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로 고착화된

뿌리 깊은 국회파행과 충돌의 역사

2009-02-04     장정미 기자
여야의 극한 대치와 충돌로 해를 넘기며 진행된 ‘법안전쟁’이 임시국회 종료일을 이틀 남긴 지난 1월6일 극적으로 끝났다. 이번‘법안전쟁’은 처음부터 예견된 사태였다. 한나라당이 이명박 정부의 집권 2년차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이른바 ‘MB개혁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천명한 반면 민주당은 이들 법안을 ‘MB악법’으로 규정하고 극력 저지에 나섰기 때문이다

‘법안전쟁’은 지난해 12월 18일 한나라당이 외교통상통일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일방 상정하면서 발발했다. 소화기와 해머 등이 동원되는 폭력사태로 발전한 이날 충돌 이후 민주당은 국회의장실과 정무위, 문방위, 행정안전위를 차례로 점거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강행처리를 경고하며 맞섰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중재를 시도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한 치 양보 없이 대치와 충돌을 거듭하던 여야는 ‘입법전쟁’ 개시 12일 만인 지난해 12월 29일에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민주당이 본회의장 기습점거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데다 한나라당도 의장석을 빼앗긴 마당에 대화 외에는 별다른 현실적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회 정상화의 단초는 지난 1월 1일 마련됐다. 민주당이 의장실 점거를 전격 푼 것이다. 특히 여야는 물밑 접촉을 통해 가합의안을 도출했다. 그러나 각 당 지도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협상이 결렬되자 국회사무처는 1월 3일 4차례에 걸쳐 본회의장 앞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점거농성 강제해산에 나섰다. 이 때문에 난투극을 방불케 하는 대충돌이 벌어졌고 정국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국회폭력사태 왜 발생했나
여야간 첨예한 쟁점 법안 가운데 하나인 한미 FTA비준동의안을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배경에는 지난해 12월 13일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민주당이 보여준 무기력함도 한 몫 했다. 예산안 처리과정에 보여준 야당의 무기력함과 법안 통과를 내각 입성을 위한 수순이라고 생각하는 한나라당 지도부는 야당과의 대화를 통해 현안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보다는 쟁점 법안을 일방적이라도 처리하겠다는 수단을 선택했다. 예산안에 이어 한나라당이 한미FTA비준 동의안을 단독으로 처리하자 민주당은 상임위회의실 점거로 대응했다. 12월 19일 오전 민주당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정무위원회, 그리고 국회의장실을 점거한데 이어 20일에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까지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서 회의실과 의장실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법안을 여당이 단독으로 처리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을 내놓은 것이다. 회의실 점거라는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에 한나라당은 대화를 제안했으나 민주당은 대화를 거부했다. 예산안에 이어 한미 FTA비준동의안까지 ‘뒤통수’를 맞은 민주당으로서는 한나라당의 대화제안의 진실성을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야 간 대화가 단절되면서 김형오 국회의장은 12월 23일 직권중재 카드를 꺼내 들었다. 표면적으로는 여야간 대화재개였으나 김 의장은 ‘대화 하겠다는 정당만 참여 시키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은 김 의장의 직권중재안에 대해 의장의 ‘직권상정’ 수순이라고 판단하고, 12월 26일 오전에는 국회 본회의장마저 점거에 들어갔다. 상임위 회의실 점거에 이어 본회의장 마저 점거라는 초강수로 대응했다. 민주당의 직권상정 거부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응은 직권상정 강행이었다. 한나라당은 12월 28일 85개 중점법안을 선정한 뒤,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대립을 계속하던 여야가 첫 협상에 나선 것은 사태가 터진 지 12일이 지난 12월 29일이었다. 민주당은 29일 자유선진당과 긴급오찬회동을 갖고 ‘국회정상화 방안’ 합의문을 작성했다. 합의문은 임시국회 회기 내에 여야간 합의 가능한 법안만 처리하고, 쟁점 법안에 대해서는 여야간의 논의와 국민여론 수렴 등을 거쳐 합의 처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논의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쟁점 법안은 추후에 처리하고 민생에 시급한 법안부터 빨리 처리해 국회를 속히 정상화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내렸다. 합의문을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진과창조의모임 등 3개 원내교섭단체 대표회동이 두 차례 열렸지만 한나라당이 ‘민주, 선진 합의문’을 거부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여야 협상은 다음날인 30일 다시 열렸고 한나라당은 ‘2월 협의 처리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시한을 못 박거나 합의처리가 아닌 협의처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나라당의 제안을 거부했다. 협상이 결렬되자 한나라당은 김 의장에게‘질서유지권’발동을 요구했다.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을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본회의장에서 직권상정하기 위해서는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의 농성을 강제로라도 해제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협상 결렬 직후인 12월 30일 저녁 8시께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음날인 31일 김 의장은 사태 해결을 위해 여야 긴급 9인 회의를 제안했으나 무산됐다. 이후 여야는 당 대표별 개별 회동을 가졌으나 서로간의 이견만 확인한 채 새해를 맞게 됐다. 민주당이 새해 첫날 전격적으로 의장실 점거를 풀면서 협상의 물꼬가 트이는 듯했다. 여야 협상 대표 간 쟁점 법안에 대해 이른바 ‘가(假)합의안’도 마련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2일 여야 원내대표 회담은 결렬됐다. 국회 사무처는 1월 3일 4차례에 걸쳐 경위, 방호원 100여명을 국회 본회의장에 투입해 농성중인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강제해산을 시도했다. ‘본청 내 경찰투입설’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파국으로 치닫던 국회는 4일 김형오 국회의장이 “1월 8일까지 직권상정이 없을 것”이라며 직권상정 불가를 선언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직권상정 포기 시 국회 정상화”라는 발언을 했고 민주당은 국회 본청 앞 중앙홀에서의 농성을 해제했다. 5일 여야는 창조와 선진 문국현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원내교섭단체 대표회의를 국회의장실에서 열고 5시간이 넘는 마라톤 협상을 가졌으나 협상은 결렬됐다. 이 과정에서 비교섭단체인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가 국회의장실의 문을 발로 걷어차며 3당 협상을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민노당이 이날 오후 8시 본회의장 정문에 걸린 ‘MB악법 협상은 없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거는 과정에서 경위들과 무력 충돌이 벌어졌었다. 강 대표와 이정희 의원 등이 현수막을 놓지 않으려고 매달려 본청 2층 문 앞까지 경위들과 대립하면서 강 대표의 손가락이 부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를 항의하기 위해 강 대표는 국회 사무총장실에 찾아가 사무총장 테이블을 치며 강하게 항의를 표했고, 국회 의장실에 올라가 문을 발로 걷어차며 3당 협상을 비판했다. 강 대표의 사무총장실 사태에 대해 국회 사무처는 6일 강 대표를 폭력행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국회의장실과 사무총장실의 폭력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6일 핵심 쟁점법안 25개의 처리는 이후로 미루고 95개 민생법안 처리를 촉구하며 국회 본회의장에서의 농성을 해제했다.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장 점거를 해제하는 만큼 청와대와 한나라당 또한 결단을 내리라고 압박을 가한 것이다. 의장이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 시급한 민생법안의 처리를 더 이상 늦추기도 곤란하며 국회 파행 사태가 지속될 경우 여론 또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장에서의 농성을 해제한 이후 여야는 곧바로 최종 협상을 가졌고 이날 협상은 극적으로 타결됐다. 여야 원내대표는 쟁점 법안 처리 방안 등 10개항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3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8시께 10개항의 합의문에 사인하면서 20일간의 국회 파행은 일단락을 지게 됐다. 여야는 최대쟁점이었던 미디어관련 8개법의 경우 언론중재법과 전파법은 임시국회가 끝나는 8일까지 협의처리하고 나머지 6개 법안은 빠른 시일 내에 합의 처리키로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매 국회마다 되풀이되는 폭력사태, 불법점거
폭력사태, 불법점거로 인한 국회파행과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오히려 지난 수십년간 반복될 정도로 뿌리가 깊다. 민심이반이라는 역풍을 맞아도 매 국회마다 되풀이 돼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문제로 고착화됐다. 거슬러 올라가면 제1공화국부터 국회의 폭력사태가 시작됐다. 1958년 12월24일 집권 자유당은 야당인 민주당과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자 강력한 언론제한을 골자로 하는 신국가보안법을 경호권까지 발동해 강행 통과시켰다. 자유당은 농성중인 야당의원들을 무술경위를 동원해 강제로 끌어낸 뒤 법을 통과시켰다. 1966년 9월22일에는 재벌 밀수사건에 관한 대정부 질의가 진행 중이던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두한 당시 의원이 국무위원석에 오물을 던진 ‘국회 오물투척사건’이 있었다. 이로 인해 김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잃고 국회의장모욕,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해머와 ‘빠루’는 국회 대치상황에서 문을 부수고 진입할 때 흔히 등장해 왔다. 한나라당은 1998년 12월30일 국회 529호실이 ‘정치사찰을 위한 안기부 분실’이라며 해머로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노무현 정부’는 다른 어느 정부보다 국회에서 여야 대립이 극심한 양상을 보였다. 2004년 3월12일 박관용 국회의장은 경호권을 발동한 가운데 국회 본회의를 열어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무기명 비밀투표로 가결시켰다. 2004년 12월9일 여야가 국가보안법 폐지안 재상정을 둘러싼 대치를 했다. 한나라당이 법사위를 점거한 상태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회의실 진입을 시도하며 막말을 주고받고 극렬한 몸싸움을 했다. 2008년 12월에는 한나라당이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에 대한 여권의 ‘BBK 특별검사법안’통과 저지를 위해 본회의장을 쇠사슬로 봉쇄하자, 여당은 전기톱으로 쇠사슬을 잘라내고 진입했다.

美 폭력의원은 특별선거로 정치생명 끝나
미국 의회에서는 한국 국회 같은 폭력사태가 발붙일 곳이 없다. 우선 정당 구조자체가 당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의원들을 행동대원처럼 동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며 하원 의사규칙과 공공건물 관리 등에 관한 법률 등으로 의사당내에서의 폭력행위를 엄벌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2년마다 치러지는 선거, 그리고 주민들의 특별청원에 따라 치러질 수 있는 특별선거의 압력때문에 의원답지 않은 폭력행위를 저지른 의원은 정치생명은 끝난다. 의원들로서는 법적인 규제보다 유권자들의 엄격한 심판이 가장 두려운 셈이다.
◆본회의장 출입제한, 회의 중 인신공격 금지 = 우선 미국 의회는 하원 의사규칙과 공공건물 관리등에 관한 법규정(40 USC Sec. 5104)등에 따라 의사당 내에 출입할 수있는 사람의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처럼 당직자들이 의사당 폭력사태에 끼어들 수가 없다. 즉 본회의장에는 의원보좌관의 경우도 사전에 의장에게 통보한 경우에만 출입할 수 있다. 또한 의장은 소란행위·무질서에 대해 제재하도록 하고 있다. 의사규칙은 또한 안건을 상정하거나 발언을 하는 도중에 본회의장 내에서 의원이 걸어다니거나 복도를 지나갈 수 없도록 규정해놓고 있다. 의원들이 안건심의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또한 본회의장 사용목적을 입법활동, 의원총회를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회의장 점거 등을 방지하고 있다. 의원들도 본회의 개의 15분 이전, 산회후 10분 이후에는 본회의장에 들어갈 수 없다. 의사규칙 17조에서는 의원들이 갖춰야 할 예절도 규정하고 있다. 즉 발언은 토론의제에 한정되어야 하고 인신모욕 발언은 피해야 한다. 만약 의원이 이런 예절을 어긴 경우 의장의 주의를 받으며 해당의원은 즉각 자리에 앉아야 한다. 한국계로서 유일했던 김창준 전 연방하원의원은 “의원의 발언이 수위를 넘었을 경우 다른 의원이 주의를 요청할 수 있으며 문제되는 발언내용을 속기록에서 삭제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장의 주의판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 토론없이 곧장 표결이 이뤄지며 결과 ‘주의’ 조치 찬성표가 많으면 해당의원은 발언을 중단 당한다. 또한 퇴장, 1개월간 출석금지, 윤리위 회보 등의 중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
◆양당대립 vs 초당파 노력 = 미 의회에서도 여야간 대립은 흔하다. 하지만 최종결과는 철저히 표결에 의해 결정된다. 상임위원장도 한국처럼 여야 배분이 아니라 다수당이 모두 차지한다. 다수당이 독주하면 소수당은 막을 방법이 없다.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무역촉진권한(TPA)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간에 갈등이 있었지만 다수당인 공화당은 민주당의 의견을 무시했다. 당시 하원 세입위 빌 토머스(공화) 위원장은 TPA법안에 노동·환경 보호조항이 미흡하다며 반발했다. 당시 민주당 간사였던 찰스 랭글(현재 세입위원장) 의원은 토머스 위원장실을 찾아 막판 호소를 하려고 했지만 토머스 위원장은 만나주지 않았다. 두시간여 동안의 면담요청 ‘농성’에도 외면당한 랭글 의원 등은 “이제 통상에서 양당 협력은 끝났다”고 격분하며 위원장실을 나섰다. 이처럼 미국에서도 양당 협력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미국의 정치원로들인 조지 미첼·하워드 베이커·톰 대슐·밥 돌 전 상원의원들은 ‘초당파정치센터(BPC)’를 설립해 21세기 미국의 핵심국가의제에 관한 초당파적인 입법운동을 장려하고 있다.

英에선 불명예 호명 제재, 수당 지급 중지도
의회 민주주의의 본산인 영국과 프랑스 등 선진국 의회에서는 회의장 안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회의장에서 공격적이나 모욕적인 언행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고 회의장 질서를 방해했을 경우 등원 정지, 세비 삭감 등의 실질적인 징계를 통해 의회 질서와 품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영국정부가 이라크전에 개입했을 당시 국회의사당 밖에서는 연일 대규모 반전시위가 벌어졌지만, 의회 내에서는 의원들이 찬반 토론을 치열하게 벌였을 뿐 일체의 폭력적 언행은 일어나지 않았다.
◆영국, 불명예스러운 호명 제재 = 영국 의사규칙에 명시된 ‘하원의 질서’에 따르면 의장이나 위원장은 현저하게 질서를 어지럽히는 의원에게 즉시 퇴장을 명령한다. 퇴장 명령을 거부하는 의원에게 의장은 의원의 이름을 부르는 호명 제재를 할 수 있는데, 이때 하원은 즉시 그 의원에 대한 직무정지 동의안을 상정하여 토론 없이 표결에 부친다. 명예를 중시하는 영국 의회에서 호명 제재는 가장 불명예스러운 것 중 하나다.
◆프랑스, 징계유형별 세분화 = 프랑스의 질서 위반 행위에 대한 규제는 매우 강력하다. 특히 의원 징계를 심사하는 본 회의에서 심각한 폭력행위가 발생할 경우, 의장은 즉시 검찰총장에게 제소할 수 있다. 위반 행위 강도에 따라 징계도 차등화된다. 가장 약한 ‘의장에 의한 주의’부터, 회의록에 기재되는 주의, 단순한 견책, 그리고 가장 강도가 높은 임시 등원정지를 수반하는 견책 등 4가지가 있다. 의원이 질서를 문란하게 할 때에는 의장으로부터 주의를 받는다. 의원을 모욕, 선동 또는 위협한 의원은 주의를 받고, 또한 그 내용이 회의록에 기록된다. 의회에서 소란을 일으키면 견책 제재를 받는다. ▲견책을 묵살하거나 두 번 견책당한 경우 ▲공개회의에서 폭력을 행사한 경우 ▲의회나 의장을 모욕한 경우 등은 일정기간 의사당 내 등원이 금지된다. 견책과 임시 등원 정지는 각각 1개월, 2개월 동안 의원 수당의 2분의 1만 지급된다. 국회 폭력을 제재하는 규정도 명시돼 있다. 프랑스 국민의회 의사규칙 제 74조에 따르면, 동료 의원에게 폭력을 행사할 경우 의장의 제의에 따라 의장단 회의에서 해당 의원에 대해 견책 및 임시 등원정지의 징계를 결정할 수 있다. 징계를 통보받은 의원은 경위에 의해 인도되어 의사당 정문에서 밖으로 내보내지는 수치를 감수해야 한다.
◆일본, 징벌위원회 설치=일본은 의장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즉 모든 질서에 관한 문제는 의장이 결정한다. 의장의 제지 또는 발언 취소를 따르지 않은 의원에 대해 의장은 징벌위원회에 심사를 의뢰할 수 있다. 또 모든 발언은 단상에서만 할 수 있도록 해 개별 의석에서 함부로 발언함으로써 다른 의원의 연설을 방해하거나 회의장을 소란케 하는 행위를 금지해 의회 민주주의 기본에 충실하도록 경고하고 있다.

국회 파행 차단책 추진, 실효성은 미지수
국회는 본회의장이나 상임위원회 회의장의 출입구에 디지털 카드키 설치를 검토하는 등 점거농성에 따른 국회파행 차단책을 추진 중이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지난 1월 18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본회의장과 주요 상임위 회의장 출입구에 카드키 장치를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2월 임시국회에 대비해 조만간 도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카드키 설치의 필요성은 지난해 12월 말 민주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점거 직후 처음으로 제기, 지난 1월 16일 카드키 업체 직원들이 국회를 다녀가는 등 설치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처 관계자에 따르면 카드키는 기존 금속열쇠보다 복제가 훨씬 어렵고 출입자의 신원, 사용시간 등 정보를 파악할 수 있어 회의장에 몰래 잠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카드키 도입이 확정될 경우 사무처 직원들이 미리 본회의장에 들어간 뒤 회의장 안에서 문을 열어 의원들이 입장하도록 하는 방식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사무처는 만일 카드키 도입이 무산될 경우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출입이 가능한 전자키를 설치하거나 기존의 금속성 잠금장치의 보안성을 한층 높이는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잠금장치가 대폭 강화되고 지난 달 국회가 추진의사를 밝힌 폐쇄회로 TV(CCTV) 설치까지 완료되면 본회의장 및 상임위 회의장은 철통보안이 이뤄지는 ‘요새’로 사실상 탈바꿈하게 된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실무자들이 외부에서 본회의장 및 상임위 회의장을 점거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도록 하는 다양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며 “2월 국회부터 점거농성은 원천적으로 봉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국회 폭력사태를 두고 여야는 각각 ‘국회폭력방지법’과 ‘필리버스터제도’의 도입을 주장하며 상대방에 국회파행 책임을 떠넘기고 방송법 등 쟁점법안이 논의될 2월 임시국회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자 이 제도들을 통과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학계에선 두 제도 모두 회의적인 시각인 데다 각 당 내부에서조차 이견이 나오고 있는 상태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국회폭력방지법에 대해 “소수의견을 사전에 차단하고 처벌만을 강화하는 투박한 구조”라고 지적하며 “이런 법안을 도입하기 보다는 미국의 사례를 본받아 자문위원회 등을 두어 윤리규정부터 명문화 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아울러 민주당이 추진 중인 필리버스터에 대해서는 “소수파에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검토의 여지는 있다”면서도 “다만 비의회적인 폭언과 장시간 발언권을 가지면서 남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2차 입법전쟁이 예고되고 있는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는 미디어관련법과 한미FTA비준동의안 등 주요 쟁점법안 이외에도 ‘인사청문회’‘국회 폭력방지법’등 여야가 첨예하게 맞설 민감한 현안이 추가되면서 한층 격렬한 ‘여야 대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