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협받는 인류 - 먹거리의 위협 > 인간이 만든 덫에 인간이 걸리다
가장 위험한 인간의 ‘식탁’
2008-07-02 장인혜 기자
GMO식품, 다이옥신, 환경호르몬, 광우병, AI, 가축항생제, 농약, 비료 등 우리의 먹거리 대부분에는 인체 위해 요소가 일부 내재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패스트푸드와 수입먹거리의 안전을 위한 방부제 등 보다 많은 사람이 더 많이, 잘 먹기 위해 인간이 개발한 모든 방식들이 수십년 동안 진행되어 오면서 결국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위해요소들이 범람하고 있고, 금지된 농약살포와 농약의 과다살포 등 인위적 요소들 또한 제대로 통제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1975년부터 1977년까지 2년간‘식생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미국상원에서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결과에 따르면 결국 현대병으로 명명되는 많은 성인병들인 심장병, 고혈압, 관절염, 암, 비만을 비롯하여 알 수 없는 많은 질병들의 원인이 식생활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인체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땅에서 나는 음식물들이 점차 각종 환경오염과 질소비료, 농약 등에 의해 변질 가능성이 크고, 식품 가공 기술의 발당에 의해 인간은 더욱 그 위험에 노출되는 삶을 살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앞으로의 식생활이 과거 1세기전의 자연적인 상태로 돌아가야만이 인간의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결론지었다. 즉 지난 30여년간 급격하게 이루어진 식생활의 변화에 인간의 신체가 적응하지 못하고 온갖 질병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인스턴트 가공식품의 발달과 패스트푸드점의 급증, 육식위주의 식생활 등으로 빚어지는 식환경의 변화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까지 만성 질환의 증가와 성장, 면역 장애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먹거리 불안감 해소 위해 정부가 나서
지난 달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3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서 불거진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쇠고기 수입 제한 월령을 30개월 미만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가축전염병예방법은 가축의 전염병 중 국민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낳을 수 있는 것들에 한해 국가가 직접 관리 감독해 피해를 막거나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소에서 발견되는 광우병이나 조류에 감염되는 AI와 같은 가축전염병을 위해 국가가 발 벗고 나선 셈이다.
또한 정부는 국민의 먹거리 불안감 해소를 위해 대책안을 내놓고 있다. 식품 이물사고 관리 지침을 발표하는가 하면 국무총리실 산하에‘먹거리 안전 확보TF’를 구성하는 등 국민이 안심하고 먹을 식탁 보호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12일 국무총리실은‘먹거리 안전 확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는 부정식품 유통 차단에 범정부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식품 이물질 유입사건과 GMO(유전자 조작) 옥수수 수입, AI파동, 광우병 논란 등 최근 국내에 불어 닥친 먹거리 위험을 불식시키고자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국무총리실 박철곤 국무차장은“먹거리 행정의 엇박자를 줄이고 공통된 행정력을 견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TF 구성의 의미는 크다”고 말하며“선진국 수준의 먹거리 안전 환경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세계 AI 감염자 384명, 국내에는 한 명도 없어
지난 달 19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인도네시아 여성 2명이 조류독감(AI) 바이러스인‘H5N1’에 감염돼 사망했다고 밝혔다. 2003년 12월 이후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의 AI 감염자는 모두 133명으로 이 가운데 사망자는 110명이다. 세계에서 감염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은 것이다. WHO는“이들이 병들거나 죽은 가금류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I는 조류독감으로 불리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청둥오리 등 야생조류나 닭, 오리 등 가금류에 발생하는 동물전염병이다. 이 바이러스는 사람에게서 인플루엔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와는 다른데, 일반적으로 사람의 감기가 사람과 전혀 다른 종인 개나 고양이에게 전염되지 않는 것처럼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종에 특이하기 때문에 사람에게 병을 일으킬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론상 조류인플루엔자는 사람에게 전염이 안 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최근 들어 조류인플루엔자가 사람에게 감염되어 병을 일으키고 있다. 2003년 이후 현재까지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및 유럽, 아프리카 등지에서 조류인플루엔자의 인체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고, 08년 4월 현재 총 382명이 감염되고 241명이 사망하는 높은 치사율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감염된 사람들은 주로 발생농장의 농장종사자 등 감염된 조류와 밀접하게 접촉했던 사람들로서 조리된 닭고기 및 오리고기 섭취로 인하여 감염된 사례는 아직 없다. 우리나라는 2003년 12월부터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인 A/H5N1가 확인되었지만 인체 감염 사례는 지금까지 한 건도 없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2006~2007년 고병원성 AI 발생시에는 발생농장 종사자 114명에 대한 혈액검사 결과 1명의‘무증상 항체양성자’가 확인된 바 있다. 무증상 항체양성자는 임상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단순히 혈청검사에서만 양성인 경우를 말하고, WHO의 환자기준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AI는 호흡기로 감염될 수 있는 전염병이나, 일반적인 대기 속에 AI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AI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단계라 AI 바이러스와 접촉한 경우에도 감염가능성은 낮다고 알려져 있으나 감염조류와 사람간의 친밀한 접촉을 통한 사례는 보고되고 있어 감염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한다. 또한 사람들이 우려하는 비둘기를 통한 AI 감염은 전세계적으로 아직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AI가 발생하면 발생농장 뿐만 아니라 3km 이내의 닭이나 오리․달걀은 전부 폐기 조치되고, 3~10km 사이의 조류 및 그 생산물에 대하여도 이동통제를 실시하기 때문에 일반 국민이 오염권과 접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엄마가 섭취하는 환경호르몬은 태아에게 직접적인 영향
환경호르몬의 위협은 매우 잠재적이다. 환경성(외인성) 내분비계 교란물질인 환경호르몬은 인체에 들어가면 여성호르몬과 똑같은 작용을 하는데 그 양상을 보면 남성의 정자 수를 급격하게 감소시키고, 성장 억제, 생식 이상 등을 일으킨다. 다이옥신 등 70여종의 화학 물질에서 환경호르몬은 발생된다. 인간이 만들어 쓰다 버리거나 사용 중인 각종 화학 물질, 농약 등이 먹이 사슬을 통해 체내에 들어와 마치 진짜 호르몬처럼 작용해 성장 프로그램을 방해하는 것이다. 극히 적은 양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회성이 아닌 생명체의 체내에 축적되는데 아기 엄마가 섭취하는 환경호르몬은 태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영구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문제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환경호르몬은 일회용 용기에 들어있는 라면, 깡통에 들어 있는 음료수나 통조림, 플라스틱 용기에 들어 있는 음료수나 음식에 녹아있을 확률이 많고, 특히 뜨겁게 가열되거나 기름기 있는 음식의 경우 그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따라서 컵라면을 비롯하여 찬 음식을 전자렌지에 데워 먹기보다는 그릇에 담아 가스 불로 직접 데워 먹는 것이 낫다. 농촌에서 사용하는 살충제나 제초제, 일반 가정에서 모기 퇴치를 위한 살충제에도 환경호르몬은 발생될 수 있고, 뿌려진 살충제는 지구 어딘가에 남아서 계속해서 생태계를 파괴하는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게 된다.
가축 질병 예방 아닌 성장 촉진하는 가축항생제
우리의 식탁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보다 근본적인 곳에서 시작된다. 가축의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되는 항생제로 알려진 가축항생제는 가축의 성장 촉진을 위한 항생제로도 널리 쓰인다. 곡물위주의 사료에 의한 소화관내의 과도한 세균을 억제해 보다 적은 량의 사료로 동물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지속적으로 소량의 항생제를 사료에 섞어 먹이면 동물들이 조금 빨리 성장하는 것이다. 동물의 건강과는 관계없이 경제적 이유로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어 가축항생제에 대한 위험성은 세계적으로도 감지하고 있다. 미국의 세계적인 대규모 패스트푸드업체인 맥도날드사는 가축의 성장촉진을 위한 항생제 사용을 점차적으로 중단해달라고 전 세계 육류 공급자들에게 촉구했다. 그러나 농장에서는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가축들의 건강을 해치게 되고, 병든 가축으로 육류 공급을 하는 것이 더 위험하고, 소비자들의 건강을 해치는 것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국내 가축항생제 사용량은 외국에 비해 10배가 넘는다. 국내에서 가축용 항생제는 연간 1200t이 판매되고 돼지, 닭, 수산물, 소의 순서로 항생제 사용량이 많다. 절반이 넘는 가축항생제는 현재 사료 첨가용으로 사용되고 있고 치료용이 아닌 예방용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실상은 항생제로 인해 가축의 소화력을 높여 성장촉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한가지 문제는 허가된 항생제의 절반 정도는 식품 잔류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위험성이 우려된다. 지난 달 4일 식품의약안전청에 따르면 농수산식품부 고시에 따라 배합사료에 허가된 동물용 항생제 25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2종은 식약청에 잔류 허용기준 조차 설정되지 않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농식품부와 식약청 사이에 식품 잔류 허용기준 설정에 필요한 업무 협조체계가 구축되지 않은 데 따른 결과다. 지난 해 10월 식약청이 발표한‘동물용의약품 실태조사 결과 및 안전관리대책’에 따르면 2004년 기준으로 국내 육류 총생산량 대비 항생제사용량은 미국의 3.6배, 호주의 14.5배에 달했다. 유럽연합은 성장촉진용 항생제 사용을 1999년부터 금지했다. NP
지난 달 7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대규모 촛불집회가 연일 열리던 중 시청앞 광장에서는 작은 퍼포먼스가 있었다. 채식 및 환경운동 커뮤니티‘그린피플’의 회원들이 광우병 쇠고기 수입문제로 모두가 불안해하는 때 그 대안으로 채식을 제안하는 메시지를 담은 퍼포먼스였다. 그린피플에 따르면 채식은 광우병, 구제역 등의 질병으로부터 안전하며, 평화로운 먹을거리라고 주장하며 우리가 봉착해 있는 먹을거리 문제는 광우병 소 수입금지와 닭, 오리의 살처분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행사에 참여한 그린피플의 노보라씨는“지금 같은 생산방식으로는 광우병이나 AI가 아닌 다른 질병이 얼마든지 인간에게 발생할 수 있다. 이젠 윤리적인 소비를 통해 윤리적인 생산을 이끌어야 할 때다. 하지만 그것이 동물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바로 자신을 위한 윤리적 행위”라고 밝혔다. 인간이 섭취하는 육식은 동물에 대한 학대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그런 동물 학대가 광우병과 구제역으로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씨는“공존 공생의 원리를 인간만이 아닌 동물들에게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들은 채식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확대하고 다른 사회운동과 서로 연대할 것을 밝혔다. 그린피플의 한 회원은“생태운동, 환경운동, 동물보호, 인권, 공정한 무역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은 이제 채식의 가치를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육식이 온난화의 주범이고 비정상적인 사육방식으로 인해 동물과 인간 모두가 황폐화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채식 캠페인에는 많은 견공들이 함께 나와 눈길을 끌었는데, 견공들의 등장은 광우병이 쇠고기뿐 아니라 교차오염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린피플의 박소연씨는“그동안 미국산 수입소로 만든 개사료를 먹은 국내의 개들도 광우병 위험부담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광우병 의심 소고기의 판매가 시작된다면, 부패되거나 사람이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상한 미국 수입산 쇠고기가 개 사료로 만들어져 시중에 유통될 가능성 또한 매우 크다”며 광우병의 교차감염 위험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