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공헌을 비즈니스화 하는 전략

[지구촌 경제 클릭 - 빌 게이츠의 창조적 자본주의]

2009-01-02     김미희 기자
“기업성과와 사회적 기여의 아름다운 조화”
사회적 니즈와 연계하여 시너지를 창출하라

“하루 1달러 미만의 생계비로 살아가는 전 세계 10억 빈민을 도울 수 있는 창조적 자본주의의 길을 함께 모색하자.”세계적 부호인 前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빌 게이츠가 지난해 하버드 대학 졸업식과 최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역설한‘창조적 자본주의’에 산업계는 물론 사회 전반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특히“기업들은 각국 정부 및 비영리 단체와 협력하여,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지속가능경영을 실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란, 전통적인 기부나 자선의 의미를 넘어, 시장의 힘과 작동원리를 활용해 가난한 사람들과 불평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을 만들자는 개념이다. 기존 자본주의 체제를 무너뜨리고자하는 혁명적 발상은 결코 아니며, 기업의 이윤추구와 더불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보다 진보된 형태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의미하는 것이다. 빌 게이츠의 창조적 자본주의는 기업이 단순한 사회적 책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본주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빈민층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행하는 기업 활동. 즉, 기존의 구호물품과 봉사자를 투입하던 틀에서 벗어나, 자선활동을 비즈니스화하고 각국의 정부와 초일류 기업들의 연대를 통한 활동을 말한다.“기업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데 중점을 둔 사업을 창출해야 한다”고 밝힌 빌 게이츠는“이러한 시스템은 기업의 수익을 높이는 동시에 자본주의 시장의 힘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의 삶 또한 개선시키는 두 가지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직을 떠나면서, 소외받은 사회계층을 위한 활동을 더욱 활발히 할 것이란 포부를 밝힌 빌 게이츠. 그는 자신이 설립한‘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가난과 질병으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한 자선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창조적 자본주의가 탄생하게 된 결정적 배경
창조적 자본주의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지속가능경영, 사회공헌 등과도 맥락을 같이하며, 넓게는 이들 개념을 모두 포괄하는 이론으로 해석될 수 있다. 과거 자본주의 이론은 경제학의 대부인 아담 스미스의‘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대변되었다. 즉, 경제의 각 주체들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다 보면 조화로운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화려하게 꽃피고 있는 지금까지도 소득의 불균형과 절대적 빈곤은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환경파괴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고전적 자본주의 이론에 대한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인류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후세에 물려줄 수 있는 새로운 질서를 갈망하게 된 것이다. 2008년 1월, 세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다보스 포럼에서 빌 게이츠 회장은 창조적 자본주의를 재차 강조하였다. 물론 창조적 자본주의가 어떤 특별한 이론에 기초한다거나 또는 학문적 체계를 갖추고 주창된 이론이 아니기 때문에 이 개념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 앞으로 더욱 다듬어지고 보다 강력한 이론적 무장을 통하여, 구체화되어 나가야만 하는 개념이다. 현 시점에서 체크해야 할 사항은‘빌 게이츠 회장이 왜 이러한 이론을 주창하고 나섰느냐’하는 것이다. 이에 CSR 컨설팅 회사인 (주)라임글로브의 최혁준 대표는“자본주의가 성숙한 현재까지도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며“지구촌 곳곳에서 수십억의 인구가 하루 1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목숨을 연명하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절박감이 창조적 자본주의가 탄생하게 된 결정적인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즉,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사회의 불평등적 요소들을 제거하기 위해선 기존의 자선적 형태의 방법들만 가지고선 한계가 있으며, 보다 적극적으로 자본주의의 힘과 시스템을 활용하자는 것이 창조적 자본주의 이론의 핵심이란 것이다.

모든 인류가 더불어 잘사는 세상을 추구하다
“창조적 자본주의의 시대를 여는 성공열쇠는 기업의 역할과 책임에 놓여 있다”고 당부한 최혁준 대표는“새로운 문명은 보다 사회 친화적·환경 친화적이며, 인간친화적인 기업상을 요구하고 있다”며“기업들은 이에 순응함으로써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찾아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빌 게이츠가 주창한 창조적 자본주의는 의외로 단순한 명제에서 출발한다.‘세상은 점차 좋아지고 있지만, 그 속도는 충분히 빠르지 않고, 그 혜택이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라는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생각에서 비롯됐다는 것. 빌 게이츠가 이미 다보스 포럼에서 언급했듯이 마이크로소프트, 델, 모토로라, 갭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제품가격의 1%를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사용하자는 취지의 레드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컨버스 운동화를 예로 들면, 신발 끈을 채우는 홈이 빨간 색이면 레드 캠페인 상품이며, 판매 수익금 일부가 글로벌 펀드에 기부되는 형태다. 이를 통해 1년 반 동안 무려 200만 명에 달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로 인한 죽음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이는 착한 자본의 힘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고자 노력하는 창조적 자본주의의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 정의한 최 대표는“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현존하는 환경을 잘 보전하여, 모든 인류가 더불어 잘사는 세상을 추구하는 창조적 자본주의가 다가오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미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다양한 이행기준이 마련되고 있으며, UN은 인권과 노동, 환경, 반부패 영역에서의 원칙을 규정한 국제협약을 제정하여 기업의 가입과 협약 이행을 독려하고 있다.

경영의 핵심이자 글로벌 경쟁체제 속 생존전략
지난 11월 초,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BSR 컨퍼런스에 참석한 SK텔레콤 김신배 대표는“국경과 산업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퍼펙트 스톰 상황에서는 지역과 사회에 관계없이 불평등 문제가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고 우려한 뒤“정부의 사회적 보장 시스템으로는 전반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시장의 힘과 작동원리를 활용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창조적 자본주의가 부각되는 것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물론 과거 경제 성장기에는 고용과 이윤창출이라는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책임 외에는 이렇다 할 사회적 책임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고용을 창출하고, 남긴 이윤으로 세금을 내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정도가 전부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경영의 핵심 전략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해해야만 한다.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필수 요소이기에 기업의 생존차원에서 적극 도입해야한다. 지난 2006년엔 IBM을 비롯한 소니와 필립스 등 22개 글로벌 대기업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준을 전격 발표했다. 더욱이 협력업체들까지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이들 22개 대기업에 납품하는 전 세계 부품·소재 업체들에겐 비상이 걸렸다. 납품업체들은 글로벌 대기업이 만든 CSR 평가항목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신고해야 하며, 기준에 미달하는 업체는 조달대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들 대기업이 자사뿐 아니라 협력업체까지 CSR을 요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협력업체의 CSR 불감증이 자사 제품의 신뢰성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최혁준 대표는“글로벌 아웃소싱의 확산과 맞물려 CSR경영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CSR을 도외시한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CSR을 책임의 관점이 아닌 생존의 관점에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CSR을 비즈니스 기회 발굴로 적극 활용하라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본주의는 100년 전 자본주의와는 분명 다르다. 또한 100년 후 세상에 풍요를 가져 올 자본주의는 지금의 자본주의와는 또 다를 것이다. 과거 이윤만 추구하던 비도덕적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과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도덕적 면모를 강조하는 새로운 가치체계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의 적극적인 CSR 이행 노력을 강조한 최혁준 대표는 이를 기반으로 한 사회전반적인 창조적 자본주의의 확산만이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유일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책임은 비단 기업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과 국가를 막론한 모든 조직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민간이든 공공이든 이를 소홀히 해서는 지속가능한 경영도, 지속가능한 발전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 책임론이 우리 사회에 튼튼하게 뿌리내리기 위해선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 주체인 기업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도 필수다. 책임의 관점이 아닌 기업경영의 한 축으로써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경영을 이해해야한다. 책임이라 하면, 강제성이 느껴지기도 하고 불필요한 비용이 들 것 같아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마음도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경영 패러다임의 세계적 변화이고,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핵심가치라면, 기업의 생존차원에서 적극 도입하여 경쟁력 강화에 활용해야 할 것이다. 국내의 경우, 1939년 삼양사의 인재육성재단인‘양영회’의 설립에서부터 1970년대 시작된 포항제철의 지역사회 개발 및 1984년 유한킴벌리의‘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기업 사회공헌의 효시로 손꼽히는 다양한 활동들이 존재하였다. 1994년에 창단된‘삼성사회봉사단’은 국내 최초의 사회공헌 전담조직으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이에 최혁준 대표는“국내 사회공헌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으며, 우리나라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사회공헌 활동을 실시해온 해외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하더라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일부 영역에선 그들을 뛰어넘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IT강국답게 사회공헌 전용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기업도 있다. 구체적인 활동을 일반인에게 공개함과 동시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도 청취하여 이를 사회공헌 전략수립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부 기업은 사회공헌 통합관리시스템까지 구축하여, 직원 개인별·부서별 사회공헌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등 프로그램 진단 자료로 활용하기도 한다. 최근엔 해외진출이 활발해짐에 따라 현지 해외법인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현지화 전략의 일환으로 사회공헌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창조적 자본주의의 확산과 함께 세계는 지금 CSR을 향한 총성 없는 전쟁을 예고하고 있으므로, 향후 더욱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하겠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