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공교육 시스템
싱가포르 통신원 Douglas Kwon
대졸 취업률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 상황은 세계경제의 악화와 유가상승 등이 주 원인이라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아직도 구인난에 시달리고 구직자들의 눈높이는 높아만 가는 현실은 한국의 상황이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기러기 엄마를 비롯한 한국공교육으로부터의 엑소더스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교육의 근본적인 개혁이 있어야 함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우리나라와는 대등하게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싱가포르의 잘 정비된 공교육 시스템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한다.
싱가포르의 공교육 시스템은 우리가 생각하기에 일단 복잡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 이유는 싱가포르의 제도가 우리나라의 시스템과는 다른 개념으로 접근해 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현 교육시스템의 경우 학생들이 마음만 먹으면 4년 제 대학에 갈수 있다. 모두 졸업이 보장되는 시스템에 학생수는 줄어들고 학교는 오히려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 초등학교 6년 중 고등학교 6년 후 대학과 전문대학으로의 진학의 길이 있고 취업의 또 다른 길도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의 학생들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대학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와는 조금 다른 접근을 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공교육제도를 지금 모두 설명할 수는 없지만 싱가포르가 가지고 있는 공교육 제도의 장점만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은 싱가포르 공교육 제도로 Polytechnic (폴리테크닉)이 있다. 폴리테크닉은 우리나라의 전문대에 해당하는 학교로 졸업 후 전문대학 학위라고 할 수 있는 Diploma (디플로마)가 나온다. 폴리테크닉 졸업 후 4년 제 대학으로의 편입이 가능하고 또 디플로마를 수여하는 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전문대학과 같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폴리테크닉이 한국의 전문대학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은 고등학교를 마쳐야만 갈수 있는 전문대학이지만 이곳의 폴리테크닉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싱가포르는 6년의 Primary school 과정이 끝나면 우리나라의 중학교에 해당하는 Secondly School에 진학한다. 여기까지는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중학교 졸업 후 기본적으로 Junior College 와Polytechnic그리고 ITE라는 3가지 선택이 학생들을 기다린다.
GEC O level 이라는 시험을 거쳐 성적에 따라 우리나라의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Junior College, 그리고 2년 제 또는 3년 제 전문대학과정인 Polytechnic 그리고 직업전문 학교인 ITE를 선택하게 된다. Junior college를 선택하면 다시 공부를 마친 후 우리나라 수능에 해당하는 GEC A- level이라는 시험을 쳐서 대학에 진학한다. 여기까지 마치면 우리나라와 비슷한 교육과정이 된다. 하나 다른 것이 있다면 Junior College에 들어가기도 힘들고 마친 후 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번 살펴보면
1.Primary School (초등학교) Secondly School (중학교)Junior College (고등학교)- University (대학교)
2. Primary School (초등학교) - Secondly School (중학교) Polytechnic(전문대학)
3. Primary School (초등학교) Secondly School (중학교) ITE (직업학교)
이렇게 3가지의 루트로 정리가 된다.
그러나 이렇게 단순히 진행이 된다면 중학교 졸업 후 자신의 진로 선택이 바로 자신의 미래로 거의 굳어질 것이다.
싱가포르의 직업 군은 모두 ITE 졸업자 - 폴리테크닉 졸업자 대학졸업자 - 이런 식으로 구분된다. 그러면 누구나 재수를 하거나 더 공부를 해서라도 2번, 3번의 루트보다는1번의 경우를 선택하려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을 것이다.
1 번의 경우 Junior college 졸업 후 University 에 진학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만약에 Junior College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다면 그때는 전문대학이나 직업학교를 다시 가지 않고는 직업을 구할 수 있는 길이 막막해진다. (Junior College 졸업자는 사실 어느 직업 군에도 속하지 못한다) Junior College를 졸업하면 대학을 진학하는 입시위주의 교육을 받았을 뿐 사회로 나아가는 훈련이 안됐다고 보는 것이다 앞에서 설명한 것과 마찬가지로 직업 군이 직업학교/전문대학/대학 졸업으로 나누어 졌기 때문에 Junior College 졸업 후 대학진학에 실패하면 나이가 더 들어서 Polytechnic이나 ITE에 다시 가야 한다. 그리고 그 학교들이 자신을 받아줄지는 보장이 되지 않는다. 결국 시험결과도 결과지만 미래의 자신의 상황에 대해 미리 판단해서 진학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리 판단해 ITE 나 Polytechnic에 진학한 학생들은 조기 사회진출이라는 선물을 받는다. 그 뿐만이 아니고 전문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에 따라 대학에 편입이 가능하고 직업학교 학생들도 전문대학에 편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취업 후 상급학교로의 진학의 길도 열려 있다. 장래를 미리 결정한 학생들에게는 사회로 나갈 수 있는 시간을 단축해 주고 나중에 더 공부를 하고 싶은 열정이 있는 학생들에게는 그 가능성을 열어주는 제도인 것이다. Junior College를 가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4년 제 대학의 진학을 결정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디플로마 취득이나 사회 진출의 기회를 더 빠르게 얻는 이익을 주는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이런 제도가 가능하게 되고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것에는 1가지 단서가 있다. 바로 공교육의 내실화이다.
많은 외국대학의 분교들이 아시아 시장을 목표로 싱가포르로 진출하려 하고 있지만 성공한 학교는 그리 많지 않다. 얼마 전 호주의 명문대학중의 한곳이 싱가포르에 분교를 세웠으나 1학기 만에 모두 철수해 이슈가 된 적도 있다. 외국학교의 분교가 합법적으로 설립이 가능한데도 그 학교들이 이처럼 고전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싱가포르의 로컬대학의 수준이 세계적이고 폴리테크닉과 ITE로 이어진 공교육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물론 대학과 다른 학교들의 정원을 컨트롤하고 재정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싱가포르의 교육시스템이 완벽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이곳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우열 반 편성의 스트레스와 함께 사교육인 과외도 많이 받고 있다
하지만 많은 선택의 기회와 공교육의 내실화 등 싱가포르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벤치마킹 하여 한국이 현재 가지고 있는 공교육의 상당부분이 개선되기를 희망해 본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