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時評] 시진핑은 유럽방문에서 ‘중국의 편’을 선택했다

2024-05-14     진태유 논설위원
시진핑의 5년만의 첫 유럽순방은 중국의 경제적, 지정학적 야망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사진=티비화면 촬영 일러스트]

[시사뉴스피플=진태유 논설위원] 시진핑(習近平 )중국국가주석의 5년 만의 첫 유럽순방은 무엇보다도 유럽 내 분열을 이용하여 중국의 경제적, 지정학적 야망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시진핑 주석은 첫 방문지 프랑스를 시작으로 세르비아와 헝가리를 거치면서, 기본적으로 유럽연합(EU) 지도자들에게 별다른 양보를 제공하지 않고 강대국으로서 중국의 상업적, 지정학적 목표를 보여줄 수 있었다. 

시진핑 주석이 택한 이번 유럽방문의 여정은 여러모로 시사한 바가 많았다. 세르비아의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은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와 마찬가지로 유럽 지도자들에게 껄끄러운 대화 상대이며 러시아와의 좋은 관계를 숨기지 않는 친러, 친중 인물이다. 시진핑의 유럽 순방을 위해 중국정부가 파리에 이어 베오그라드와 부다페스트를 선택한 것은 유럽의 분열을 바라는 중국외교정책의 일환으로 보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에서 시 주석과의 첫 번째 회담에서 시의적절하게 폰 데어 라이엔 유럽 위원회 위원장을 참여시켰다. 그러나 불행히도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정책이 독일산업과 이해상충의 관계에 있는 독일총리 올라프 숄츠를 회담장으로 끌어들이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2019년 시 주석의 유럽방문 때는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파리에 온 바 있다. 이번 파리회담에서 독일 총리 올라프 숄츠의 불참은 시진핑과의 회담의 두 가지 주요 쟁점 중 하나였던 중국과 EU 간의 심각한 무역 분쟁에 대해 폰 데어 라이엔과 마크롱이 분명히 표명한 확고한 입장을 약화시키는 악재가 됐다.  

유럽연합은 특히 중국 전기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유럽시장에 범람하는 중국의 공공정책에 맞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시 주석은 소위 “과잉 생산능력”의 문제를 냉정하게 부인했다. 

프랑스와 유럽연합의 두 번째 우선 순위의 쟁점인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러시아의 전쟁노선을 지지하지 말 것을 요청한 마크롱과 폰 데어 라이엔 앞에서 시진핑은 사적으로 최소한의 지원을 했을 뿐이라며 공개적으로 중국의 “이미지를 어둡게 하고” 심지어 “새로운 냉전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시진핑 주석은 이번 달에 베이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을 맞이할 예정이다. 

한편, 프랑스와 유럽연합과는 달리 세르비아와 헝가리의 시진핑 방문은 훨씬 더 우호적이고 경제적으로 더 성공적이었다. 베오그라드에서 1999년 5월7일 코소보 전쟁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중국 대사관을 폭격한 기념일을 방문 날로 선택한 것은 "실수의 결과"라는 미국의 주장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NATO의 ‘침략자’ 이미지를 영속화 시킬 수 있는 속셈이기도 했다.  

시 주석이 "독립적" 외교정책을 높이 평가한 헝가리에 대해서는, 중국과의 18개의 경제협력협정과 최고등급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분명한 것은 이번 유럽방문에서 시진핑은 중국투자의 동반자 국가로 세르비아와 헝가리를 선택했다. 중국의 입장에선, 공교롭게도 이들 국가의 지도자들이 시진핑과 유사한 독재적 성향을 지니고 있고 친-중국적 외교노선을 유지하고 있어 자신의 편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결국, 시진핑의 세계관은 우선 중국적 특성을 지닌 ‘다자주의(多者主義)’를 지향하면서 강대국의 군사적 면모를 바탕으로 경제적, 외교적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중국중심적 제국주의 논리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