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선거로 인해 정치의 새로운 면을 봤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인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
2008-05-28 장인혜 기자
# 18대 총선
Q. 17대에는 비례대표로 당선이 되어 18대 총선 승리가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다. 17대와 18대 국회 입성의 차이점이 있나.
- 개인적으로는 비례대표로 국회 입성을 했고, 18대는 지역구 선거였기 때문에 큰 차이가 있다. 17대 때는 구체적으로 내 선거다 하고 뛰기 보다는 한나라당 선거다 생각하고 임했고, 당시‘깨끗한 정치’라는 슬로건으로 열심히 뛰어다녔던 것이 생각난다. 그러나 이번엔 지역구에서 직접 지역민들을 만나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개인 후보로서의 장점을 표명하는 선거였기 때문에 더 힘들었고, 치열했다. 한분 한분 만나는 것이 표로 직결되는 거였고, 당락이 결정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역선거라는 것을 치르면서 스스로 많이 배우게 됐다. 4년 동안 정치를 했지만 지역선거는 정치의 새로운 면이었다.
Q.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해 4년이 흐른 2008년의 나경원 의원은 전략공천으로 출마했고 승리를 했다. 4년만에 고속성장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년 동안 인지도 면에서나 정치인으로서나 성장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었나.
- 큰 성장이라고 표현해주시는 건 과찬이다. 인지도 면이나 호감도에 있어 그렇게 평가하시는 것 같다. 그만큼 책임감도 더 많이 느낀다. 실질적으로 지난 4년 동안은 개인 나경원이 어떤 정치인으로 일해야겠다는 욕심보다는 17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염원했던 것은 정권교체였고,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께서 많이 알아주시고, 대변인으로서 했던 역할과 모습에 대해 박수를 많이 보내주신 것 같다.
Q. 정권교체가 목표였다면 목표를 이룬 것인데.
- 그렇다. 이건 개인적인 것이지만 만약에 한나라당이 정권교체를 하지 못한다면 내가 정치를 계속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도 고민을 했었다. 그만큼 절실했다. 정권교체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저 개인적으로 정치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통로가 생긴 셈이다.
Q. 4년 동안 국회 안에서 했던‘정치’와 국민들을 가까이서 접하고 대하면서 다시 느끼는‘정치’에 차이점이 있을 것 같다.
- 중앙정치는 아무래도 큰 그림의 정치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에 비해 지역정치는 지역민심을 직접 느끼는 거다. 지역민 목소리 하나하나가 모여 민심을 이루는 것이다. 민심을 직접 만나고 직접 접촉하는 것, 그런 것을 통해 더 가깝게 국민들에게 다가갔다 생각한다.
# 정치
Q. 이슈가 되고 있는 미국 쇠고기 협상에 관한 나 의원의 코멘트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인의 행동범위와 현직에서 할 수 있는 활동에 오차가 있는 것인가.
- 정치가 어려운 이유는 현안 파악이 잘 되어있지 않은 급박한 상황에서 정답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받는다는 거다. 사실상 어떤 현안 파악에서 지지율 때문에 정치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정말 좋고, 필요하다면 그 부분을 설득하면 되는 것이고, 설명하려 노력한다. 표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언을 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특히 대변인을 하다보면 그럴 때를 많이 느낀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도 모르는 가운데 정답을 요구받을 때가 있다. 쇠고기 파동에 대해서는 내가 직접 발언의 기회가 없었다. 다른 의원님들의 경우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거나 이런 방법으로 표현을 하기도 하는데, 나는 지금까지 이슈가 되는 현안마다 의견을 표출하지는 않았었다. 쇠고기 파동 문제는 정부의 협상에 있어서 정부의 초기 대응 문제나 다소 잘못된 부분이 있었던 점은 맞다.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바로잡아야 할 것이고, 사과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다만 실제적으로 광우병 위험성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게 왜곡되거나 과장된 부분이 있고, 올바르지 않은 방법으로 사태를 자극하고, 선동적인 세력에 대해서는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친박연대와 무소속 연대의 한나라당 복당 문제가 예상보다 긴 진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논란의 중심에는 유권자가 없다. 복당문제를 바라보는 국회 밖의 시선에는 반응이 없다는 거다.
-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게 자꾸 권력투쟁으로 사안이 번졌는데, 나는 처음부터 무소속연대측은 바로 받아들이자는 입장이었고, 친박연대는 당대당의 문제라 조금 다른 차원의 문제가 있다. 사실 우리가 공천을 잘못해서 무소속으로 출마하신 분들도 있지 않나. 그런 분들은 반드시 받아들여져야 하지 않겠나 생각하고 그 외의 분들에 대해서 조금은 우리가 기준을 정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도 있기 때문에 기준이 필요하다. 무조건 전원 입당이라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국민의 눈높이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을 국민들께서도 분명히 본다고 생각한다. 더 솔직히 말하면 모 당선자의 경우도 국민들께서 과연 저 사람이 국회의원 자질이 있느냐 하실 수가 상당히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그것은 우리 한나라당이 그동안 계속 노력했던 것,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이나 능력을 차치하고서라도 도덕성 문제 만큼은 가장 강조를 했던 부분인데 그런 기준을 친박연대이기 때문에 무조건 다 받아들이자는 의견을 한나라당이 수용하기에는 어려운 것 같다. 그것이 권력투쟁의 문제로만 비춰지고, 마치 박근혜 전 대표한테 뭔가 부당한 대우를 했다는 배경으로 복당문제를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있다. 물론 지난 대선 때 박 전 대표를 도왔다는 이유로 공천이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분명히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 친박연대라는 이름을 빌미로 박 전 대표와 아무런 인연이 없던 분들을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국민들 정서에도 맞지 않고 분명 분리해서 생각해야 하는 문제다. 또한 친박연대를 모두 다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마치 박 전 대표에 대한 예우를 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 본다. 박 전 대표에 대한 예우 부분에 있어서 만약에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바로 잡아야 되는 것이다. 따로 분리가 되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원칙에 맞는 이야기를 해야 한고 생각한다.
# 한나라당 대변인
Q. 1년 8개월 대변인 생활을 했다. 한나라당의 얼굴, 대변인을 함으로써 정치인 나경원은 어떻게 변하고 성장했다고 보나.
- 대변인이라는 자리는 대부분 정치가 움직이는 곳의 중앙에 있고, 사실상 중심에서 정보를 듣고 결정하는데 있어서 이런 저런 통로로 영향을 미치고 중요한 위치다. 따라서 그런 과정을 볼 때 대변인 생활로 인해 정치의 본질에 접근했다는 생각도 든다. 더욱이 대변인 활동 시기가 대선기간과 맞물려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대변인 활동을 통해 정치라는 것에 대해 많이 배웠다.
Q. 대변인 활동은 정치인 나경원의 이미지 형성에 가장 큰 디딤돌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대변인의 이미지가 본래 이미지인가.
- 자기주장 강한 이미지 말인가. 정치인으로서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정치는 좀 확실한 각을 세운다는 것이다. 조그만 차이도 큰 차이인 것처럼 이야기를 해서 각을 확실히 세우는 모습이 정치인으로서 선명성이 있다고 선호하신다. 그러나 나는 그런 정치에 익숙하지 않다. 정치라는 것이 정말 대화와 타협이 우선해야 선진정치라고 본다. 사실 각을 세우는 것 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하는 것이 내 모습 같다. 원래의 성격도 그렇고 전직도 그렇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그것을 꼭 관철하는 것이 나쁜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극단적인 대립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존중하는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Q. 그렇다면 나경원의 브랜드 이미지가‘대화와 타협’이라고 정리 되는 건가.
- 그렇다. 사실 기존의 대변인이 가지는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대변인을 시작하면서 안 어울린다는 우려도 있긴 했다. 그러나 그 정도의 칭찬을 받고 물러날 수 있었던 것은 대변인으로서 내가 이야기 했던 모습이 지나친 헐뜯기나 비난보다는 합리적인 비판과 대안 제시형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변인 역할을 하면서 정한 원칙이 있었는데, 하나는 인신공격 하지말자 였고 다른 하나는 자극적인 표현을 쓰지 말자 였다. 합리적인 모습이 국민들께 좋게 다가간 것 같다. 초창기 대변인 활동을 할 때 내 모습을 모니터해 본 적이 있었는데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내 모습에 나도 거부감이 들었다. 순한 표현으로도 얼마든지 핵심을 집어줄 수 있다고 여겼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온건하고 합리적인 비판, 이것이 대변인으로서 추구했던 이미지였다.
# 18대 국회의원
Q. 17대 국회를 마치면서 아쉬운 점은 없나. 목표로 했었는데 달성하지 못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 아쉬운 것 많다. 목표한 것도 다 못했다. 하고 싶었던 것들 다 못해서 그런지 국민들께서 일 더 하라고 뽑아주셨나 보다. 장애인 인권을 포함한 인권문제에 관심을 많이 두었고,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을 했는데 내가 원하는 만큼 달성은 못한 것 같다. 인권 관련 문제에 대해 좀 더 관심 가지려 한다.
Q. 18대 국회를 맞이하면서 세운 계획은 어떤 것들인가.
- 18대에서는 인권문제와 별개로 계획이 하나 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이 성장위주의 정책으로 가면서 사회적인 분배가 없지 않나 하는 걱정을 하신다. 이제 새로운 복지개념이 어느때 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이 된다. 나눠주는 복지가 아니라 성장과 함께 하는 복지, 이 복지가 새로운 성장을 추구할 수 있다는 개념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을 하고 싶다.
Q. 지난 4년을 지내고, 앞으로 다가올 4년을 앞두면서 경험해봐서 이제는 익숙한 점과 알기 때문에 더욱 두려운 점이 있을 것 같다.
- 초선으로서 이제 조금 알았다. 재선이 되었으니까 그만큼 기대가 높아지신다. 그 기대를 받으니까 걱정이 많이 된다. 초선 때에는 실수를 해도 조금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재선은 아니다.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또한 한나라당이 야당에서 여당이 되었기 때문에 좀 더 책임의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개인적으로는 더 알맹이를 채우는 시기가 되어야 할 것 같다.
# 여성정치인
Q. 미인 정치인이라는 칭호가 부담스럽지 않은가.
- 부담스럽다. 사실 여자는 나이가 들어도 칭찬을 들으면 좋지만, 나경원 브랜드로 얼짱은 나 자신한테 한계가 되기도 한다. 내 외모가 나를 기억해주시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이제는 일 잘하는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싶지, 얼굴 예쁜 정치인이라는 평가는 부담스럽다. 예쁘다 소리 들을 나이 지나지 않았나.
Q. 46세 중년이다. 또래의 여성들과, 학부모와, 주부와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때로는 어깨의 짐이 무겁지 않은가.
- 나 역시 주부, 애기 엄마다. 보통 직장 가진 엄마랑 똑같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사실 우스운 말로 제가 국회의원은 3디 업종이라고 얘기를 한다. 지역구 하다 보니까 정말 주말도 없고, 출퇴근 시간이 없다. 어제도 일요일인데 지역구에 나갔다 왔다. 그런데 다르다, 특별하다 생각하면 국민들과 멀어지게 된다. 나도 보통 엄마이고, 주부다. 내가 국회의원으로서의 책임감과 사명의식은 분명 있지만 내가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진 않는다. 정치인은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언제든지 다시 돌아가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늘 열려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아내가, 엄마가 너무 유명인이라서 가족들이 힘들어 할 것 같은데, 가족들의 희생과 도움에 어떻게 보답하고 있나.
- 며칠 전에는 아들 학교에서 공개수업이 있었다. 마침 시간이 나서 참석했었는데, 끝나고 반 친구들이 쫓아와서 사인을 해달라고 하더라. 쑥스러워서 안하려고 했는데 주위 엄마들이 현조가 요즘 바쁜 엄마 때문에 의기소침해 있다면서 해주라고 하시더라. 아들은 선거 과정에서 많이 속상해하고, 엄마가 국회의원 안했으면 좋겠다고도 말했었다. 그런데 딸은 엄마가 TV에 나오고 활동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딜가나 엄마를 소개하고 싶어한다. 딸 때문에 웃고 산다. 어디 나가서 밥을 먹고 뭘 살 때에도 애들이 그런다. ‘엄마, 사람들이 엄마 쳐다봐.’ 쑥스럽고 민망하다. 그런데 이제 그게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Q. 스트레스 많이 받을 것 같다.
- 이제 좀 행동에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 그렇다. 애들한테 필요한 것도 엄마인 내가 직접 좀 사줘야 하는데, 자유롭게 다닐 수가 없다. 엄마가 하도 안 돌보니까 아들이 구멍 난 바지를 입고 다니기도 한다. 대변인 시절에도 메이크업, 의상 모두 다 내가 해서 도와주는 분이 없었다. 그래서 가끔 백화점도 가고 그랬었는데, 이제는 자주 못 갈 것 같다. 예전에는 좌판에서 옷도 고를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렇게는 못할 것 같다.
Q. 가까운 주변 사람들은 정치인 나경원을 어떻게 생각하나.
- 사실 처음에 내가 정치를 한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 모두가 다 놀랐다. 대학 동기들을 정치지향적인 사람들 순서로 일등부터 놓는다면 제일 꼴찌가 나경원이라고 할 정도였다. 그렇게 안 어울리는 사람이 정치를 한다고들 하신다. 사실 지금도 기존의 고정적인 정치인 이미지와는 내가 잘 어울리진 않는 것 같다. 정치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걸 위해 노력을 하는 편이다.
Q. 한나라당은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당 안팎에서 나 의원의 최고위원 자리를 두고 예측이 나오고 있다.
- 지금 현재로는 특별히 그 자리에 관심은 없다. 재선의원으로서 속을 더 채우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새 정부가 출범한 시기이기 때문에 정책부분에 있어서 국민들께 다가가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콘텐츠 있는 그런 정치가 필요한 것 같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