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사회적 참사 유가족에 “국가의 책임 다하지 못해 사죄”

2025-07-17     손동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사회적 참사 유가족 간담회를 하며 참석 유가족들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시사뉴스피플=손동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6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사회적 참사 유가족 200여 명을 초청해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를 주제로 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간담회는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에게 국가 차원의 위로를 전하고, 정부의 책임 있는 대응 의지를 밝히기 위해 마련됐다.

간담회에는 4·16 세월호 참사, 10·29 이태원 참사, 7·15 오송 지하차도 참사, 12·29 여객기 참사 등에서 희생자를 떠나보낸 유가족들이 참석했으며, 각 부처의 추모지원단이 전국에서 유가족을 인솔해 영빈관으로 동행했다.

이날 행사에서 이 대통령은 정부를 대표해 공식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는 모두발언을 통해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을 지켜야 할 정부의 책임을 다하지 못해 많은 분이 운명을 달리했다”며, “국민을 대표해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의 말씀을 충분히 검토하고 가능한 모든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가의 부재로 인해 억울한 국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간담회는 특히 세월호, 이태원, 오송, 여객기 참사 유가족을 한자리에 초청해, 사회적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치유 의지를 동시에 드러낸 의미 있는 자리로 평가된다. 대통령실은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강희업 국토교통부 제2차관,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김성범 해양수산부 차관,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 이동옥 충청북도 행정부지사,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등이 참석해 유가족 요청에 대한 실무적 답변에 나섰다. 대통령실에서는 비서실장, 정책실장, 경청통합수석, 사회수석, 민정수석 등이 배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사회적 참사 유가족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이날 간담회는 약 2시간가량 진행됐으며, 각 참사 유가족 대표의 발언에 이어 유족들이 대통령에게 직접 전하는 자유 발언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들은 참사 이후 겪은 고통과 국가의 미흡한 대응에 대한 목소리를 전달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중에는 2024년 4월 안산에서 열린 11주기 기억식에서 당시 이재명 대선 예비후보에게 쪽지를 전달했던 한 아버지가 참석했다. 오송 참사 유가족 중에서는 딸을 잃고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유족, 어머니를 잃고 가족 전체의 삶이 무너진 유족의 사연이 소개됐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시절부터 유가족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왔으며, 지난 6월 12일 이태원 참사 현장 방문 직후 이번 간담회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서 최은경 오송 참사 유가족 협의회 대표는 “소통의 자리를 만들어줘 감사하다”며 △재난 원인 조사 및 국정조사 추진 △책임자 처벌 및 지방정부 지원 △유가족 지원 매뉴얼 법제화 △추모비 설립 △심리 회복 프로그램 시행 등을 요청했다.

송해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아이들의 이름과 꿈을 잊지 말아달라”며 △정부의 진정성 있는 조사 및 애도 △참사 관련 정보 공개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실질적 지원 등을 요구했다.

김유진 12·29 여객기 참사 유가족 2기 대표는 “고통 속에 있는 저희에게 소중한 자리를 마련해줘 감사하다”며 △특별법 개정 통한 진상규명 △항공철도조사위원회 독립 △안전 시스템 전수 점검 △트라우마 센터 설립 등 국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김종기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 자리는 단순한 위로가 아닌, 정부가 참사 유가족의 당면 과제를 확고히 해결하겠다는 약속의 자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간담회 말미에 이 대통령은 “사고 자체도 가슴 아프지만, 사고 이후 정부 당국자의 무책임한 태도가 더 큰 상처를 줬을 것”이라며 “돈보다 생명이 먼저인 안전한 사회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