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나라 음악, 청취자의 사연 소개, 다양한 국내 정보 전달로

국내 체류 외국인의 향수병 달래고 국내 생활 정착에 도움줘

2008-12-02     장정미 기자
행정안전부는 지난 5월 1일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이 89만1341명으로 1년 전보다 23.3% 증가했으며, 전체 주민등록 인구(4935만5153명)의 1.8%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이 가운데 90일 넘게 장기 체류 중인 외국인근로자가 43만7727명(49.1%)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국제결혼 이주자 14만4385명(16.2%), 국제결혼가정 자녀 5만8007명(6.5%), 유학생 5만6279명(6.3%), 상사 주재원 등 기타 17만1104명(19.2%) 순으로 나타났다.

국적별로는 조선족이 지난해보다 44% 늘어난 37만8345명으로 전체의 42%를 차지했으며, 이어 동남아 22.2%, 중국 15.8%, 남아시아 3.7%, 미국 3.0%, 일본 2.7%, 몽골 2.4% 등의 순이다. 지역별로는 경기(31.2%), 서울(29.2%), 인천(5.5%) 등 기업이 밀집한 수도권에 65.9%가 집중됐으며, 국제결혼 이주자도 경기 27%, 서울 23.4%, 인천 5.9% 등 수도권(56.3%)에 거주하는 비율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에 앞서 1990년부터 제조업과 서비스업 일부의 노동공급 부족으로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에 유입되며 외국인 수는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매년 결혼의 평균 10%가 국제 결혼이고, 농어촌 남성 평균 30%가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고 있다.

변화를 수용하는 최선의 길은 의식의 개선
최근 정부의 통계 자료를 보면, 다문화가정은 이미 우리 사회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상적으로 다문화가정은 빠르게, 널리 확산되어 가고 있지만, 우리의 정서상으로는 아직 이러한 현상적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07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총혼인건수 대비 외국인과의 혼인건수는 11.1%에 달하는 3만8491건이다. 1990년에는 전체 결혼 중 국제결혼이 차지하는 비율이 1.2%에 불과했다. 어찌 됐건 다민족, 다문화국가로 무척이나 빨리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2020년에는 20대 한국인 5명 중 1명, 신생아 중 3분의 1이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로 추산된다. 이제 더 이상 단일민족이라는‘타이틀’이 우리의 현실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제 단일민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현상적으로 다민족국가를 구성하는 한 요소인 다문화가정에 대한 실태 파악과 적절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결혼 이민자와 다문화 자녀도 무조건 ‘한국인’으로 동화시키는 자세에서 벗어나 이들의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는 시대적 상황이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그렇지 못하다. 2006년 현재 국내 체류 중인 등록 외국인은 63만627명이다. 이 중 5세 이상~19세 이하는 2만5488명(2006년 말 기준)으로 전체 외국인 인구의 4%에 해당하지만 외국인 근로자 자녀의 취학이 극도로 저조하다. 펄벅재단에서 1964년부터 2002년까지 지원한 혼혈아 4400여 명의 학업 상태를 조사한 결과 초등학교 때 전체의 9.8%, 중학교 때 17.5%가 학교를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서 조사한 일반 중학교 중퇴 비율인 1.1%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다문화주의를 공식적인 정부정책으로 채택한 호주의 다문화 정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호주 인구는 약 2000만명. 이 중 43%가 외국에서 태어났거나 부모 중 1명이 외국 출신이다. 막 이민 온 사람을 위한 정착지원 서비스 예산은 연방정부가 제공하고, 주정부는 호주 사회에 뿌리를 내린 사람의 훈련과 교육을 지원한다. 예산은 3개월마다 지급하고 매년 감사받은 자료를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또 이주민지원센터(Migration Resource Center)는 이민자가 처음 호주에 와서 겪는 여러 문제에 대한 상담 및 서비스를 맡는다. 외국인 학생은 6개월이나 1년 수업을 받은 뒤 학교에 정식 입학할 수 있다. 이처럼 호주는 연방정부와 주정부, 그리고 학교에서 이민자의 정착과 교육을 위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08년 세계경쟁력 보고서’를 보면 ‘외국 문화에 대한 개방 수준’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55개국 중 꼴찌, 이민법 항목은 54위를 기록했다. 진정 세계 일류국가, 글로벌 리더로서의 자리를 찾고자 한다면 그 시작의 한 부분으로서 ‘모자이크 사회’를 당당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변화를 수용하는 최선의 길은 의식의 개선밖에 없다. 나와 같지 않다고 그것을 ‘틀린’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다문화사회, 다문화가정의 인정과 수용은 ‘다름’의 인정과 수용에서 출발해야 하는 이유다.

4개 국가 언어로 방송하는 ‘다문화가족 음악방송’

우리 사회는 이미 ‘다문화·다인종’의 다양성의 사회에 진입했다. 92년부터 조선족이 국내 시골총각과 결혼하면서 본격화된 국제결혼 증가로 다문화 가정의 2세가 조만간 국내 기업에 취직하는 일이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이미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구별짓기’를 극복하고 보다 개방적인 사고로의 전환을 위한 시도가 속속 진행되고 있다. 스카이라이프와 웅진재단은 다문화 가족이 겪는 문화와 언어 격차를 해소하고 사회 결속력 강화를 위해 24시간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태국 4개 국가 언어로 방송하는‘다문화가족 음악방송’을 제공하고 있다.‘다문화가족 음악방송’은 각 나라 유행 음악과 민속 음악, 청취자의 사연과 신청곡을 접수·소개하고 국내 생활 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전달한다. 오는 2009년에는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일본, 몽골, 아랍 등으로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디지털스카이넷과 웅진재단은 오디오채널인 ‘스카이사운드’ 채널 855번을 통해 하루 24시간 중국, 베트남, 필리핀, 태국 4개 국어로 번갈아가며 한국으로 이주한 결혼이민자와 2세들을 위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월 15일엔 홈페이지를 오픈해 베트남을 비롯한 현지에서도 인터넷으로 방송을 들을 수 있게 됐다. 2005년 10월 한국으로 유학을 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황밍옥씨는 매주 3차례 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을 녹음한다. 베트남 인기가요도 들려주고, 한국어와 한국문화 공부 코너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월, 방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워크샵에서 베트남 부부들을 만났을 때 방송 목표를 정했다.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여성들은 한국어를 잘 모르잖아요. 그러다보니 한국어밖에 모르는 어린 자녀들과 대화하는 게 너무 힘들다는 말을 듣고 무척 안타까웠습니다.”그래서 한국문화 따라잡기, 한국동요 배우기, 일일한국어 시간 등을 마련했다. 베트남 여성들이 아이들에게 한국어로 자장가도 불러주고 동요도 가르쳐줄 수 있도록 돕는 게 그의 바람이다. “한국에 사는 베트남 사람들이 방송을 통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많이 알게 됐으면 좋겠어요. 서로 잘 알수록 이해 폭을 넓힐 수 있잖아요. 다문화가족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방송을 위한 노래 선곡, 방송 원고 작성과 자료 번역해설까지 집에서 틈틈이 준비한단다. 홈페이지가 오픈하면서 베트남에서도 방송을 듣게 된 만큼 한국을 알리는 데도 신경을 썼다고 했다.

음악방송 통한 문화적인 접근으로 외국인들의 애환 풀어
우리나라에 외국인 결혼여성, 이주노동자, 유학생들이 100만에서 120만명 정도 된다. 이들이 낮선 외국 땅에서 살면서 겪는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하여 그들의 어려움을 좀 달래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다문화 가족 음악방송’이다. 웅진재단의 신현웅 이사장은 “우리가 당장 그들의 생활지원 등의 문제를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음악방송을 통한 문화적인 접근으로 그들의 애환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고 그들이 다시 힘을 얻고, 용기를 내어 살수 있다면 보람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문화가족음악방송은 디지털 스카이넷(사장: 김충현)과 제휴를 해서 ‘디지털라디오키스’의 한 개 채널을 공동운영하는 방식으로 스카이라이프 오디오 방송 채널로 855와 케이블TV C&M의 디지털 오디오 채널 811로 해당 8개국 앵커가 각각 자국의 언어와 한국어로 동시에 진행하게 되며 우선 올해는 4개 나라의 방송부터 시작하고 내년에 나머지 4개 나라의 프로그램이 제공될 예정이다. 음악과 교양프로그램은 그들 나라의 음악, 시, 수필 등을 다루며 가족의 문화정체성과 자긍심을 높이면서 한편으론 한국의 언어와 전통문화, 예절도 배울 수 있도록 편성되며, 생활 정보 프로그램은 임신, 출산, 육아, 보건, 의료, 자녀교육, 응급안내, 가정, 법률상담. 취업정보 등 한국 생활의 적응과 자조, 자립 의지를 키우는데 도움이 되도록 구성되어 있다. 특히 법률적인 문제는 법무부가 긴밀하게 협조해주고 있으며 더 신속하고 편이성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 종합안내 센터가 24시간 운영이 되고 있다. 바로 여기서 취업민들의 여러 가지 법률적인 문제, 법적 상담 문제, 법적 지위 문제가 해결되고 여성부에서 24시간 운영하는 이주여성긴급전화와 16개 나라 말로 24시간 통역서비스를 하는 BBB운동도 소개예정이다. 프로그램은 국가별로 매일 90분씩의 본방송과 3회씩의 재방송으로 편성되며 모든 프로그램은 웹사이트로 실시간 재전송돼 다시 듣기도 가능하다. 내년 중에는 러시아·우즈벡어, 아랍어, 몽골어, 일본어 등이 추가되고 본방송 시간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스카이라이프 측에서는 위성방송에 가입하는 다문화가족에게 할인 혜택을 주고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 등 다문화가족이 많이 이용하는 곳에는 위성방송 수신 장비를 무상으로 설치해주고 있다. 신현웅 이사장은 “우리사회가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인식이 멀다는 것을 느낀다”며 “만약 다문화, 글로벌화에 우리가 더 이상 늦추어진다면 그만큼 우리사회 발전 속도도 늦추어질 것이다. 때문에 이 방송이 외국 이주민들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높이고 우리가 열린 마음으로 함께 살아가는 적극적인 의지로 바뀔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또한 우리 방송이 세계화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며 “이들 이주민들이 그들의 자신의 모국어를 활용해 세계무대에 나간다면 한국의 미래 자원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것이다. 그들이 더 이상 우리와 동떨어져 사는 남이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생각들을 가져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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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재단 신현웅 이사장

다문화가족음악방송은 시작한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말씀 하신대로 방송이 얼마나 많은 유기성을 가지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정부 여러 부처와도 긴밀한 협조를 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나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인적자원부 등 관련이 안되는 부처가 없다 싶을 정도로 관계가 많고 이주해온 나라의 방송들과도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지요. 우리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이 방송입니다. 또 많은 자원 봉사자들이 강사나 앵커로 참여 24시간 운영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재하는 해당국 대사들도 한결같이 감사를 표시하면서 방송 자료와 앵커를 추천해 주기도 합니다. 자국의 다양한 커뮤니티에 알려 적극 청취도 할 수 있도록 배려도 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분들 말씀이 “한국민들의 뛰어난 사회문제 해결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라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최대의 정성과 땀흘림으로 이들 외국인들의 갈증해소와 행복감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입니다. 지금 당장의 문제도 문제지만 다문화가 사회 갈등을 미리 치유하고 상처를 봉합해주는 기능을 할 것입니다. 사랑과 화해와 통합을 지향해 갈 때 우리 사회의 건강성이 담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국적까지 확보한,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들을 편견과 차별로 대한다면 그 후유증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다음 세대에 필연코 돌아 올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다문화는 국민운동 차원으로 승화, 발전시켜 이제는 단일민족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다문화, 글로벌화를 세계에 자랑해야 할 것입니다. 바른 생각, 열린 생각, 내일을 향한 눈이 있다면, 다문화 문제도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잘 숙성시키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매번 올림픽에서 보여주는 국민 단합과 에너지를 잘 용해하기만 한다면 우리나라가 1등 선진국 되는 희망을 품으면서, 다문화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아울러 다 문화음악방송의 발전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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