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時評] 트럼프의 재선과 ‘미국 우선주의’

2024-11-14     진태유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시사뉴스피플=진태유 논설위원] 11월 6일, 미국의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의 트럼프의 재선과 그가 완전히 장악한 공화당의 성공은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번 선거에서 미국 유권자들은 트럼프가 어떤 사람인지 분명하게 알고 투표를 했다. 지난 2016년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는 미국 유권자들은 트럼프가 어떤 모습으로 대통령 직을 수행할지 미지의 세계로 뛰어드는 심정이었을 게다. 하지만 2024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저속하고 품위 없는 행동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8년 전보다 훨씬 더 급진적이라는 사실이다.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 여성비하, 이민문제, 인종차별, 독재자 이미지, 등 수많은 부정적 문제를 미국 유권자들이 알고도 모른체하면서 트럼프를 선택한 것이다. 이것은 관념적 이해(利害)보다는 실제적이고 실리적인 먹고사는 문제에 집착한 미국 국민의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공화당은 상원 선거에서도 승리하여 더욱 강력해진 트럼프 당선인의 두번째 임기는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이후 미국이 구상한 길과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다. 즉,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찬양한 민주적 모델로 자리매김하기를 열망했던 개방적이고 세계에 참여하는 초강대국의 ‘위대한 미국’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 이 모델은 이미 지난 20년 동안 약화되면서 사리질 위기에 놓였다가 트럼프의 귀환과 더불어 완전히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의 세계관은 미국 국익의 저울질을 통해 세계와의 관계를 맺는 ‘미국 우선주의’이다. 다자주의를 기피하고 힘의 관계와 무역전쟁, 거래외교를 통한 가치기반을 형성하여 이념적 동맹관계보다는 실리적 동맹관계, 그리고 전통적 동맹을 파트너가 아닌 통상(通商)의 적으로 간주하고 푸틴, 시진핑, 김정은과 같은 독재자들과는 반대자가 아닌 파트너로 삼기, 등 일련의 풍랑이 예상된다.   

트럼프의 두번째 임기는 러시아 강대국이 모든 국제적 의무를 무시하고 점점 더 공격적인 태도를 보임에 따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더욱 격렬해지는 상황에서 더욱 불안할 수 있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중단하고 블라디미르 푸틴과 침략자에게 유리한 평화협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결과는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훨씬 뛰어넘는 유럽대륙의 안보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전망은 유럽의 분열을 상정하고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유럽 연합의 지도자들은 이를 인식하고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전에 대처할 준비를 해야 한다.  

전례 없는 포퓰리즘, 여성혐오, 인종차별주의의 맹렬한 선거운동 끝에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한 것은 또한 여성, 이민자, 그리고 민주주의 전반에 불길하고 불안한 감정과 분위기를 조성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2021년 1월 6일 그가 부추겼던 폭도들에 의한 의회의사당 공격을 일반화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세계 1위 권력의 최고 지도자가 그의 반대자들을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고 반체제 언론을 억압하며 군대를 동원하여 불법 이민자들을 색출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유럽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반자유주의 지도자’들을 격려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