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의료연구원 허대석 원장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한 시발점 될 것”
2009-01-30 김연균 기자
오는 2월 개원식을 앞두고 있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오는 2월, 보건복지가족부가 의약품, 의료기술 등에 대한 경제성 비교분석과 임상성과 비교평가를 시행하는 기관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National Evidence-Based Healthcare Collaborating Agency)이 개원식을 앞두고 있다. 초대원장에 임명된 허대석 원장(서울대병원 내과)은 보건의료연구원의 설립은 그동안 의료행위와 관련된 역학구조의 틀이 균형을 가지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첫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전통적인 관리중심의 의료정책으로 인해 실제 의료현장과 제도와의 괴리가 많았고, 의료행위와 불법 의료행위의 이분법적인 구분으로 인해 실제 의료행위이면서도 공보험적용에서 배제되어 실질적인 소비자에게 부담이 가중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의료행위의 근거도 기업의 신용등급처럼 높고 낮음이 존재한다.
보건의료연구원의 출범은 정확하고 공정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함
허대석 원장은 보건의료연구원의 설립이 그동안 의료행위를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고 제대로 균형을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하는 첫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즉,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처럼 근거가 높은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높은 등급을, 근거가 낮은 수준의 행위에 대해서는 낮은 등급으로 평가를 내리기 위한 공정하고 정확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근거가 있고 없음에 대하여 이분법적으로 판단을 내리지 않고, 의약품 허가 시에도 근거수준을 등급화시키고 있다. 이와 아울러 의료행위를 하는 의사의 전문성도 고려하고 있다. 낭비적 요인을 줄이고 의료기술도 등급화 시켜 환자의 관점에서 제도가 운영되어야 한다” 특히, 허 원장은“어떠한 의료제도가 정답인지에 대해 아직 글로벌 스탠다드는 없다”며, “한국적인 근거를 창출하고, 우리나라 현실을 반영한 평가를 하는 것이 보건의료연구원의 역할”이라고 피력했다. 현재 영국의 NICE, 프랑스의 HAS, 오바마 정부가 설립예정인CEI 등, 근거중심의료는 전 세계적인 추세다. 이 같은 근거중심의료의 당위성에 대해 허 원장은“비용에 대한 보장성 강화만을 강조해 온데서 이제는 의료의 질에 대한 보장성 확대가 중요시돼야 한다”며, “정부와 의료전문가 집단 간에 형성된 갈등구조상으로는 발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참여자들 간의 동반자적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즉, 각 집단의 입장에서 의료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 이해상충의 구조로 내버려 두면 끝없는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허 원장의 생각이다. “의료라는 제도를 통해서 공동으로 추구해야 하는 가치가 형성돼야 한다. 기술적으로 평가하는 것 이상으로 가치에 대한 화두를 형성해줘야 하는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의료행위의 근거를 마련하는 입법부의 역할
현재 국내에서 지불되는 의료비는 건강보험 급여 부분만 36조원이며, 비급여 부분·미신적 치료법 등을 더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지난 2004년부터 서울대병원 암센터의 소장 직을 맡아온 허 원장은 학계에서도 인정하는 악성림프종 명의로 정평이 나 있다. 암 치료 분야는 유난히도 신약과 신 치료제가 많다. 하지만 획기적인 치료제가 있는 반면, 헛된 꿈으로 끝나는 경우도 흔하다. 따라서 시한부 인생을 사는 환자라도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게 허 교수의 신념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각종 의료행위를 과학적으로 판단해주는 신뢰할 만한 공공기관이 없었다. 바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이 이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의료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또 다른 규제기관을 만들었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의 업무 중복 논란도 여전하다. 이에 허 원장은“심평원은 식약청 품목허가를 받은 제품에 보험급여 적정성을 심사 평가하는 기관으로 실제 진료현장의 애로를 반영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사법부에 해당하고 건강보험공단은 행정부의 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금까지 심평원에서 의료행위를 심사 평가하는데 필요한 기준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데 있다. 국내에 의료행위와 관련된 기준을 마련할 기관이 없어 심평원이 일부 기능을 확장한 것이다. 즉, 기준을 정하고 동시에 그것을 판단해 온 셈이다. 이렇듯 보험금을 직접 다루는 기관이 평가기준까지 만들다보니 이해당사자간의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객관성을 가지려면 이 두 가지 역할이 독립된 기관에서 일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말하자면 보건의료연구원은 의료행위에 대한 기준과 행위를 규정하는 입법부 역할을, 앞으로의 심평원은 이를 토대로 보험급여를 적용·감시하는 사법부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한편, 출범과 동시에 30명의 전문가로 시작하는 보건의료연구원은 올해 정부출연금 43억 5천만원을 배정받았다. 외국과 비교해 아직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 사업수행에 필요한 30명의 연구원을 더 충원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허 원장은“국내의 의료기술은 세계적인 명성이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부분에서는 미흡한 점이 많다”며,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출범은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한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자부심을 피력했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