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도와 용(龍)자에 전념해온 40여년
“예술혼을 불태우는 한 선비의 올곧은 인생”
2008-09-01 황인상 전문기자
예로부터 우리 문인들은 멋진 그림과 그에 어울리는 문장 및 글씨체를 구비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아왔다. 이러한 시서화일체사상(詩書畵一體思想)을 구현하고 있는 시서화 삼절(三絶)인 지송 유병익 화백은 특히 새우도의 일인자다.“새우는 선비의 기질을 나타내는 단결과 화합, 전진의 상징”이라 밝힌 유 화백은 30년 넘게 새우도만을 고집해왔다고 한다.“새우도의 핵심은 눈에 있다. 눈매가 잘 살고, 뒷발의 움직임이 정확히 묘사된 그림은 생동감이 넘친다”고 설명한 그는“새우도는 어느 순간을 포착하느냐에 따라 그 묘미가 새롭다”고 전했다. 서(書)로써는 용(龍)자를 즐기는 유 화백은“지도자의 표상인 용(龍)자에는 잡귀를 막아 국태민안을 가져온다는 뜻이 담겨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지켜온 새우도의 대가
지난 34년 동안의 노원구청 공보담당관실 생활을 마치고, 94년에 정년퇴임한 유병익 선생은 이후, 도봉구 창동에서 자신의 아호(雅號)를 딴 지송서화연구원을 열어 후진양성에 힘쓰고 있다. 서화 공부에는 끝이 없음을 강조한 유 화백은“사람들은 작품을 감상할 때, 그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작가가 흘린 눈물의 깊이를 헤아려 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 역시 40여년 전, 서화에 입문하던 시절에 여러 전시회를 다녔지만 새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없어, 직접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다년간 새우의 노는 모습과 생태에 관해 연구해왔다”고 밝힌 유 화백은“애정을 갖고 접한 새우는 볼수록 매력이 있다”고 덧붙였다.“40년을 넘게 그림을 그리는데도 매 순간 긴장되는 것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유 선생은“혼신을 다 해 그림을 그릴 때에 진정 보람을 느끼고, 또 그 자체를 작품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매년 각종 전시회에 작품을 내 이웃돕기 기금을 마련하는 등 선행을 거듭하고 있는 그는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에도 꾸준히 장학금을 기부하고 있다. 또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서예를 교육하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노인복지 회관이나 교회 등에서 무료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유 화백은“내가 하는 일을 더 이상 선행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공직을 떠난 후, 끊임없이 예술혼을 불태우며 새우도와 용자에 전념해온 유병익 화백.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개척, 동양은 물론 미국과 프랑스 등에도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작가로서 그 명성을 떨치고 있는 그에게선 칠순이 넘은 나이를 느낄 수 없다. 아직은 건강에 자신이 있다는 그는“매 작품에 집중하고 화필에서 손을 떼지 않는 것이 건강관리 비결”이라고 말했다. 무언가 몰두할 수 있는 일거리가 있는 한 삶 자체가 소중하고, 아름답게만 느껴진다는 그를 통해 진정한 예술혼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