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에 가장 충실, 순리대로 나아가고 싶다”

유학생활 통해 바라본 중국의 삶, ‘상하이일기’에 그대로 담아

2008-10-29     이나라 기자
중국의 뉴욕이자 아시아의 맨해튼이라 불리는 상하이. 그동안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던 가깝고도 먼 도시 상하이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 책이 있다. ‘장밋빛 상하이의 숨겨진 소소한 일상들’이란 부제로 지난 9월 출간된‘상하이일기’는 상하이의 전통과 문화는 물론이고, 유학생활을 통한 저자의 다양한 체험담이 생생하게 녹아들어 있다.

책 출간과 더불어, 상하이 스토리를 주제로 작은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했던 저자 황석원은 지난 한달 간 대중 아티스트로서의 첫발을 조심스레 내딛었다. 지난해부터‘황석원의 상해고사’라는 타이틀을 통해 채널동아의 방송리포터로 활동해왔던 그는 상하이 문화 전문리포터 및 칼럼니스트로 꾸준히 자리매김해왔다. 아직 만 20살, 꿈도 많고 이룰 것도 많은 패기 넘치는 젊은 청년을 만나기 위해 청담동의 전시장을 찾았다.

정답이 없는 곳, 그냥 있는 그대로를 느낀다면
“현재 제가 살고 있는 상하이에 대한 문화 보고서에요. 유학생활을 하며 몸소 체험하고 느낀 상하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죠.” 중학교 졸업 후 중국 상하이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한 황석원은 일찍이 타지에서 홀로 생활하며 특유의 자유로운 사고방식과 감성을 다양하게 표출할 줄 아는 자아를 발견하게 됐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 도로와 건물이 들어서는 상하이를 바라보며, 그는 틈날 때마다 거리로 나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부지런히 기록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그만의 자료들은 총 323페이지의 볼거리 가득한 책으로 탄생했다. “처음부터 책을 내야겠다고 마음먹고 쓴 건 아니에요. 우연한 기회에 제 방송을 즐겨 보시던 관계자 분과 인연이 닿아 이 자리까지 오게 됐죠. 정말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는데, 일일이 챙겨드리지 못해서 죄송하고 감사할 따름이에요.” 조금은 이른 나이, 다른 나라들을 제쳐두고 굳이 중국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게 아직 저도 의문이에요. 유학을 떠나기 전 중국에 한번 다녀온 적이 있었어요. 남쪽의 선전이라는 곳이었는데, 상하이보다 훨씬 낙후된 곳이었죠. 그때는 그곳이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눈에 보이는 하나하나가 모두 신기할 시기였어요.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새로운 것을 본다는 자체에 큰 흥미를 느꼈죠. 그 전에도 종종 해외여행을 다녔었지만 중국이라는 곳에 특별한 신선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선전으로 홀연 단신 건너온 그가 선전에서 상하이로, 고교에서 대학으로 거주지와 학교를 옮기는 사이 중국은 눈부신 성장을 일궈냈다. “중국은 나라가 워낙 크다 보니, 어떻게 보면 도시가 한 국가의 개념을 가진다고도 볼 수 있어요. 그 발전 속도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도시마다 굉장히 구분이 확연하죠. 지금 상하이에 돌아간다고 해도 제가 2주 전 떠나왔던 그 모습과 다른 어색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에요. 단순히 외형적인 변화만 빠른 것이 아니라, 외부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속도 또한 굉장히 빠른 곳이죠.” 중국에서의 5년. 그가‘상하이일기’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상하이는 한 단어로도, 그림으로도, 책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매력의 도시에요. 좋은 도시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쁜 도시도 아닌, 한 마디로 정답이 없는 곳이죠. 그냥 있는 그대로의 상하이를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렇기만 해도 상하이는 굉장히 많은 것을 보여주는 곳이니까요.”

종횡무진 활약, 더 넓은 곳에서 많은 경험 쌓고파
‘상하이일기’에는 황석원의 다양한 체험담뿐 아니라, 상하이 스토리를 주제로 한 그림삽화와 사진까지 재미난 볼거리로 가득하다. 지난 9월, 출판기념식과 더불어 그간의 드로잉과 스케치, 사진작품 등 총 30작품을 모아 생애 첫 전시회를 열기도 했던 그는 초등학교 6학년인 2000년, 유네스코 후원으로 전시회를 열었을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남다른 소질을 보였다. “그림은 제 삶의 일부에요. 어린 시절부터 항상 함께해왔던 친구 같은 존재죠. 출판기념식으로만 끝낸다는 게 너무 형식적인 것 같았고, 찾아와주시는 분들께 다른 흥밋거리를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글로 보는 상하이와 그림으로 보는 상하이는 분명 또 다른 차이가 있을 테니까요.” 그의 자유로운 사고방식과 감성이 그대로 전해지는 작품들은 화가의 아들답게 그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가 그림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사실 어떤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진 않아요. 마치 무중력 상태에서 그리고 있는 것처럼, 그저 손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그리는 편이죠. 무언가를 말하기 위함도, 일깨워주기 위함도 아니에요. 제 작품을 접하는 분들이 잠시나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그 기회만 제공하고 싶어요.”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분야의 예술과 문화를 접하며 성장해온 그는 간간히 모델 활동을 비롯해 프리랜서 칼럼니스트로, 사진작가로, 화가로 종횡무진 활약해왔다. 아직 만 20세. 꿈도 많고 이룰 것도 많은 젊은 청년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 “몇 살 땐 무얼 하고, 또 몇 살 땐 무얼 해야 한다는 식으로 어떤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놓는 편은 아니에요. 지금 제 앞에 놓여 있는 일이 가장 중요하죠. 10년 후에는 좀 더 여러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특히 도시 위주로 많이 돌아다니며 두루두루 많은 경험을 쌓고 싶어요.”
“어떻게 그 나이에 이렇게 많은 걸 하게 됐어요?” 사람들을 만나며 그가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다. 그 때마다 그는 말했다. 내 힘으로 이룬 것은 극히 작은 부분일 뿐이라고. 패기와 겸손의 미덕을 두루 갖춘 젊은 청년 황석원의 앞날이 기대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