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미국산 쇠고기 협상 타결 이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로 재협상 여론 거세

2008-05-28     장정미 기자
지난 5월 2일 청계 광장에 1만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개방한 정부의 굴욕적 한미협상을 철회하고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하기 위함이었다. 이 같은 대규모 촛불집회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지 겨우 두 달 만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는 물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주장했던 시민단체조차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지난 5월 2일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 협상을 철회하라는 촛불집회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반대의 움직임에 대하여 인터넷에 떠도는 ‘광우병 괴담’과 일부 언론들이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한미 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일반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과의 재협상은 없다고 일축했다. 정부는 그간 쇠고기 청문회와 각종 매체들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며 여론을 진정시키려 했으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짐에 따라 지난 15일로 예정되었던 장관고시를 일시적으로 연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재협상을 요구하는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광우병의 치료법 없어 치사율 100%
미국 쇠고기 전면개방을 앞두고 온 국민이 광우병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걸리면 1년 이내에 죽는다는 무서운 광우병이 뭐길래 사람들은 이렇게 쇠고기 전면개방에 반대할까. 광우병은 의학적인 명칭은 우해면양뇌증으로 소의 뇌 조직이 흐물흐물해져 방향감각을 잃고 미친듯이 움직인다 하여 일명 광우병으로 불리고 있다. 광우병이 사람에게 옮겨지면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vCJD : 인간 광우병)’으로 불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보통의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은 잠복기간이 수십년으로 보통 40-50대에 발병하는 것에 증상이 나타나며 1년 이내에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다. 하지만 소에게서 감염된 변종은 나이와 상관없이 발병해 우울증, 시각장애, 비틀거림, 자율신경 조절장애 등의 증상진하게 을 겪다 뇌 조직이 스펀지처럼 구멍이 숭숭 뚫리면서 결국 치매현상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다 죽게 된다. 또한 광우병에 걸린 소를 뼈로 갈아 만든 사료를 먹고 큰 닭에게도 감염이 될 수 있으며, 병에 감염된 소나 닭의 배설물로 비료를 만들어 사용하면 채소도 안전하지 못하며(교차오염의 위험성), 광우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프리온은 고온고압으로 제거되지 않아 원인 제거도 불가능하며 현재 치료법도 전무한 상황이다. 1986년 최초로 광우병이 발생되었던 영국은 광우병으로 인해 200,000여마리의 소들이 죽어갔으며, 1994년부터 인간에게도 소의 질병에서 발견된 똑같은 증상의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원인을 분석해본 결과 초식을 하는 소에게 동물의 사체를 갈아서 만든 사료가 주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변종 크로이펠츠 야콥병에 걸린 환자들은 광우병이 걸린 소고기를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뼈와 혈액, 내장 기관들이 질병의 위험 요소를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광우병에 대한 유럽 각국의 대응
■영국= 축산농가의 피해를 우려한 영국 정부는 1988년 6월에야 이 병을 신고대상 질병으로 지정하고, 7월에는 이 병에 감염된 소를 모두 도살하겠다고 발표했으며 1989년에는 소의 뇌와 척수, 비장, 편도선 등 모든 내장을 식용금지하는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1996년 광우병 쇠고기 때문에 사람도 인간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광우병에 대한 공포는 다시 고조됐다. 영국 정부는 초기 늑장 대응으로 광우병 사태를 키운 셈이 됐고,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확인하고 철저한 방역-보건 대책을 취하게 됐다. 영국 정부는 광우병을 막기 위해 우선적으로 육골분이 포함된 사료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광우병에 감염된 소를 도살하는 것은 물론 광우병에 걸린 암소가 낳은 송아지와 광우병 소와 함께 사육된 다른 소들까지 모두 살처분했다. 소의 뇌와 척수, 비장, 편도선 등 모든 내장을 식용 금지하는 처분은 이미 1989년 내렸다. 또 인간광우병이 수혈이나 외과수술장비를 통해 쉽게 감염될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의견에 따라 영국은 1999년 이래 수혈용 혈액에서 감염경로가 될 가능성이 큰 백혈구를 제거했다. 혈액응고제 같은 의약품들은 미국에서 수입한 혈장을 이용해 만들어졌다. 보건부는 외과수술장비를 통한 감염을 막기 위해 이 장비들을 소독하는 데 2억파운드를 투자했다. 영국은 광우병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아직도 광우병의 불안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덕에 이제 소비자들은 정부를 믿고 영국산 쇠고기를 안심하고 사먹고 있다.
■스위스=영국과 아일랜드에 이어 유럽 국가로서는 3번째로, 1990년 11월 스위스에서 광우병으로 불리는 우해면양뇌증(牛海綿樣腦症.BSE) 감염 사례가 처음 발견된 이후 17년만의 일이었다. 지금까지 감염 사례는 모두 463건에 이르고 있다. 광우병이 스위스에서 가장 창궐했던 1995년에는 68건이 보고됐으나, 스위스 연방 정부가 강력한 광우병 대책을 실시하고 광우병 전담 태스크포스를 가동한 2001년부터 추가 감염 사례는 해가 거듭할수록 줄어들었다. 2001년 42건, 2002년 24건, 2003년 21건, 2004년 4건, 2005년 3건, 2006년 2건, 그리고 2007년에는 ‘제로’가 됐다. 스위스 연방 수의청은 2001년에 동물 사료의 전면 금지, 감염된 가축의 살처분 및 소각 조치들을 취한 바 있다. 이런 성과를 토대로 스위스 연방 정부는 수의청 산하 광우병 전담 태스크포스를 절반 가까이 축소하기에 이르렀다. 인원을 20명에서 12명으로, 관련 예산도 350만 스위스프랑(CHF. 350만 달러)에서 200만 CHF로 줄였다. 이와 함께 광우병 태스크포스의 주안점도 기존의 광우병에 관한 대책으로부터 동물들의 위생 및 보호, 인간적인 먹거리 생산, 먹거리의 안전성 및 위생 등을 포함한 먹거리 생산 전반에 걸친 대책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태이다. 또한 여전히 국지적으로는 광우병 감염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감시활동을 지속하는 동시에, 무엇보다 인간에 의한 인간의 광우병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관련 연구 조사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스위스가 이처럼 17년만에 사실상 광우병을 퇴치하는 개가를 올린 것은 과학자들과 정치인, 행정부, 그리고 축산업계를 포함한 관련 당사자들이 상호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조치를 취한 데 따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태스크포스를 이끌었던 취리히대학 신경병리학연구소의 아드리아노 아구치 소장은 작년 스위스국제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서로 다른 차원에서 대화와 협력이 가능해 즐거웠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면서 “그런 시너지 효과에 힙입어 중요한 결정과 구상들이 제 때에 실행에 옮겨질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아구치 소장은 특히 “정치인들은 과학적인 진전을 광우병의 완전한 퇴치를 겨냥한 구체적인 조치들로 ‘번역’해 낼 수 있었다”고 말하고 과학과 정치, 행정, 그리고 관련 업계 간의 ‘직접적 연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스위스 연방 정부는 일단 광우병을 퇴치하는데 성공했지만 향후 재발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광우병에 관한 감시와 연구 조사를 지속하면서 재발 가능성 및 인간에 의한 감염 등에 경계를 늦추지 않는 한편 광우병 위험성이 높은 소의 내장 등이 식탁에 오르지 못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독일=독일의 광우병 대책은 철저하고 체계적이다. 지난 2000년 11월 독일에서 처음으로 광우병에 감염된 소가 발견된 후 24개월 이상 된 소의 경우 도축 전에 의무적으로 광우병 검사를 받도록 하는 등 광우병에 대한 통제를 시작했다. 또한 유럽연합(EU)이 2001년 동물성 사료 사용을 전면 금지함에 따라 독일 당국은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이는 것을 금지했다. 독일 방역 당국은 광우병 감염이 의심되는 사례가 발생할 경우에는 즉각 폐기 처분하고 감염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광우병 감염이 우려되는 소 및 쇠고기의 반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 지난 2001년 유럽 전역에서 광우병 우려가 확산됐을 당시 독일 소비자들은 쇠고기 소비량을 70% 이상 줄였으며 EU가 소시지에도 소의 뼈 부분에서 발라낸 고기가 첨가되어 있어 인간 광우병 감염 우려가 있다고 발표하자 소시지 판매가 격감했다. 독일에서는 지난 2003년에는 광우병 검사를 받지 않고 도축된 소가 1천여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큰 소동을 빚은 바 있다. 이 사건 이후 독일 농업.소비자보호부는 광우병 관리 및 축산물 통제를 강화했다. 독일은 광우병 파동이 진행되던 지난 2002년 연방 농업.소비자보호부로 식품안전행정을 단일화했다. 농업부 산하에 연방소비자보호식품안전사무국을 두고 식품안전 위기관리 업무를 맡겼고 식품위험평가원을 설립, 식품 위해도에 대한 평가를 담당하도록 했다. 특히 정책결정 과정에서 분리해 평가 업무를 전담하도록 한 식품위험평가원은 정치적 간섭을 막고 평가결과를 국민에게 가감 없이 전달함으로써 소비자의 신뢰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은 광우병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위해 기업형 축산을 지양하고 생태 친화적인 방식으로 축산업을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광우병에 대한 엄격한 통제를 시행하고 있는 독일은 미국의 광우병 대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독일 식품위험평가원은 지난 2004년 미국 축산업시장에 대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축산업이 유럽의 안전기준에 현저히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광우병 대책에 대해 광우병 감염 차단 노력과 감염 이후의 통제가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소를 사육하고 도살하는 과정에서 유럽의 관리 기준에 못 미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축산물 관리체계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산 쇠고기 과연 안전한가
지난 4월 쇠고기 협상을 체결한 미국 정부는 미국 내 소들의 광우병 감염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주장하며 ‘광우병 안전국가’임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측은 “지난 1993년 12월 미국에서 처음으로 광우병 감염소가 발견된 뒤 지금까지 광우병이 보고된 사례는 모두 3마리”라고 공식적으로 밝혔으며 “미국에서 연간 3천 500만 마리의 소가 도축되는 점에 비춰볼 때 극히 일부”라고 주장한다. 미 농무부는 지난 2003년 12월 세 번째 광우병 감염소가 발견돼 한국, 일본 등 미국산 쇠고기 주요 수입국이 수입을 전면 중단하자 그 이듬해 6월부터 광우병 검역 실시대상을 확대했다. 과거에는 도축되는 소 가운데 연간 2만 마리 정도를 대상으로 광우병 검역을 실시했지만 지난 2004년 6월부터 약 2년간 광우병 검역대상을 1천마리로 확대해 총 70만 마리에 대해 광우병 검역을 실시했다. 이는 국제적 가이드라인인 하루 110마리보다 9배 이상 많은 것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미국 정부는 설명한다. 미 농무부는 “약 2년간의 조사결과 미국산 소 가운데 광우병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소는 단지 4~7마리로 미국에서 광우병이 질병으로 창궐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주장한다. 지난 1990년대 초반 영국이나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위스 등 15개 유럽국가에서 1년에 수백 마리씩 광우병 감염사례가 발견된 것과는 전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은 특히 지난 2007년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을 ‘광우병 위험통제국’으로 지정한 것을 내세워 국제적 기준에서 보면 미국이 광우병 안전국가라며 그동안 광우병 위험을 근거로 수입을 중단한 한국과 일본 등에 시장개방을 압박해왔다. 미국 육류수출협회측도 “한국으로 수출되는 미국 육류는 아무나 공급할 수 없고 등록된 작업장에서만 가능하다”며 “이들 작업장들은 한국 정부가 제시한 요구사항들을 지켜야 수출할 수 있다”며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산 소들이 광우병에 감염된 사례가 극히 적다는 미국 정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검역체계가 허술하다는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미국의 소비자단체인 휴먼소사이어티는 병들고 부상한 소를 발로 차거나 심지어 지게차로 밀어 도살장으로 모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이들 문제의 소가 도축된 뒤 시중에 유통된 것은 물론 학교 등 각종 급식시설에도 공급된 것으로 확인돼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6만 4천 톤의 쇠고기 리콜사태로 이어지는 등 그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이 사건이 발생하고 미국 육류 및 낙농업계는 농무부에 광우병으로 의심되는 ‘주저앉은 소’에 대해선 검역을 통과한 뒤에도 도축을 금지토록 법을 개정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지난 2006년 한국이 30개월 미만인 미국산 소의 뼈없는 고기에 대해 제한적으로 수입을 재개한 뒤 포함되어선 안 될 뼈가 수차례 포함되어 수입이 중단된 것도 미국의 허술한 검역체제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한·미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왜 문제 되나

양국간의 협상은 미국산 쇠고기 검역의 조건을 대폭적으로 낮추어 중단되었던 수입을 재개하는 내용으로, 2008년 4월 18일 합의되었다. 합의 내용대로라면 대한민국은 미국으로부터 연령 30개월 미만 소는 편도와 소장 끝부분을 제외한 모든 부위(두개골, 뇌, 3차신경절, 눈, 등골뼈, 척수, 등근신경절 등 대부분의 SRM 포함), 30개월 이상 소는 특정위험물질(Specified Risk Material, 이하 SRM)을 제외한 모든 부위(뼈 포함)의 수입이 허용되게 된다. 이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을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SRM 반입 가능성=이번 협상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특정위험물질(SRM) 7가지 부위를 제거한 30개월 이상의 뼈를 포함한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한 것이다. 협상 전까지 30개월 이하로 연령을 제한해왔던 건 광우병의 99%가 30개월 이상 된 늙은 소에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30개월 이상의 소는 특정 위험 물질(SRM)을 모두 제거해야 하지만, 검역당국이 수입 쇠고기의 이력을 확인할 길이 없어 이들 소의 SRM이 섞여 들어올 여지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2008년 초 뼛조각이 박힌 살코기와, 등뼈가 아예 제거되지 않은 고깃덩어리가 수입됐다가 검역과정에서 적발되어 반품된 사례를 볼 때, SRM이 100% 제거된다는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편도와 소장끝이 수입이 허용된 내장에 섞이는 경우 X-ray나 육안 판별이 용이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 한편 농림수산식품부는, 미국 도축장이 수의사의 감독 아래 치아감별전문가가 치아감별을 통해 연령감별을 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며,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소는 도축 및 가공과정에서 SRM이 완전히 제거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치아감별법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품는 전문가도 있다. 또한 수입육 포장에 연령, 월령 표시 의무가 해제됨에 따라 포장박스에 있는 특정위험물질(SRM)에 포함된 쇠고기가 30개월 이상인지, 미만인지의 판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한민국 내 검역 신뢰성 문제=5월 7일 쇠고기 청문회에서 강기갑 의원의 질의와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의 응답 과정에서 검역법 재개정이 있더라도 현재 국내에 음식점의 28%에 불과한 업소만이 검역을 받는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이후 대규모 급식업체, 대규모 사업장, 학교 급식 등에서 법적으로 검역을 시행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운천 장관은 법적으로 검역을 시행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육회수공정 문제=국제수역사무국에서는 특정위험물질(SRM)이 섞여 들어갈 수 있는 육회수공정(AMR : Advanced Meat Recovery)을 금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협상 내용에 따르면 수입하기로 되어 있다. 미국 내에서는 육회수공정을 거친 고기를 학교 급식에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미국 FDA 기준의 SRM 포함 문제=미국 FDA에서 특정위험물질(SRM)으로 분류한 부위 중 일부(경추의 횡돌기와 극돌기, 흉추·요추의 극돌기, 천추의 정중 천골능선과 3차 신경절)가, 이번 협상의 수입 범위에 포함되어 있다. 지난 5월 14일 FTA 청문회에서 통합민주당 최성 의원이 이 문제를 제기하였으나,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은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이 사실은 그 전까지 농식품부가 “‘새로운 수입위생조건 용어의 정리 1-1’에 의거 미국 육류검사법에 기술된 소의 모든 식용부위에서 생산된 제품만을 포함해 미국에서 식용으로 규정되지 않은 제품이 국내로 수출될 우려는 없다”고 했던 바와는 배치되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은, 협상에서 SRM의 범위를 유럽연합(EU)의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즉, EU의 기준으로는 SRM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미국이 SRM으로 규정한 것을, 협상에서는 굳이 SRM에서 제외한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위의) 부위들은 우리나라에 수입될 수 없으며 미국 국내용과 한국 수출용은 같다”고 공식 부인했다. 광우병 경험이 많은 EU 국가들은 정밀하게 SRM 부위를 규정하고 있지만, 광우병 경험이 적은 미국은 주변 부위까지 포괄적으로 제거하고 있다고 농식품부는 밝혔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미국 국내용과 한국 수출용이 같은 쇠고기냐는 것이다.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본문 1조 및 부칙 2항)에는 한국에 수출되는 쇠고기가 ‘미국 연방 육류검사법에 기술된 대로 소의 모든 식용(食用) 부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미국 국내용과 수출용이 같은 것임을 수입조건에 명문화한 것이라고 농식품부는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내수용과 수출용을 나눠 따로 작업하려면 별도의 작업 라인을 만들어야 하는 등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미국이 이런 방식을 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이상길 농식품부 축산정책단장은 “최 의원이 지적한 부위들은 미국에서 식용이 아니기 때문에 내수용에서나 수출용에서나 모두 제거된다”고 말했다.
■광우병 통제국 판정의 신빙성=2007년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은 미국을, 특정위험물질만 제거하면 소의 연령이나 부위에 제한 없이 수출이 가능해지는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판정했다. OIE는 24개월 이상 소가 백만 마리 이하인 나라는 7년 동안 20~30%정도를, 백만 마리가 넘는 나라는 7년 동안 45만 마리를 검사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24개월 이상 소가 4천만 마리 정도인 미국은 후자의 기준으로 표본 검사를 실시하였다. 이같이 낮은 비율의 표본을 검사하고 받은 판정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있다. 판정이 나오기 직전인 2007년 4월 우리 정부는 이 문제를 OIE에 제기한 바 있다. 반면, 모든 소를 검사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제수역사무국의 기준에 따라 광우병 위험 높은 소를 중점적으로 검사하였기 때문에 판정을 신뢰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육안으로 보아, 광우병 위험성이 높은 소를 중점적으로 검사하는 방식으로 광우병 안전성을 채점하였고(예를 들어, 정상적인 소를 검사하면 최저 0.01점, 광우병 증상이 있는 소를 검사하면 최고 750점까지 주는 식이다.), 미국이 최근 7년간 OIE가 권고하는 기준보다 10배 가까운 점수를 받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앞두고 미국산 소의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등 국내 여론이 악화되자 미국 농무부가 도살장에서 병들어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는 일명 ‘다우너(downer)’ 또는 ‘앉은뱅이 소’의 도축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