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양돈농협 이재식 조합장, 전국양돈조합장협의회 신임회장 취임

현장 모르는 탁상행정, 국내 양돈산업 고사 위기에 몰려

2021-06-07     노동진 기자

[시사뉴스피플=노동진 기자] 전국양돈조합장협의회는 지난 5월 3일 2021년도 제1차 협의회를 개최하고, 만장일치로 부경양돈농협 이재식 조합장을 신임회장으로 추대했다. 이 회장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양돈산업이다”며 “현안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와 지속발전 가능한 양돈산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농림축산식품부에 전달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뛰겠다”고 밝혔다.

축산업, 악취 문제 개선되고 있다
부경양돈농협 이재식 조합장은 수십년간 양돈농장을 경영하는 당사자이자, 8대 조합장 역임,  2015년부터 조합장을 맡고 있는 양돈산업의 산증인이다.
지난 5월 31일 마주한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 전국양돈조합장협의회 수장을 맡아 책임감이 무겁다”며 “협의회를 통해 양돈조합의 역할과 위상을 넓여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국민들의 먹거리를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똘똘뭉쳐 있는 양돈산업이지만, 각종 규제로 인해 신음이 깊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식 회장은 “축산업이 악취로 인해 각종 민원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5년 사이 많이 개선됐고, 현재도 저감을 위해 노력 중에 있다”며 “이는 언제가는 문제가 없어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면서 “농가들도 고심하는 부분이자, 계속해서 투자하고 있는 부분을 이해해달라”고 전했다.  
동물복지 부분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동물복지의 시작은 거세와 인공수정을 없애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육환경과 밀도를 높이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며 “거세의 경우 고기의 악취를 잡는 방편이기도 한데, 유럽의 경우 동물복지 차원에서 거세 대신 도축 전 검사를 통해 걸러낸다”고 설명했다. 

돼지고기, ‘육질등급’ 도입해야
소고기와 같이 돼지고기도 ‘육질등급’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고기는 근내지방도, 육색, 지방색, 조직감, 성숙도에 따라 1++, 1+, 1, 2, 3등급으로 판정, 소비자의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반면 돼지고기는 도체 후 무게를 측정하는 규격등급인데, 우스갯소리지만, 운 좋으면 최상질의 고기를 맛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사실상 소비자의 선택권이 없는 상황. 생산자 입장에서도 잘 키운 돼지고기의 가치를 누릴 수 없다. 
이재식 회장은 “구이문화가 익숙한 국내에서는 돼지고기도 육질등급으로 시행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해야 한다”며 “생산자도 육질등급에 맞춰 종돈과 사료 등을 달리해 최상질의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힘든 양돈산업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라는 광풍도 몰아쳤다. 우리나라는 2019년 9월 처음 발생, 코로나19 시대와 함께 지난해부터 힘든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살처분과 수매로 방어에 나섰다. 또한 멧돼지 이동경로에 윤형철조망을 긴급 설치하고, 기존 설치되어 있는 광역울타리의 훼손구간, 출입문 닫힘 상태 등을 집중 점검하며 멧돼지 차단에 나섰다. 농장방역 대책을 수립하고 울타리 설치를 권장했다. 악한 상황은 피한 듯 하지만 여전히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위기감은 감돌고 있다.
이재식 회장은 “언제 다시 전국적 전염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며 “확실한 차단을 위해 궁극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하는데, 현재 담당기관이 이원화 돼 있어 뾰족한 방안이 나올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의 말대로, 현재 축산농가의 경우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멧돼지는 환경부가 맡고 있다. 전염의 근본적인 매개체인 멧돼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해결책이 딱히 없다. 반면 호주와 미국의 경우 독약이나 호르몬까지 이용하며 멧돼지를 제거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형마트 최저입찰, 납품업체와 소비자 모두 피해
이재식 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부경양돈농협은 국내 최대의 양돈전문농협이다. 이 농협은 위생적이고 우수한 품질의 돼지고기를 생산, 공급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여기서 생산하는 최고급 냉장육과 냉동육, 햄·소시지 등 육가공품의 브랜드가 ‘포크밸리’로 각 가정에서 한 번쯤은 맛봤을 만큼 유명세를 이어간다. 
인기에 힘입어 직영판매장도 30여 곳이 넘는다. 앞으로 100개까지 늘릴 목표를 세웠다. 해외수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0년대부터 홍콩에 수출했는데, 최근 올해 연말까지 300만 달러 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1월부터 현재까지 수출실적 100만 달러를 초과 달성한 상황이다. 물량 확대와 지속적 거래를 위해 노르디스카 파트너스와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이재식 회장은 “국내 양돈을 해외로 수출하는 경사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내에서 물량 전체가 소화되지 못하는 아쉬움도 남는다”며 “100kg 돼지를 도축하면 53~55kg 정도가 고기다. 이 중 25kg이 선호도가 높은 삼겹살과 목살, 갈비다. 나머지가 전지와 후지인데, 2차 가공을 통해 햄과 소시지로 생산된다. 문제는 2차 육가공업체가 신선한 냉장육을 선호한다면, 냉동과 보관 등의 추가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업체들도 더 나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현실은 수입육 외에 부족분을 국내산육으로 대체하는 점이다. 국내 기업들이 서로 협력해 국익을 대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저입찰제에 대한 폐해도 있다. 축산품에 대해 최저입찰을 시행하는 국가는 몇 안된다”며 “대형마트의 최저입찰은 업체 간 과다 출혈경쟁을 유발한다. 재고 처리를 이유로 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에 납품하며 적자에 허덕이게 된다. 소비자들도 질 좋은 제품의 선택에 있어 배제되며, 결국 국내산이 고사 돼 수입육이 안방을 차지하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면서 정부의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함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