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3박 4일의 러시아 방문 지난 5월 중국에 이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된 러시아

지난 5월 중국에 이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된 러시아

2008-11-03     김희준 기자

한반도 주변 4개 강대국 정상외교 마무리... 과제는 여전 앞으로 한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그리고...

춥고 척박한 땅 러시아.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고, 그에 따라 천연자원은 정확히 가늠해 볼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매장량을 자랑하고 있는 이 나라와 우리나라가 '전략적 협력 동반자'가 되었다. 지난 9월 28일, 이명박 대통령은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 정치, 외교, 안보, 국방, 경제 등 전 분야에 걸친 실질 협력을 대폭 확대해 나가기로 합의했으며, 러시아를 마지막으로 미국, 일본, 중국 등 한반도 주변 4강 외교의 밑그림을 완성한 것. 지난 5월 중국에 이어, 이번 러시아와도 '상호 신뢰하는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기로 합의한 두 나라는 이를 뒷받침할 차관급 전략대화 채널을 신설하기로 했으며, 비자 발급시에도 최소한의 절차만 진행하기로 함으로써 민간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했다. 대외적으로 민심이 뒤숭숭한 요즘, 러시아와의 관계가 돈독해짐으로써 국내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주목되고 있으며, 이번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바닥으로 떨어진 정부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이번 러시아 방문 후 주목할 부분은 경제 부분이다. '북한을 경유한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 '포시에트 항만건설',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 종단철도 연결' 등 굵직굵직한 경제 협력 사업이 논의됐으며, 민간교류의 활성화를 위해 비자 발급 과정을 간소화하기로 하는 등 최근 경제 악화로 나라가 뒤흔들리고 있는 요즘,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은 여러 모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푸틴 전 러시아 대통령의 임기 10년 동안 러시아는 세계 가스 매장량과 생산량 1위, 석유 생산량 10위권 등 풍부한 천연자원의 개발과 수출을 통해 에너지, 자원 분야에서 세계 최강국으로 급부상했으며 연 평균 7%라는 고도 성장을 유지하며 러시아는 중국에 이어 또 하나의 잠재적 경제대국으로 떠올랐다. 이에 국내 굴지의 기업들은 러시아로의 진출이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있으며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이후, 러시아로의 진출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또한 양측은 수산업 분야에서의 협력을 더욱 강화, 수산물 채취, 양식, 가공 및 마케팅 관련 사업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으며 해양생물자원 보존 및 관리를 위해 상호 협력하고 북서태평양 수역 내 불법조업 방지에 관한 협력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전 분야에 걸친 협력, 또 협력!
이번 러시아 방문을 통해 이뤄진 양국간의 주요 협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앞에서도 언급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것을 비롯, 제1차 차관급 전략대화 개최를 통해 외교, 안보 분야에서 새로운 협의채널을 개설하기로 합의했으며, 기존의 한ㆍ러 포럼과 문화, 학술, 체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류를 보다 더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통해 소규모로 이루어졌던 국내 학생들의 러시아로의 유학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올림픽 종목 중 러시아에서 특히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종목들의 기술 교류를 통해 우리나라의 기술도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지난 2005년 11월, '한국과 러시아간의 경제ㆍ통상 협력을 위한 행동계획'이 그간 훌륭히 진행돼 좋은 결과를 보여왔던 것에 대해 만족하지 않고 두 정상은 교역구조 개선, 러시아산 기계ㆍ기술장비 및 첨단기술 제품의 수출 물량 확대, 경제ㆍ통상 협력의 질과 수준의 향상을 위해 무역 자유화를 위한 과정들을 재고하기로 했으며, 인적 교류의 확대가 양국 국민간 상호 이해를 넓히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에 합의, 비자 발급 간소화 등의 관련 법 기반을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아직 러시아가 가입하지 않은 WTO 가입 권유도 이번 방문에서 빠지지 않은 부분이다.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와 한반도 종단철도 및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 사업이다. 한국은 러시아의 지하자원에 대한 공개경쟁 및 입찰에의 참여, 석유ㆍ가스화학 단지 건설 및 러시아 극동지역 액화가스 기지 건설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으며 러시아 또한 이 의사에 적극 환영했다. 또한 서 캄차카 해상광구 등 러시아 연방 내 해상광구 개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러시아와 한국 및 제3국에서 에너지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에 합의했다. 한반도 종단철도 및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십 수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실행하고자 노력해왔던 부분.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은 이 부분에 있어 양측이 국제 교통 물류시장에서 이 두 철도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한 뜻 깊은 자리였다. 우선 양국은 철도 연결사업을 위해 지속적인 협력을 약속했으며, 이 사업이 극동 시베리아 지역 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통해 오는 2015년부터 국내 도입
방러 중 추진된 러시아산 천연가스 도입은 이르면 오는 2015년부터 진행될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정상회담 중 체결된 양해각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연간 최소 750만톤의 천연가스를 30년간 도입하기로 하고 이에 앞서 양국 국영가스회사인 한국가스공사와 가즈프롬은 러시아 국경에서 북한을 통과해 우리나라로 연결되는 가스배관 건설에 대한 공동연구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번 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010년 최종계약을 거쳐 이르면 2015년, 우리나라에서 한ㆍ러간 천연가스 배관을 통해 공급되는 천연가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로부터 들어올 750만톤의 천연가스는 현재 국내 총수요의 약 20%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으로, 국내 1250만 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규모이다. 또한 이를 운송하려면 축구장 크기의 2배에 달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125척이 필요한데 운송비와 운송에 따른 연료비, 항만 비용 등을 고려해 볼 때, 파이프라인을 통한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은 국내 경제에 엄청난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간 수요 20%에 해당하는 천연가스를 안정 확보하는 것은 국가 경제에 적지 않은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중동과 동남아 위주였던 천연가스 도입원을 러시아로 다변화한 것은 물론, 북한을 경유하는 천연가스 배관에 대한 한ㆍ러 공동연구는 북한과의 다양한 경제협력 사업의 기초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어 남북관계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청와대는 밝히고 있다. 또한 "이번 사업을 통해 북한은 가스 파이프라인에 대한 통과료 수입을 거둘 수 있으며 러시아는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게 되고 국내에서도 도시가스비 인하 등 여러 가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말했다. 이번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사업은 지난해 9월 러시아 정부가 발표한 '극동ㆍ동시베리아 가스전 개발ㆍ공급ㆍ수출을 위한 장기종합계획'의 일환으로 올 3월 양국간 천연가스 도입방안 협의가 개시된 후 약 6개월 만에 계약이 성사된 것이다. 또한 이번 계약에서 양 정상은 극동지역에서의 LNG 액화플랜트사업, 석유화학 플랜트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관련 연구에 착수하기로 했으며 양국 기업이 가스 파이프라인을 공동으로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한반도 4강 외교, 절반의 성공 그리고 절반의 과제
이렇게 경제적인 측면을 포함, 양국간 다각도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음에도 불구,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다. 비록 러시아의 포시에트항을 전용부두와 물류단지로 개발하기로 하고 양국 관계장관이 실무협의에 들어가기로 했지만 북한이 가스관 부설을 반대하는 경우,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르면 2015년부터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도입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것은 북한의 절대적인 협력에 근거한 이야기이고 북한이 가스관 부설을 반대한다면 가스관에 대한 경로를 다시 연구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며 현재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는 등 조금씩 다른 국가로 마음을 열고 있다고는 하지만,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를 북한의 태도에 대비해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지켜나가야 함은 물론, 한반도 종단철도 및 시베리아 횡단철도 사업을 위해 북한의 절대적인 협력을 얻어야 할 것이다. 물론 철도연결과 가스관 부설에 합의하는 대가로 연간 1억 5천만 달러의 순이익을 보장받게 될 북한이 반대하리라는 의견은 아직 기우일 수는 있지만 만에 하나 발생할 사태에 대비해 정부는 적극적인 대북 외교를 지속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러시아를 마지막으로 한 4강 외교를 통해 한반도 주변 4강에 대한 외교를 돈독히 했다고는 하지만 첫 순방국을 미국과 일본을 택하는 우를 범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미국 중심의 외교가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선을 받기도 했으며, 동시에 일본에 대한 외교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일본 방문을 통해 "한일 관계는 먼 과거 역사로 인해 늘 거기에 얽매여 있었다. 하지만 먼 미래를 내다본다면 그 과거가 미래에 지장을 줘서는 안된다"라며 일본과의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역설했지만 결국 일본은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여전한 역사 왜곡이라는 악재를 되풀이했고 일본과의 '미래를 향한 성숙한 동반자관계'는 그저 수사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 또한 제기됐다. 최근 극우 성향이 짙은 아소 총리가 취임함으로써 일본과의 관계를 정부는 또다시 재고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러시아와의 여러 협력 사업 추진을 통해 러시아 방문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듣고 있지만, 다른 나라, 특히 일본과의 외교는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의견을 깊이 숙지하고 현재 우리나라가 가장 중요시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이번 4강 외교를 통해 다시 한번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집권 초기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웠던 실용외교가 4강 외교가 끝난 현 시점에서 최근 어려운 경제에 얼마만큼 도움이 될 지 주목된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