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고 장대영 교감 “폐교 위기에서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교로 거듭 나”
이과 중심의 과학영재학교로 거듭날 준비
[시사뉴스피플=박용준 기자] 인구 감소에 따른 폐교가 잇따르고 있다. 우리나라 수도인 서울에도 폐교 바람이 불고 있다. 농어촌지역은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반면 경남 창녕군에 위치한 한국과학기술고등학교(교장 조용환)의 사정은 다르다. 한 때 폐교 위기에 몰렸던, 꼴찌 학교에서 이제는 지역 중학교 성적의 30% 이내 학생도 입학하기 힘들 정도로 학생들이 선호하는 고등학교로 거듭났다. 무엇보다 기숙사나 식비 등 학교생활에 필요한 모든 경비일체는 무료다. 이에 대해 이 학교 장대영 교감은 “‘대학도 경영’이라는 말이 보편화되며서 전국 각 대학이 변화를 거듭했듯, ‘고등학교도 경영’이라는 것을 처음 시도하는 이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전교생 기숙사, 대학 수준의 시설, 학생들을 위한 커리큘럼 등이 인정을 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재단의 든든한 지원아래 교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며 “재단이 추구하는 ‘변화와 혁신’에 모두 한마음으로 힘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학생을 위한 학과 개편, 정부의 지원도 잇따라
“10년 동안 A/S를 보장하겠다.” 지난 한국과학기술고등학교(이하 한국과기고) 졸업식에서 서종범 이사장이 밝힌 말로, 학생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직감할 수 있다. 이날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의 갈채가 쏟아졌다.
실제 서 이사장을 필두로 교직원들은 학생들에 대한 관심이 깊다. 잦은 스킨십으로 때론 부모처럼, 친구 같은 관계를 유지한다. 학생 누가 아픈지, 걱정거리가 무엇인지도 알 정도다.
이 학교가 표방하는 부분이다. 커리큘럼도 학생들이 원하는 과로 재편한 이유다.
현재 현장 중심의 범용 공작기계와 가공 방법을 익히고, 공장 자동화를 위한 자동화 설비 운용 기술을 배우는 ▼정밀기계조립과, 공장 자동화 시스템의 기술 습득 등 첨단 산업 기계를 다룰 수 있는 기술인을 양성하는 ▼컴퓨터응용기계과, 4차 산업혁명시대 핵심 기술인 스마트팩토리 관련 분야에 필요한 과정을 배우고, 변화하는 산업 현장에 적응할 수 있는 기술인을 양성하는 ▼스마트팩토리과, 전기 전자 분야의 체계적인 이론과 실험 실습을 통해 산업 혁장 운용 능력을 극대화하고 실무적이고 창의적인 전문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전기전자과를 두고 있다. 4개 과 모두 관련 자격증 습득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신의 고가장비로 중무장하고 있다.
경남의 명실상부한 특성화고등학교답게 다양한 실무 중심 교육과 산학협력을 통해 학생들의 역량도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기술사관 육성사업’ 선정이다. 이 사업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 아래 전문대와 연계 교육을 통해 중소기업 전문 기술 인력을 양성하게 된다. 이에 한국과기고 학생 중 선발된 학생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자금 지원으로 직업교육과 훈련, 실습 등의 맞춤형 교육을 받고 전문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졸업 후에는 취업과 연계된다.
방위사업청과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의 ‘특성화고 산학연계 맞춤형교육지원사업’에도 선정됐다. 3학년 학생은 연간 120시간 교육훈련을 받게 되며 졸업 후 방산기업 등 채용이 확약되어 있다.
신규로 ‘지역거점 방위산업 전문인력 양성사업’ 선정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각종 국책 사업을 통해 학생들에 대한 교육의 질을 높이고, 산업현장에서 선호받는 인재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취업지원관’을 신규 채용했으며, 직업체험실도 운영하고 있다. 또한 3학년 취업희망자를 대상으로 ‘AI비대면채용시스템’도 활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조선·항공 등 각 기업의 요구 사항에 맞춘 맞춤형 AI 면접 연습 등을 통해 면접 스킬 능력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덕분에 DB하이텍과 한국항공우주산업, 스테츠칩팩코리아 등 대·중견기업과 지역의 유망 기업들의 취업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적인 美, 무도관 개관
지난 5월 13일 한국과기고를 찾았다. 학생들을 위한 학교가 어떤 곳인지 표본을 제시하고 있었다.
먼저 면학 분위기 형성에 좋은 한적한 산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여느 대학 못지않은 넓은 캠퍼스에 한땀한땀 정성들인 조경이 아름다웠다. 장대영 교감에 따르면, 이른 봄에는 벚나무의 아름다움, 더워지기 시작하는 여름에는 수국의 절경에 빠질 수 있다고. 한 여름에는 녹음의 풍경이 매력적이며, 가을은 단풍이, 겨울에는 새 하얀 눈으로 덥힌 교정, 각 계절마다 변화하는 학교라고 설명했다.
자연의 매력이 한층 돋보이는 탓일까, 이곳은 ‘텃발교육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직접 텃밭을 가꾸고 동물을 키우는 과정을 통해 식생활에 대한 감사, 동물을 사랑하고, 나아가 주변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현재 학교농장에는 염소와 거위, 닭들을 키우고 있다.
장 교감의 안내로 학교 곳곳을 둘러봤다. 오가며 한 번씩 마주치는 학생들과 정감어린 인사는 타 학교와는 다른 훈훈함이 감돌았다.
기숙사를 찾았다. 전교생이 이곳에서 생활하는데, 학생들과 소통을 통해 시설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이어 도서관을 둘러 봤다. 도서관은 건물 한 동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다. 방대한 도서는 물론 열람실 등 학생들 이용에 편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층은 다목적실로 구성, 특강이나 동아리 활동을 위해 개방하고 있다.
도서관 옥상에서 학교를 바라봤다. 실내체육관, 풋살장, 천연잔디 운동장 등 학생들이 좋아할만한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현재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가칭 ‘무도관’은 한국과기고 학생들에게 건강 유지는 물론 유단자로 만들어 주게 된다. 무도관은 한국적인 美를 강화하기 위해 경주시의 장인이 만든 기와를 공수해 얹었다. 이곳에서 1학년은 태권도, 2학년은 유도 3학년은 검도를 배우게 될 예정으로, 한국과기고를 졸업하면 최소한 3종목의 유단자가 된다. 특색활동으로 음악도 장려하고 있는데, 모든 학생들은 1악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내년에는 전교생이 참여해 전국 5대 도시를 누비는 오케스트라 공연도 펼칠 계획이다.
학생들의 수업공간도 살펴봤다. 대학에서나 볼만한 로봇 장비는 물론 VR(가상현실) 시뮬레이터, 3D프린터와 스캐너, 레이저조각기, 드론 등 풍부한 학습기자재를 갖추고 있다. ‘E-스포츠 직업체험실’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국제대회가 열리는 ‘E-스포츠 경기장’을 한국과기고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 세련된 시설이 단연 눈에 띄었다. 지난해 한국과학기술고 제1회 이스포츠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경남 최초 한국어학급 운영
“형편이 어렵거나 한부모 가정, 다문화가정 등의 학생들이 꿈을 키우는 학교로 만들어 갈 것이다.” 서종범 이사장의 목표다.
학교 재단이 시설 투자는 물론 정부 사업 획득을 위해 매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는 특성화고등학교로, 취업 연계 장학금과 현장 실습 지원금, 경남 직업계고 꿈 디딤 지원 등 학생들의 수혜가 많다. 또한 방과 후 활동을 무상 지원하고 있으며, 기능사 필기 및 실기와 학교스포츠클럽 운영, 취업 역량 강화를 위한 동아리(군무원, 부사관)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경남 관내 고교 최초로 한국어학급도 운영한다. 한국어에 서툰 다문화 학생들을 위해 한국어학급을 개설, 학생들의 성취도를 바탕으로 수준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효율적인 학습을 위해 영상콘텐츠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숏폼 등이 사용된다. 또한 다양한 문화교육 체험을 위해 김수로왕릉과 롯데워터파크 등의 현장체험과 크리스마스 칸타타 공연 관람 등 다양한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접목해 교내에서 다문화 축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태국의 최대 축제 ‘쏭크’를 한국과기고에서 펼쳐졌는데, 물총을 가지고 학생들이 즐겁게 뛰어놀며, 쏭크의 의미가 가진 액운을 씻어내고 태국 전통음식도 즐기는 따뜻한 시간이 됐다.
지난해 한글날에는 한국어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올해는 직업교육에 초점을 맞춰 5일장을 알리고 지역화폐 구매 및 사용 방법 등을 알려주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서종범 이사장은 “영국의 이튼스쿨처럼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지도층을 길러내는 것이 목표다”며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닌 다소 소외되어 있더라도 각자의 능력을 십분발휘할수 있도록 돕는 학교, 이를 통해 꿈을 키워 한국을 빛내는 영웅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덧붙여 “급진적인 변화보다는 서서히 변화시켜 꼭 한국 최고의 명문고를 발돋움 시킬 것”이라면서 “이의 일환으로 중학교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연계되고, 이과 중심의 과학영재학교로 거듭나 국익을 대변하는 인재를 키우는 학교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한편, 서종범 이사장은 한국과학기술고등학교의 학교법인 아하브교육재단외에 밀성학원을 경영하고 있다. 학교법인 밀성학원은 밀성고등학교와 밀성제일고등학교, 밀성중학교, 밀성여자중학교를 두고 있으며, 부속병원으로 김해성모요양병원이 있다. 이들 학교 또한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도 매년 높은 충원률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기고처럼 학생들에게 모든 것이 초점이 맞춰진 결과다. 밀성고의 경우 2023년도 서울대학교에 2명이 진학하는 등 전통 명문고의 위상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으며, 밀성제일고는 국가직 공무원의 요람으로 명성이 자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