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휴양지 - 아는 사람만 즐기는 여름 >
2008-08-04 장인혜 기자
한국판 순례자의 길 지리산 트레일
사단법인 숲길은 산림청 녹색기금 협조를 받아 약 300km에 달하는 지리산 둘레길을 이어가는 사업을 시작했다. 지리산길은 지리산의 3개 도(전남·전북·경남), 5개 시군(남원·구례·산청·함양·하동), 100여 개 마을을 이어주는 장거리 도보길이다. 지리산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마을길 등을 이어 하나의 길(trail)로 연결하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 사업은 지난 2007년 4월부터 시작돼 오는 2011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첫 장거리 도보길인 만큼 향후 조성사업이 마무리되면 국립공원의 능선을 한 걸음도 밟지 않으면서 지리산을 온전히 품안에 넣을 수 있게 된다. 지리산을 원형으로 둘러싼 이 길을 모두 걷는 데는 약 한 달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한다.
지리산길은 시범구간으로 전북 남원시 산내면 대정리 대동마을에서 경남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 금계마을까지 11㎞ 구간인 ‘다랭이 길’과 마천면 의탄리 의중마을에서 휴천면 송전리 세동마을까지 10㎞ 거리의 ‘산사람 길’ 등 모두 21㎞이다. 입장료는 없다. 아직 마을에 숙박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면 소재지에서 묵어야 한다.
지리산길은 장소 이동과 정상 등정을 목적으로 하는 도보길이 아니다. 마을길과 논길, 숲길을 천천히 걸으며 스스로 느끼고 성찰하는 일종의 수련의 길이다. 여럿이 몰려와서 거리를 재듯 걸을 길도 아니다. 그저 혼자 조용히 무한한 생각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고, 가족과 함께 찾아 지리산 마을의 사연과 역사, 생태와 문화를 보고 느끼며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 가는 길
지리산 도보길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걷기 위한 여행이기 때문이다. 도보길이 시작되는 전남 남원시 산내면 매동마을을 찾아가야 한다. 서울에서 남원까지는 고속버스를 이용한다. 서울고속터미널과 동서울터미널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남원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인월행 버스를 타고 인월에서 내려 10~30분 간격으로 있는 백무, 삼정, 등구, 촉동행 버스로 갈아타면 매동마을 앞에서 정차할 수 있다. 길을 건너면 바로 도보길로 들어설 수 있다. 인월에는 사단법인 숲길에서 운영하는 지리산길 안내센터(063-685-0850)가 있어 도보길에 대한 친절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해거름 풍경 때문에 40분 뱃길을 가다
충남 보령시 삽시도
충남 보령시의 보령항에서 13km쯤 떨어진 삽시도는 지형이 화살을 꽂은 활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삽시도는 충청도에서 안면도, 원산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3개의 해수욕장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 웃말의 서쪽에 형성된 거멀너머해수욕장은 약 1.5km의 넓은 백사장을 따라서 울창한 해송숲이 드리워진 해변이다.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가 깔린 백사장은 경사가 완만하고 파도가 잔잔해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거멀너머해수욕장의 해거름 풍경은 삽시도를 대표하는 장관이다. 거멀너머해수욕장 남쪽의 갯바위 지대를 통과하면 진너머(집너머)해수욕장이다. 거멀너머해수욕장과 흡사한 분위기로 섬의 서쪽에 위치한 이곳에서는 일몰과 낙조를 감상하기 좋다. 삽시도의 남동쪽 해안에는 가장 규모가 큰 밤섬(수루미)해수욕장이 있다. 넓고 단단한 모래해변과 사람의 손길을 별로 타지 않은 솔숲, 해변이 워낙 넓고 비교적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조용하게 피서를 즐기기에 좋다. 밤섬해수욕장의 서쪽 해안에는 썰물때마다 어김없이 청정한 석간수가 솟아나는‘물망터’가 있고, 물망터와 진너머해수욕장 사이의 암석해안에는 네모 반듯한 모양의‘면삽지’라는 바위섬이 있다.
삽시도의 모래해변에서는 조개잡이 체험이 가능하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뒤 드러난 모랫벌을 호미로 살살 파헤치면 속이 꽉 찬 조개를 볼 수 있다. 또한 여름철엔 우럭과 놀래미 등을 잡을 수 있어 선상낚시를 즐기는 사람도 많이 있다.
- 가는 길
삽시도는 차량을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 섬이다. 섬이 그리 크지는 않아서 차가 없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긴 하지만 여유롭게 섬을 둘러보기 위해서라면 차를 가지고 가는 것이 좋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대천 IC로 들어간다. 36번 국도를 타고 대천해수욕장 방면으로 가다보면 신흑동을 지나 보령항이 나온다. 보령항에서는 삽시도 행 배편이 하루 3회 운항된다. 계절과 물때, 도는 날씨와 요일에 따라서 결항하거나 운항시간이 변경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므로 미리 여객선터미널에 전화로 출항시간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보령항 배편안내 041-938-8773
보령시청 관광과 041-930-3542
깊은 산 속 골짜기 천혜의 비경
삼척 무건리 이끼폭포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의 육백산 골짜기에 작은 마을 무건리가 있다. 오지마을 무건리에서 더 첩첩한 산속 마을인‘큰말’까지 들어간다. 여름철에만 농사지으러 찾아든다는 큰말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국내에도 이런 오지가 있나 싶을 정도다. 큰말에서 다시 산길을 따라 계곡 밑으로 내려가는 거리는 300m 정도로 짧지만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사진작가들이 드문드문 찾을 정도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이끼계곡까지 도달하는 길이 수월하지 않다.
차량 진입이 막힌 곳부터 이끼계곡까지는 약 1km 되는 포장길을 지나 비포장 숲길을 또 지난다. 비포장길을 40분쯤 다시 걷다 보면 농로가 끝나는 지점에‘이끼폭포’가 쓰여진 작은 팻말이 오솔길을 가리킨다. 경사가 급한 길이다. 길이 끝난 지점에서 만나는 모습은 그동안 걸으며 가졌던 긴장감을 단숨에 해소시킨다. 연초록 이끼 가득한 높이 8m의 절벽 위로 여러 갈래 물줄기가 흘러내려 청초록빛 은은한 소를 만들어낸다. 폭포 오른쪽으로 높이가 10m되는 산비탈은 더욱 진한 초록의 세상을 보여준다. 폭포 왼쪽 절벽 위에는 밧줄로 된 사다리가 걸쳐져 있다. 이 사다리를 타고 오르면 더 황홀한 경치가 숨어있지만 접근 자체가 매우 위험하다. 오르지 못해도 사람 손길 전혀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이끼폭포는 충분한 감동을 준다.
- 가는 길
삼척시에서 태백으로 올라가는 38번 국도를 따라간다. 도계읍 하고사리에서 왼쪽으로 접어들어가 농로를 타고 계속 산으로 오른다. 석회석을 캐는 태영EMC 광산을 지나 현불사 앞 삼거리에서 콘크리트 포장길은 계속 산으로 이어져 있지만 차단기로 차량진입은 금한다. 여기서부터는 걸어 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