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문화병원 구자성 부원장, 은성의료재단 이사장 취임

환자 생명 살리는 필수진료 위한 정책과 법안 마련돼야

2024-10-10     노동진 기자

[시사뉴스피플=노동진 기자] 의료법인 은성의료재단이 지난 7월 30일 설립 46년 만에 신임 이사장을 맞이하며, 새로운 항해를 시작했다. 신임 이사장은 좋은문화병원 구자성 부원장이다. 그는 부산의대를 졸업하고 연세의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산부인과 전문의를 취득했으며,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에서 MBA 과정을 마친 의사로서는 다소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이후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컴퍼니’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2년간 근무 후 좋은문화병원으로 복귀, 지금까지 난임 치료를 해오고 있다. 현재 연세대 의대 산부인과 외래교수, 대한병원협회 상임이사, 부산인공지능융합기술협회장, 대한산부인과학회 부이사장, 대한중소병원협회 병원정보위원장,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HP) 파트너 등을 맡고 있다.

‘좋은’ 병원의 특성화와 전문화
영남 지역에는 ‘좋은’으로 시작하는 병원들이 많다. 모두 은성의료재단의 병원들이다. 모태는 1978년 부산 동구 범일동에서 구정회 정형외과와 문화숙 산부인과로 현재 좋은문화병원이 자리잡고 있다. 1대 이사장인 구정회 회장은 남다른 역량으로 필수의료 진료과만으로 전국 최대 병상 수를 자랑하는 대형병원 그룹으로 키워냈다. 
재단 산하에는 좋은문화병원, 좋은삼선병원, 좋은강안병원, 좋은삼정병원, 좋은선린병원, 좋은애인요양병원, 좋은연인요양병원, 좋은리버뷰요양병원, 좋은부산요양병원, 좋은주례요양병원, 좋은선린요양병원이 있다.  
바톤을 이은 구자성 이사장은 “지역의 필수의료를 책임지는 병원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환자 중심의 병원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며 “최고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진료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위한 투자와 노력을 지속하겠다. 또한 AI 등 각종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스마트병원을 구축해 환자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세부계획으로 특성화와 전문화를 꼽았다. 지금껏 우수한 의료진과 의료장비 도입에 심혈을 기울여 왔던 만큼 결실이 맺어지고 있다는 그는 “대학병원에 뒤지지 않는 진료역량을 갖추어 가고 있는 과정이다. 좋은문화병원의 경우 산부인과와 유방·갑상선외과 등 여성 질환을 특화하고 있으며, 좋은삼선병원은 정형외과와 뇌·심혈관질환 등 각 병원마다 전문성을 살리고 있다. 특히 좋은강안병원은 독립된 암센터를 개소했으며, 대학병원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방사선 치료, 핵의학 치료, 항암 치료 등 진단부터 치료의 마지막 단계까지 원스탑 암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지역사회 공헌에도 앞장서겠다는 각오다. 은성의료재단은 그간 지속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최근에도 ‘지구영상제’에 후원금을 기탁했으며, 다문화 가정 검정고시 합격 장학금과 후원금을 전달한 바 있다. 구 이사장은 “사회공헌은 기업의 당연한 책무”라며 “사회공헌 활동의 대상이 되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향을 찾아가겠다”고 전했다.  

다음은 은성의료재단 구자성 이사장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Q. 의료대란으로 2차 병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재단 산하 병원들의 현재 상황은 어떤가.
▼ 3차 병원인 대학병원을 가지 못하는 환자들을 우리 병원들이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각 병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중환자실의 경우 100% 풀 가동 중인 경우가 많아 어쩔 수 없이 수용을 못하는 경우가 있어 가슴이 아프다. 한시바삐 의료대란이 해소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Q. 의료인으로서, 작금의 의료대란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 출발점이 의대증원이다. 의정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의료대란이 현실화 됐다. 원점인 의대증원에서부터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에 종사하는 의사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해결책이 오로지 의대증원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왜 2,000명 증원이 필요한지는 모두의 의문이다.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해줬으면 한다. 국민들과 의료인들, 특히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재논의 해 현재의 상황이 끝나기를 바란다. 

Q. 정부가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인으로서 한 마디 전해준다면.
▼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소위 필수진료과를 희망하는 의대생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뉴스에서 보도되는 내용만 봐도 소아과 전공의 지원이 씨가 말랐고, 분만 병원이 없어 원정출산을 떠돈다, 응급실 전문의가 없어 생명을 잃었다 등 안타까운 소식이 연발되고 있다. 이같은 원인이 발생한 것은 명확하다. 대다수의 의사와 의대생들이 내외산소로 불리우는 필수진료과 의사로서의 삶이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도 행복하지도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책임감은 여전히 중요하며 강조되어야 한다. 하지만 의사들도 직업인이고, 한 가정의 가장이고, 평균적인 인간이다. 더 힘들고 보수가 적고 위험한 환경에서 일을 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대우받지 못하고, 존중받지 못한다면 그 일을 선택하라고 강요할 순 없지 않은가.   
정부는 필수진료과의 전문의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실상은 전문의 숫자는 충분히 많다. 이 전문의들 중 과연 몇 퍼센트가 실제로 현재 본인이 트레이닝을 받은 전문 분야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지 분석을 하고, 피부/미용 등 비급여 진료과로의 유출을 막는 정책이 사실은 의대증원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Q. 국내 의료사고 관련 기소율이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높다는 얘기가 있다. 필수진료 전문의가 부족한 이유로도 거론된다. 
▼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의사 1인당 연간 기소 건수는 일본의 약 265배, 영국의 약 895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환자가 생명을 잃게 되면 유가족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당연히 그에 따른 책임소재가 있어야 한다. 집도한 의사에게 명백한 책임이 있다면 당연히 기소되어야 하지만, 현재 잣대로는 과혹하다. 생명의 위급함을 다투는데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의사에게 지라고 한다면 과연 누가 수술을 하려고 하겠나.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생명을 살리겠다는 의지로 일한다. 현재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는 위험한 수술은 피하려고 할 것이다. 이점을 잘알고 있는 의대생은 당연히 필수진료를 기피하게 된다.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의료사고 발생 시 보상 부분을 국가가 전담하고, 응급의료에 대해서는 면책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의사들만 치외법권으로 들어가게 해달라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렇게 많이 참조하는 OECD 국가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보고, 최소한 그 정도의 역할을 국가에서 맡아달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것이 결국은 국민들의 건강을 더 지키고 생명을 더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