할 때 전염병 창궐 초기부터 아시아 국가들은 백신 예방접종을 코로나-19를 극복하는데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몇몇 아시아 국가들은 정시에 백신복용량을 주문하지 않았고 이제 UN이 후원하는 코백스(Covax) 국제 프로젝트를 통해 배달을 기다려야할 처지에 놓였다. 인도는 자국의 폭발적 확진자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백신생산 수출을 중단해야했다. 중국은 백신을 생산하지만 백신 외교의 일환으로 생산물량 절반을 수출용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은 국가 간 사람들의 정상적인 이동수준으로의 복귀를 지연시키는 동시에 경제활동의 재개속도를 늦추고 있다. 인도에 발생한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의 끊임없는 위협에 직면한 아시아 국가들은 전염병 대유행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났지만 효과적인 백신전략이 없어 국경폐쇄와 격리를 연장하는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다.

호주는 ‘코로나 바이러스’ 제로전략의 한계를 보여주는 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놀라운 방역성공을 거두고 있다. 고립된 섬 상황을 이용하여 초기에 국경을 폐쇄하고 엄격한 격리정책을 시행했으며 확진자가 발생하자마자 즉각적인 지역 격리시스템을 시행했다.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 정책은 현재 전염률이 거의 0에 가까워지고 호주국민 대다수가 거의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등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됐다.

하지만 호주 역시 장기적으론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기약 없는 국경폐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호주정부는 국경이 2022년 중반까지 폐쇄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조치는 2년 동안 강제격리가 시행되어 이산가족, 경제, 이민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유럽과 북미의 국민들은 격리 해제되고 다시 삶에 활기를 띠면서 점차적으로 국경을 다시 개방하는 반면에 아시아는 어떤 면에서 팬데믹(pandemic)초기 방역성공의 희생양이 됐다.

유럽과 북미에서 증명된 바와 같이 백신접종만이 코로나19의 팬데믹 재앙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제 세계 각국의 백신제약기업들은 백신의 생산 및 전달을 늘려 아시아 국가뿐만 아니라 남미·아프리카 등에도 충분한 양을 보급해야 인류의 긍정적인 미래를 볼 수 있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