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時評] 홍콩, 반중(反中)언론 ‘빈과일보’의 죽음

2021-06-28     진태유 논설위원
중국을 비판하다 폐간 된 홍콩 빈과일보[사진=티비화면 촬영 캡쳐]

[시사뉴스피플=진태유 논설위원] 홍콩의 빈과일보(苹果日报, Apple Daily)는 영국 타블로이드(tabloid) 문화에 영향을 받은 홍콩의 연예인들의 가십기사의 황색신문의 성격과 탐사언론보도의 성격이 혼합된 반중언론매체이다.

홍콩 행정부는 빈과일보 기사 50여 개를 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중국어로 간행되는 발행부수가 많은 신문인 빈과일보의 조사는 홍콩 엘리트 일부에 대한 비판, 친 민주주의 운동에 대한지지, 중국 공산당의 부패 관련 보도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조사와 탄압은 독립 언론사를 표방하는 빈과일보를 언론의 자유를 상징하는 신문으로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빈과일보의 창업자 지미라이((黎智英)는 1960년 12세의 나이에 중국에서 홍콩으로 건너 온 이후,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Giordano)를 창업하여 아시아 굴지의 의류기업으로 키운 사업가였다.

그는 1989년 중국 정부의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유혈진압에 충격을 받고 1990년 넥스트 매거진, 1995년 빈과일보를 창간해 언론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20년 8월 체포된 그는 20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며 국가보안법 위반에 대한 여러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어 빈과일보는 6월24일 목요일 창간 기념일 6월30일을 며칠 앞두고 마지막 호를 발행한 후 문을 닫게 되었다. 이 역사적인 마지막 호는 백만 부로 배포됐다.

중국의 국가보안법은 국가전복, 탈퇴, 테러 및 외국 세력과의 공모 등 4가지 유형의 범죄를 처벌하여 법적 공백을 채우기 위해 채택된 엄격한 법으로 영국 관습법이 근간이 된 홍콩 사법체계를 무너트렸다.

역사적으로 억압은 독재·전제적 권력이 민주적 반대자들을 무력화하는데 사용하는 가장 일반적이고 단순한 도구임에 분명하다. 증명이라도 하듯 2020년 8월, 지미라이를 체포하고 자산을 몰수한 것이다.

그리고 금년 2월에는 47명의 전직 대의원과 야당 인사들이 국회의원 선거를 위해 친-민주주의 캠프의 예비 선거를 조직하거나 참여함으로써 국가전복 범죄를 저지르도록 공모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억압적인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을 제외하고 1989년부터 매년 개최된 천안문 학살을 추념하기위한 6월4일 철야 추모회가 금지되었다. 마침내 6월17일 목요일, 홍콩경찰은 빈과일보 본사에 또다시 압수수색과 동시에 은행계좌를 동결하고 편집장 등 고위 관계자 5명이 홍콩 보안법 담당 경찰들에 체포됐다. 그 중 2명은 국가보안법이 제정되기 전에 보도된 기사를 문제 삼아 외세와의 공모혐의로 기소됐다.

홍콩에 적용되고 있는 국가보안법은 중국 본토에서와 마찬가지로 공산당을 위한 노골적인 억압의 도구가 됐다. 중국은 50년 동안 즉 2047년까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구성을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사실상 파기한 것이다.

오로지 중국은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고 중국공산당의 적들에 대항한 싸움에서 이기는 것만이 중요해 보인다. 따라서 중국정부는 중국에 반대하는 개인과 집단을 ‘서양의 대리인’으로 간주하여 야만적 국가보안법을 통해 억압을 하는 것이다.

홍콩의 언론의 자유는 죽었다. 중국정부가 공개적으로 시행하는 이러한 억압정책은 반민주·반인권적 행태를 보이면서 중국의 평화적 정세에 대한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