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무열 칼럼] 탈도 많은 지자체장 공천, 이대로 좋은가
[시사뉴스피플=편집국] 공천은 선거의 시작이자 민주주의의 관문이다.
유권자가 선택할 후보를 정당이 먼저 선별하는 이 과정은 정당 정치의 심장과도 같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의 지방선거를 들여다보면 공천은 심장이 아니라 부패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지자체장의 일탈과 범죄가 반복되는 가장 큰 구조적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무책임한 공천 시스템이다. 경력이나 역량보다는 줄을 얼마나 잘 섰는지 누구의 추천을 받았는지가 공천의 기준이 되는 순간 선출직의 도덕성은 뿌리부터 흔들린다. 그 결과, 선거에 당선된 후 각종 비리와 권력형 부패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봉화군은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전임 군수였던 엄태항 씨는 재임 중 수년간 9억원 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공직자의 도덕적 해이가 극단에 이른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가 처음부터 그러한 의심을 받지 않았던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공천 당시부터 지역내에서는 "문제가 많은 인물"이라는 말이 돌았고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정당은 묵살했고 공천장은 결국 면죄부가 되었다.
정당은 늘 말한다. "공천은 신중히, 도덕성을 최우선으로". 그러나 이는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다. 실제 공천 과정은 밀실에서 이루어지고 검증은 형식에 그치며 책임은 없거나 유보된다. 당선 이후 문제가 터지면 "개인의 일탈"이라며 고개를 돌리고 만다. 책임 정당제가 무색한 이유다.
공천은 정당의 약속이자 유권자에 대한 신뢰다. 무자격자에게 공천을 주는 순간 정단은 유권자와의 신뢰 계약을 파기하는 것이다. 특히 지방행정은 주민 생활과 밀접하기 때문에 단체장의 자질은 곧 주민 삶의 질로 직결된다. 부패한 단체장 한명 때문에 수년간 지역은 정체되고 행정은 신뢰를 잃는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공천 과정에 도덕성 검증을 제도화하고 공천 실패에 대한 정당 책임을 명문화하며 지역주민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정당은 "우리는 후보자일 뿐"이라는 변명을 멈추고 "우리가 책임진다"는 각오로 공천권을 행사해야 한다.
지자체장의 자리는 단순한 정치적 보상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민의 삶을 결정하는 무거운 자리이며 도덕성과 신뢰가 가장 기본이 되는 자격 요건이다. 공천이 곧 면죄부가 되는 지금의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지방행정의 미래도 없다.
정당이 변하지 않으며 유권자가 변해야 한다. 더는 "어차피 저 사람이 되겠지"라는 체념 대신 "이 사람이 왜 공천을 받았는가"를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 물음에 답하지 못하는 정당은 냉정하게 심판해야 한다.
그것이 유권자의 권리이자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