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평] 우크라이나-러시아 휴전, 푸틴 대통령의 시간 끌기 전술

2025-03-20     진태유 논설위원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티비 자료 화면 촬영 캡쳐]

[시사뉴스피플=진태유 논설위원] 3월 13일 , 미국 대통령 특사들이 백안관이 주도한 우크라이나의 휴전안을 협상하기 위해 모스크바에 도착했을 때,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블라디미르 푸틴의 대답에는 복선이 깔려 있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이미 미국이 설계한 휴전안의 원칙을 받아들였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리는 찬성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말하면서 미국인들과 “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통화를 하고 싶어했다. 또한 그는 그러한 휴전이 “지속적인 평화로 이어져야 하며 이 위기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푸틴의 입장은 사실상 변함이 없다. “위기의 근본 원인”에 덧 붙여 3년 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와 중립, 우크라이나의 정권교체, 따라서 점령지의 최종 합병인 젤렌스키 대통령의 사임 등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의미하는 것으로, 우크라이나 지도자들과 국민들에게는 용납할 수 없으며, 유럽에도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지속적인 평화”는 이같이 자신이 요구안이 관철되면 이루어질 수 있다는 타협의 여지가 거의 없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매우 의도적이고 조작적인” 발언들을 비난하고 나섰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들 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전쟁 상황과 향후 러시아의 위상을 치밀하게 계산한 전략•전술적인 면이 강하다.  

첫째, 러시아가 미국이 중재하는 휴전협정에 응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한 도널드 트럼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휴전협정 제안을 즉시 거부하지 않은 것이다. 둘째, 미국 대통령과의 대화를 수립하는 것은 이 모양새가 러시아를 강대국의 위치에 놓이게 하고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가 열망하는 미국의 초강대국과 동등하게 대우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셋째, 이러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대화의 또 다른 장점은 여전히 전쟁 범죄에 대한 국제 형사 재판소의 체포 영장을 받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을 복권 시켜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러시아가 미국의 휴전제안에 확답을 주지 않고 그렇다고 명확한 거부의사를 보이지 않는 이유는 푸틴 대통령에게 시간을 벌게 해 줄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러시아 군대가 지상에서의 그들의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휴전협정에 대한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동안 적대행위의 중단 시기를 늦추는 전술을 성공적으로 시험해 본 경험이 있다. 

이것은 푸틴 대통령이 2008년 조지아에서 유럽 연합을 대표하여 휴전 협상을 하고 있던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에게 사용한 지연 전술이었다.  

또한 예는 2015년 민스크에서 러시아 군대가 돈바스에 있는 데발트세브의 전략적 요충지를 무너뜨리기 위해 전진하는 동안.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우왕좌왕 망설이게 한 지연 전술이었다.  

이처럼 전략•전술적 지연작전을 통해 영토확장에 성공한 자신감을 등에 업고 푸틴 대통령은 이번 휴전협정에서도 과거와 같은 지연작전을 행사하고 있다. 그는 러시아 군대와 북한 보충병들이 쿠르스크 지역을 탈환하는 동안 도널드 트럼프와 대화하기를 원하며, 시간은 자신의 편에 있다고 판단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