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형숙박시설(생숙) 수분양자 “내 집에서 살게 해주세요”
-변덕스러운 정책 기후, 속타는 국민들 -불가능한 용도변경 -전국레지던스연합회 김윤선 회장의 안타까운 외침 -생숙 수분양자 재산권 침해
[시사뉴스피플=노동진 기자] “내 집에서 살게 해주세요.” 생활형숙박시설(이하 생숙)에 살고 있는 이들의 안타까운 외침이다. 생숙 수분양자들은 수년동안 현재의 생숙에서 아무 문제 없이 가족들과 오순도순 잘 살고 있었지만, 2021년 건축법 시행령 개정령이 발표되면서 하루아침에 재산권 행사는 고사하고 삶의 터전마저 잃어버리게 됐다.
생숙, 삶의 만족감 높인 매력 만점
“지금껏 살아왔듯 계속해서 내 집에서 살고 싶다.” 현재 생숙에 거주하고 있는 수분양자들의 작은 바람이다.
전국레지던스연합회 김윤선 회장도 “주거용 상품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시형생활주택, 생숙, 오피스텔 등에 대해 알 수 있겠지만 사실 일반 국민들은 개념을 모른다”며 “나 또한 생숙이 무엇인지 몰랐다. 역세권이자 다양한 문화공간이 있는 위치 좋은 곳에 조식과 하우스키핑 서비스까지 있으니 분양을 받고 싶었다. 살아보니 더 만족감이 컸다”면서 “현재 다수의 생숙 수분양자들이 나와 같은 경우다. 가사에서 일부 해방되고, 이를 통한 여가를 즐길 수 있으니 삶 자체가 행복이었다”고 말했다.
일과 삶의 균형. 생숙이 실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행복감이 오는 10월 14일이면 끝이 나게 된다. 국토부는 주거용으로 용도를 변경하지 않으면 매년 이행강제금을 물리겠다고 밝혔고, 10여년간 주거로 살고 있던 그들에게 ‘범법자’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이에 대해 정부의 책임론이 크게 등장하고 있다. 분양 당시 ‘주거공간’으로 광고를 해왔고, 소관부처는 수수방관했다. 생숙은 보건복지부가 관리하는 공중위생관리법과 국토교통부 소관인 건축법의 적용을 받고 있는데, 두 정부기관 모두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현재 책임 감독을 서로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김 회장은 “생숙이 문제가 되는 것이었다면, 처음부터 진입을 막았어야 했다. 수수방관만 하다 생숙의 이점이 널리 부각되면서 공급은 계속해서 늘어나 피해만 더욱 커지게 됐다. 당시 분양이나 사용승인 등을 다해주고 이제 와서 문제로 삼고 있다. 보다 더 큰 문제는 지킬 수도 없는 법 때문에 전국 생숙 수분양자와 가족 40여만 명이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한탄했다.
숙박시설에 주거를 한다는 것이 문제라면, 일부 여관이나 여인숙 등에 장기기거하는 사람들은 어떤 명목으로 단속할 것인가 하는 형평성 문제도 있다. 부산의 감천항 인근을 보더라도, 이곳에 있는 숙박시설에 주민등록을 하고 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법의 잣대가 필요에 따라 치우치는 사례다.
용도변경, 신축만이 해답
전국의 생숙 수분양자들이 거리로 나왔다. 김윤선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들은 생업을 뒤로한 체 국토부와 관계기관을 찾아 단체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유는 국토부 정책의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주요골자는 용도변경이다. 현재 전국 대부분의 생숙은 상업지역에 건설돼 있다. 주차면수가 적어도 되는 이점이 있는데, 법상 생숙은 135㎡당 1대, 오피스텔은 85㎡ 당 1대다. 신주거 문화의 한 갈래로 형성되면서 인기가 치솟아 전국적으로 붐이 일었다. 각 지자체도 인구 유입을 위해 장려했다. 수분양자들은 주민등록을 하고 정착하며, 주민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을 내며 한 동네의 주민으로 살았다. 하지만 2021년 건축법 시행령 개정령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용도변경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문제는 이미 완공된 생숙에서 오피스텔로 변경하기 위한 충족요건인 주차기준과 복도 폭, 소방·피난 기준 등을 마련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처음 착공 당시 용적률과 건폐율을 적용해 탄생한 건물에 어떤 자투리 공간이 남았다고 주차시설과 같은 오피스텔 요건을 맞출 수 있는가다.
김윤선 회장은 “어떤 특혜도 바라지 않는다. 할 수 있는 것은 하겠다. 하지만 현재의 잣대는 건물을 다시 지어야만 할 수 있는 요건이다. 지구단위계획 또한 마찬가지로, 지구로 묶인 토지의 전소유자 2/3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해당사자가 아닌 사람에게 인감증명서와 신분증 사본, 등기부 등을 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이 빚어낸 결과물이라고 질타했다.
여수시, 생숙 주차장 조례 부결
수분양자들이 직접 주차장을 건립해 용도변경을 하려는 시도도 했다. 여수시 웅천지구로, 생숙 조례 개정안이 발안 됐다. 여수시 의회는 지난 7월 18일 해양도시 건설위원회에서 표결을 실시한 결과 상임위 재적 의원 7명 중 반대 5명, 기권 2명으로 부결 처리됐다. 당시 웅천지구 입주민들은 “여수시민으로 살고 싶다. 이를 위한 주차장 건설의 일체 비용을 시민혈세가 아닌 주민 자체의 기금확보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특혜조례안’이라고 말들이 많았다.
김윤선 회장은 “법을 지키고 싶지만, 여수시의 사례처럼 지킬 수가 없다”며 “못 지키게 만든 법, 정녕 거주하고 있는 40여만 명 모두가 범법자가 되어야만 하는가. 구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취재 중 만난 도시개발과 정비, 주택건설사업에 있어 자문역할을 하는 한 연구원 원장은 “용도변경이란 말이 있다는 것은 생숙이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주택과 준주택이 존재하듯 생숙도 콘도미니엄과 같은 완충지의 역할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규정했다. 덧붙여 “생숙이 표면 위에 오르자 생숙 위탁운영 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은 사무실에 전화기 하나 둔 플랫폼 기업형태인데, 레지던스 운영 경험이 전무하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회에서 나서야
거론되고 있는 방안은 있나. 김윤선 회장에 따르면, 행정 관청인 국토부는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수시로 국토부에 질의를 보내고 있는데, 현재 용도변경된 현황과 숙박업등록현황에 대해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용도변경된 세대에 대한 문의를 하자 1033호실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어떤 곳인지 재차 문의하니 답변을 할 수 없었다고. 사실관계를 파악해보니 해운대 모 호텔의 생숙을 개발업자가 전부 매입해 리모델링을 거쳐 재분양 하려는 사례였다.
사실 국토부는 입법에 대해 행정적으로 집행하는 기관이다. 때문에 관련 해결방안 마련은 국회 입법 뿐이다. 국회의원들이 생숙 수분양자들 구제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입법을 통해 개정안이 발표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김윤선 회장은 “거론되고 있는 방편으로 생숙을 하이브리드형 주택으로 인정하고 주택법상 준주택으로 도입해 제도권으로 편입해야 하는 것과 특별법을 만들어 건축법 시행령 개정령 전후로 나눠 선의의 피해가 없도록 구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별다른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생숙 수분양자들은 재산권 행사조차 할 수 없다. 단지 ‘호텔식 주거 서비스’가 지원되는 아파트라는 광고를 보고 “집안일에 있어 다소 여유로울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해 선택한 것이 독이 되게 된다.
생숙 대부분이 아파트 대체재로 지어져, 숙박업을 통해 수익을 내기가 사실상 힘들기 때문에 기존 하이브리드 주택으로 밖에 사용할 수 없다. 특히 주택으로 사용하지 못하면 전세자금대출도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기존 대출로 산 경우라면, 일시에 원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최근 문제 된 청년들의 ‘전세 사기 사건’으로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는데, 어렵게 내집을 마련한 이들 또한 희망의 끈이 끊어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국민을 위하는 목민관,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생숙 수분양자들의 안위를 생각하는 방안이 한시바삐 마련돼야 한다.
한편 생숙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자 국회 차원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세미나가 열린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 주최로 31일 국회 세미나실에서 ‘생활숙박시설 당면문제와 관련 제도 개선방안’을 주제로 면면을 살펴 개선 대안을 찾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