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에게는 '달변가', 타국 국민들에게는 '실언제조기' 아소 다로, 새 일본 총재 자리에 올라

왜 일본은 그를 좋아하는가?

2008-11-04     김희준 기자
지난해 9월 아베 신조 총리가 물러난 뒤 1년 만에 다시 보수 우파 정권이 일본에 들어섰다. 아소 다로 일본 자민당 간사장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총재로 당선돼 새 일본 총리가 된 것. 지난 9월 22일 5명이 출마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소 다로는 당 소속 의원 386명, 지방대표 141명 등 총 527명 중 67%인 351표를 차지해 총재로 선출됐다. 남의 나라 총재 선거에 왜 그리 관심이 많냐는 사람도 있지만, 아소 다로가 '골수 보수파' 즉, 극우익이라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다. 일본 우월주의를 교육 받아온 보수 우익 정치인인 아소 다로의 거침없는 입담을 통해 우리나라, 중국 등 주변 국가들은 적잖은 상처를 받아야 했기 때문. 이전에도 여러 번 총재 자리에 도전했지만 번번히 고배를 마시다가 이번에 그토록 바라던 총재 자리에 올랐으니, 이제 거칠 것 없는 입담으로 주변 국가들을 얼마나 더 놀라게 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소 다로가 총재의 자리에 오리기 전에도 그는 일본 대중들에게 인기가 높은 편이었다. 1940년 생인 그는 일본의 귀족학교로 통하는 가쿠슈인 대학을 졸업하고 미 스탠포드 대학과 영국 런던대학 대학원 과정을 수료했으며 2007년 자민당 간사장이 되면서 2인자 역할을 해오다 이번에 총리 자리에 앉게 된 인물이다. 담배, 금목걸이, 만화를 즐기는 그는 종종 거침없는 즉흥적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등 '일본인에게는 달변가, 타국에게는 망언제조기'로 명성이 자자해 주변 국가들은 늘 그의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쳐야 했다. 특히 아소 다로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적극 지지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창씨개명은 조선인의 희망에 따라 이뤄졌다"는 궤변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망언이다. 또한 "한국전쟁은 일본에 큰 도움이 됐다"는 발언은 섬나라 근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발언으로 그가 절대적인 극우파임을 확고히 한 망언이었으며 "일본의 식민 지배는 한국의 근대화에 크게 기여했다" 등의 망언 전력 역시 유명한 터라, 이번 총재 선출 이후 한국과 중국 등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현혹시킬 줄 아는 '섬뜩한 인물'
실제로 아소 총리가 이끄는 새 내각은 지난 3일 독도 영유권 관련 의회 질의에서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다"라는 공식 입장을 결정해 파문을 일으켰다. 아소 내각은 스즈키 무네오 중의원이 독도는 일본과 한국 중 어느 나라 것인지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밝히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독도가 북방 영토와 마찬가지로 일본 고유의 땅인 것으로 명확히 되어 있다"고 각료회의를 통해 발표했다. 이 같은 발언에 한나라당은 윤상현 대변인을 통해 "지난 7월 중학교 사회교과서 학습지도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 명기에 이은 또 한번의 역사도발"이라며 "일본 정부의 맹성과 제대로 된 역사 인식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항의했다. 또한 "지난 시절 역사 망언으로 빈축을 샀던 아소 총리가 최근 제2차 세계대전 미화에 이어 이번 독도 도발로 결국 한일 관계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역사는 기술이지 창작이 아니다. 일본 정부는 역사를 두려워하고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질책했다. 이렇게 일본이 독도 및 역사에 대한 망언을 하면 우리나라 및 중국 등은 그에 대해 항의 및 질책을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은 정말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들 멋대로 역사를 만드는 것일까? 물론 일본 내에서도 역사를 바로잡으려 하는 움직임은 있다. 하지만 윗선에서 저렇게 국민들을 현혹시키는 발언을 일삼으며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면 아무리 역사를 바로잡으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해도 쉽사리 국민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소 다로 총재는 그것을 아주 잘 아는 섬뜩한 인물이다.

일본 예찬론에 숨겨진 우월주의와 보수주의
물론 아소 다로의 일본에 대한 애국심은 높이 살 만한 부분이다. 그는 왜 일본이 대단한 국가이고 일본 국민의 자질이 왜 다른 나라 국민과 다른지를 '일본예찬론'으로 입증하려고 한다. 외무상을 지내던 2005년 말 인도를 방문한 그는 '아시아 선두 국가로서 노력해온 결실이 머나먼 인도에서 꽃피운다'며 일본이 건설비의 약 70%를 지원한다는 내용에 가슴 뭉클해했으며 일본 기술자들이 예정 시간보다 항상 10분 전에 모여 있는 모습이 다른 근로자들에게 본보기가 된다는 말에 "일본 국민은 역시 자질부터 다르다"라며 또 한번 감격했다. 또한 일본의 제품인 소니, 마쓰시타, 도요타를 비롯, 만화, 라면 등 작은 문화상품에까지 그의 일본 예찬론은 이어진다. 특히 만화광인 아소 다로는 "일본 만화는 세계인의 문화상품"이다 라고 역설하면서 "이런 일본이 국제 사회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하는 나라는 중국과 한국 뿐"이라 말하기도 했다. 자신의 나라를 예찬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문제는 단지 예찬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일본 우월주의와 극우 보수주의라는 이면이 숨어있다는 점이다. 그의 저서 『자유와 번영의 호(弧)』에는 '하나의 아시아'라는 그의 주장이 있다.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유라시아의 모든 나라를 둥근 활 모양의 호처럼 연결해 자유와 번영의 지역을 만들되 그 가운데에는 일본이 서자는 제안이다. 물론 '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그 제안은 대단히 활기찬 제안이 될 수도 있지만 그 발상에는 일본 우월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또한 아소 다로는 이를 위해 '부국강병'을 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다. 일제 침략의 역사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이 시점에서 다시 강한 군대를 가지고 무대를 더 넓혀 유라시아의 리더가 되겠다는 그의 뻔뻔함과 오만을 여기서 엿볼 수 있다.

항의가 아닌 실질적인 대책과 시나리오 필요해
그렇다면 그가 새 총재가 된 이후 그의 정치성향은 과연 우리나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물론 그는 지금껏 가져온 보수 우파적인 정치성향을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그가 각료에 오른 뒤로는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한 적이 없었으며 앞으로도 방문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주변국들의 눈치를 아예 보지 않는 것은 아니며, 지난 2005년 외상 취임 이후에는 나름 우리나라와 중국과 관련해서는 입조심을 하는 편이어서 생각 외로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또한 세계 어느 나라나 경제가 극도로 나빠져 있는 상황이지만 일본 역시 극심하게 경제가 나빠져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주변 국가들과 소모적인 외교 싸움을 벌이는 것 보다는 자국 경제를 살리는 쪽에 더욱 주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에 그는 "타국이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다. 한국과 중국의 과민반응이 더 문제"라는 의견을 내놨던 것을 비추어 볼 때, 그의 망언 시리즈는 주변국들을 자극하려는 심산이 아닌 자국 내 인기를 끌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그가 새 총재 자리에 선출된 이후 우리나라는 그가 어떻게 할지 그리고 어떤 망언을 또 내뱉을지에 맞춰 대응만 하고 있을 순 없다. 그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하고 어떤 의견을 내놓지는 쉽사리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앞에서도 언급한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일본 영토임을 확고히 한다는 아소 내각의 발언을 들 수 있다. 일본의 독도에 대한 야욕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아소 다로라는 인물이 극우파임을 감안한다면 독도 영유권 문제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 그저 그의 발언에 '망언'이라며 항의만 했을 뿐이다. 실질적으로 독도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어떤 행동을 취하고 있는지는 피부에 잘 와 닿지 않는다. 국민들이 공감하고 따라갈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절실하다. 이번에도 항의 정도에 그쳤고,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대응한다면 독도에 언제 일본군이 들이 닥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정부는 일본과 독도 영유권 문제 및 과거 청산 문제 등으로 인해 불편한 상황에서도 서로 공생할 수밖에 없는 일본과의 이 어려운 숙제를 계속해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일본의 독도 망언에 강경하게 성명을 냈던 것을 기억해 보라. 일본도 노무현 대통령의 성명에 잠시 움찔 했겠지만, 여전히 독도가 자기네 영토라고 떠들어대고 있다.

일본 극우파 보수세력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중국 등 주변국에게도 유명한 집단이다. 늘 있어왔던 망언들은 모두 그들로부터 나온 것이며 역사 교과서 왜곡, 위안부 문제 등에 있어서 그들의 움직임은 늘 우리의 분노를 끓게 했다. 그들의 망언이 지속되는 것은 우리 정부를 쉽게 보는 그들의 생각도 문제지만 언제나 항의와 성명 내기에만 급급하고 실질적으로 적극적인 정부의 문제 해결이 없었던 것도 문제이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동해'가 아닌 '일본해'를 표기하고 있고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하는 곳도 점점 늘고 있다. 일본의 무한한 로비가 많은 나라에서 정착이 돼가고 있지만 우리 쪽은 어떠한가? 가수 김장훈이 사비를 들여 미국의 한 잡지에 독도는 우리땅이란 광고를 해야 하고, 정작 독도가 한국 땅임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쪽은 국민들 쪽이다. 절대 극우파 아소 다로가 새 총재가 됐고 총재가 되자마자 독도 문제로 또 한번 국내에 파문을 일으켰다. 정부는 정말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 걸까?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