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時評] 칠레, 불평등과 싸우기 위해 좌파 선택
승리의 요건은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적극적인 결선투표참여를 통해 통제되지 않은 신자유주의 경제모델에 대한 강력한 거부의사였다.
[시사뉴스피플=진태유 논설위원] 칠레의 가브리엘 보릭(Gabriel Boric) 신임 대통령은 1차 투표에서 깜짝 1위를 차지했던 극우성향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José Antonio Kast)를 꺾고 결선투표에서 56%를 득표해 당선됐다.
승리의 요건은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적극적인 결선투표참여를 통해 통제되지 않은 신자유주의 경제모델에 대한 강력한 거부의사였다.
이렇게 해서 칠레는 2021년 12월19일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1차 투표에서 극우 후보인 카스트가 근소한 차이지만 승리를 했기에 결선투표에서 가브리엘 보릭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줄은 아무도 예상 못했다.
칠레국민들은 가브리엘 보릭을 대통령으로 선출함으로써 심각한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는 보수정권의 정책들에 등을 돌린 것이다.
지난 1990년 3월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Augusto Pinochet)의 퇴진 이후 권력을 잡은 좌파정권과 유사한 면이 있다.
따라서 오는 3월이면 36세가 되는 전(前) 정치적 극좌운동권 학생회장 출신이 칠레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것은 단순한 세대 도약만이 아니다.
그의 승리는 2022년에 칠레 국경을 넘어 확장될 남미의 부흥에 대한 희망으로 좌파 진보정치세력에 불을 붙인 것이다.
이같이 중남미에 좌파물결이 거세지고 있는 정치상황에서 콜롬비아에선 5월에 브라질에선 10월에 대통령선거가 있을 예정이다.
지금 중남미는 정치적 왜곡이 무엇이든 간에 예상보다 더 강력한 극좌성향의 정치세력에 의해 강경한 극우세력을 몰락시킬듯하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아르헨티나의 부분적 총선에선 중도좌파 페론주의 성향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Alberto Fernandez) 당이 중도우파 야당에 의외로 밀리기도 했다.
중남미는 또한 니카라과, 쿠바, 베네수엘라에서 권위주의적이고 독재적인 또 다른 전통적 좌파의 거점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 진행 중인 중남미의 좌파물결과는 거의 연관이 없어 보인다.
아무튼 칠레의 보릭 신임 대통령은 우파정권의 무제한 신자유주의 경제모델 즉 교육 및 보건부문에 민간자본이 유입되어 연금기반이 약화되고 양극화가 악화되는 불평등 모델을 거부하면서 새로운 사회주의 경제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우파정권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면에서는 부인할 수 없는 괄목한 결과를 낳았지만 2019년 항쟁으로 사회적 분열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이번 보릭 대통령 승리를 위한 대중적 기반을 마련해 준 셈이다.
가족이 크로아티아에 뿌리를 두고 있는 보릭 대통령은 칠레는 신자유주의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자발적이든 아니든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정책을 통해 더 공평하고 재분배적인 조세개혁과 국가를 좀 먹는 불평등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릭 대통령은 의회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우익 야당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보릭 대통령은 이미 야당과의 대화를 약속했고 이는 칠레에 고무적인 신호인 동시에 필요하다. 그의 임기 시작이 주요 헌법 개정과 동시에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며 그동안 칠레국민들이 겪은 분열과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