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학교답게, 학생을 학생답게” 수원공업고등학교의 실천 교육

2025-07-07     김시동 기자

5년간 공무원·공기업·대기업 합격자 330명, 전국 최고 진로 성과

수원공업고등학교 오금자 교장선생님[사진=시사뉴스피플]

[시사뉴스피플=김시동기자] 1971년 개교 이래 수원공업고등학교는 52회의 졸업생을 사회로 배출하며 한결같이 ‘쓸 만한 사람’을 길러내는 학교로 자리 잡아왔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기술과 산업의 변화는 수없이 반복되었지만 학교가 고수해온 원칙은 ‘기초를 튼튼히, 사람을 사람답게’였다. 

요즘은 학생 수 부족으로 긴 역사를 가졌음에도 교문을 닫는 학교들이 늘어나는 반면, 수원공고는 다르다. 여전히 아이들이 찾고 학부모들이 믿으며 기업들이 먼저 손 내미는 학교다. 수치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교육을 실천해왔기 때문이다.

공무원 전국 최다 합격률, 산학일체형 도제사업 S등급, 높은 진성 취업률, 전국대회 수상 동아리라는 성과를 가능케 한 것은 화려한 캠페인이 아닌, 오금자 교장과 교사들의 조용하고 단단한 책임 교육의 결과다. 학생과 교사가 서로를 믿는 수원공고의 ‘미래 교육’을 들여다보자.
 
현장 중심 교육의 핵심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와 ‘군특성화’ 과정

수원공업고등학교는 현장 중심 교육을 실천하는 특성화고다. 산업체가 요구하는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와 국방부 주관 군특성화 과정을 적극 운영해왔다. 

각 학과는 성격에 맞게 도제교육을 운영한다.

한마음 체육대회 

 

자동차과는 실습 위주로 진행하며 전자통신과는 공동운영을 통한 진로 다양화에 초점을 둔다. 자동차과의 경우 S등급을 연속 획득했고 전자통신과는 삼일공고, 한봄고와 함께 거점형으로 참여 중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어디에 보내느냐’보다 ‘어떻게 보내느냐’다. 대상 사업체는 안전 이력과 기업 신뢰도를 기준으로 엄격히 선별하며 졸업생의 성실한 평판이 취업 연결로도 이어진다. 

지난해 수원공고의 취업률은 41.5%였다. 실제 장기 근무로 이어지는 진성 취업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 학교는 취업 외 진로도 적극 지원한다. 공무원 준비반, 대학 진학 설계, 공기업 로드맵 등 다각도의 경로를 제시하며 학생 개개인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준비된 아이에겐 언제든 문이 열려 있어야 하죠” 오금자 교장이 말하는 교육은 단선이 아니라 다선의 길 위에 있다.
 
공무원 합격률 1위의 비결, 선생님들의 책임 교육
수원공고의 높은 성과는 선생님들의 ‘책임 교육’에서 비롯된다. 지시를 기다리는 대신 자발적으로 학생을 훈련시키고 이끌어내는 자세가 지금의 성과를 만들었다. 공무원반도 마찬가지였다. 한 교사의 “우리 아이들 공무원 준비 좀 시켜야겠습니다”라는 자발적인 제안에서 시작되어 지금은 전국 합격률 1위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서울시 및 지방직 등 공무원 시험에서만 작년에 46명이 합격했으며 초창기에는 서울시 방송통신직에서 5명 중 2명이 수원공고 출신으로 채워지기도 했다. 공무원반은 집중교육 방식으로 운영된다. 일정 수준의 수업료가 있지만 대부분은 야간에도 학생들을 자발적으로 지도하는 선생님들의 헌신으로 채워진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상위권보다도 중위권 학생들이 더 좋은 결과를 낸다는 사실이다. 오금자 교장은 “잘하는 학생은 선생님이 필요 없다”고 말한다. 선생님의 이끌림에 반응하는 학생들에게 더 큰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학생과 선생님이 추석 연휴 동안 유스호스텔에서 합숙하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믿고 의지하는 분위기 속에서 선생님들도 책임감과 보람을 느낀다. 
 
진로, 동아리, 기능경진… 체험과 참여로 완성되는 성장

진로 활동은 학생들의 인식을 바꾸는 체험과 참여로 이뤄진다. 1학년은 인문 과목으로 기초교육을, 2학년부터는 전공 및 자격증 기반의 진로 탐색을 진행하며 체계적인 로드맵을 제공한다. 토요일에는 사제동행활동으로 산책, 등산 등 다양한 야외체험을 진행하는 스마트건설정보과, 성균관유도회에서 실시하는 성년례 행사에 매년 참여하여 우리 전통문화를 배우는 건축디자인과와 더불어 군특성화 학과에서 다양한 실습 체험도 병행된다. 관악부, 축구부, 풋살 등 소규모 동아리도 활발하며 전국 대회 수상 등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학교의 축구부다. 박지성, 김민재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배출한 이력에 대한 학생들의 자부심이 크다. 최근에는 스포츠클럽 형태의 풋살 동아리도 활약 중이며 지역 대회에서 우승을 거두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보이는 중이다.

한편, 기능경진반 운영 역시 학교의 자랑이다. 열정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한 만큼 학생의 성장을 직접 목격한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기초교육이 탄탄하면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원칙 아래 단기 성과보다는 꾸준한 기반 다지기를 목표로 한다. 사제가 같이 걷고 훈련하며 쌓은 신뢰가 학생들의 변화를 이끌고 교사들에게도 교육의 보람을 느끼게 한다. 이런 일상이 쌓여 수원공고의 교육이 완성된다.
 
오금자 교장의 교육 철학: '학교다움'으로 완성하는 미래 인재

수원공업고등학교에서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쓸 만한 인재’로 평가받는 것이다. 오금자 교장은 이를 ‘학교다움’이라 표현한다. “학교를 학교답게, 학생을 학생답게” 취임 당시의 다짐은 지금도 여전히 그의 교육 철학을 지탱하는 말이다. 과거 기능경진반에서 게임개발반을 직접 운영했던 경험은 이를 상징한다. 그래픽과 프로그래밍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묶고, 서로 다른 분야의 학생이 함께 수업을 듣게 한 실험이었다. 처음에는 의아해하던 교사들도 빠르게 성장한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확신하게 됐다고 한다. 기초가 튼튼하면 성장의 속도가 달라진다는 믿음은 여기서 비롯되었다.

이 신념은 오 교장의 경력 곳곳에 배어 있다. 방학도 반납하고 자격증 준비를 지도하며 세운 규칙, 입학과 동시에 실습실에 들어가 3개의 자격증을 따야만 나갈 수 있다는 원칙은 단호하지만 분명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인문계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학생들의 태도가 바뀌었고, 졸업 전 5개 이상의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한 사례도 많았다. 오 교장은 이를 습관 형성이라 본다. 기초 훈련과 작은 성공이 아이들을 바꾼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교장을 움직이는 동력은 ‘교사’다. 변화하는 학생을 본 교사는 자기도 모르게 더 열심히 하게 된다. 그래서 강요하지 않고 변화의 현장을 직접 보게 만든다. 교사의 자발성이 곧 수원공고의 힘이며 기초교육을 기반으로 한 신산업 융합교육이 오 교장이 꿈꾸는 학교의 미래다. “요즘 아이들 중 30%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해요. 저는 그 아이들에게 최소한 ‘뭘 해야겠다’는 생각 하나는 꼭 심어주고 싶어요” 오금자 교장이 말하는 졸업장은 한 장의 종이가 아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성장과 변화, 바로 그것이 그 안에 담겨야 할 진짜 의미다.
 
수원공업고등학교는 그린스마트 사업을 시작으로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이할 예정이다. 그러나 변하지 않을 것도 있다. 바로 눈앞의 실적이 아닌, 아이 한 사람의 변화에 집중하는 교육 철학이다. 오금자 교장은 점심시간 잔디 운동장을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서 교육의 본모습을 본다. 교실 밖으로 나와 친구와 몸을 부딪치고, 다칠까 걱정되더라도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곳. 그 안전한 울타리를 지켜주기 위해 오늘도 수원공고는 아이들 곁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