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홍규 교수가 만난 사람]참치 한 점에 담긴 예술과 예의, 박성현 지배인의 ‘진심’을 읽다

“음식의 맛은 혀끝에서 시작되지만, 그 기억은 사람의 배려에서 완성됩니다.”

2026-02-05     차홍규 편집위원

 풍경 하나: 1979년의 기억과 2026년의 환대

유마와 위트가 가득한 박성현 지배인 (사진 우측) 대화 내내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시사뉴스피플=차홍규 편집위원] 서울 광화문의 상징인 코리아나 호텔 3. 계단을 오르다 보면 묘한 긴장감과 설렘이 교차한다. 2층의 이국적인 브런치 카페를 지나 3층에 다다르면, 우리 미식사의 한 페이지를 목격하게 된다. 입구에서 식객을 맞이하는 것은 1979년 제주 우도에서 낚아 올린 거대한 참치 탁본이다.

언론인 방우영 회장이 낚아 올렸다는 이 기록은 40여 년의 세월을 건너 미식의 정통성을 대변한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그 탁본 아래로, 그보다 더 선명하고 절도 있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어서 오십시오!” 박성현 지배인을 필두로 한 직원들의 일제 정중한 '폴더 인사'는 이곳이 예사로운 식당이 아님을, 호텔 직영 이상의 격조를 지향하고 있음을 단번에 알린다.

미술을 전공하고 평생을 예술과 교육에 몸담아온 필자에게 이곳은 단순한 식당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유성호 칼럼니스트가 미식포럼의 첫 페이지로 이곳을 선택하며 손님을 존중하는 마음이 전해지는 접객이라 평했던 이유도 아마 필자가 느낀 이 격조 있는 환대때문이었으리라.

■ 인터뷰: 박성현 지배인, 미식의 문턱을 예술로 바꾸다

 입구에 들어서면  진심어린 마음으로 손님을 대함에 우선 기분부터 상쾌하여진다.

Q1. 입구에 적힌 예약을 하지 않으셨으면 되돌아가셔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무척 단호합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100% 예약제를 고집하시는 특별한 철학이 있으신지요?

박성현 지배인: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그 문구가 조금 차갑고 콧대 높게 느껴지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웃음) 하지만 이는 오시는 분들께 최상의 순간을 드리기 위한 저희만의 배수진입니다. 참치는 해동과 숙성의 미학입니다. 예약 손님을 위해 가장 맛있는 온도를 맞추고, 그분에 맞는 방을 정갈하게 닦아놓는 기다림의 과정이죠.

적정한 수급과 정직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준비된 손님'만을 맞이하는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정성이 부족한 채로 손님을 맞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은 고집스럽게 이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예약은 손님과 저희가 맺는 첫 번째 신뢰의 계약인 셈입니다.”

Q2. 100% 참다랑어만 취급하신다는 점과 노팁(No Tip)’ 원칙도 업계에서는 이례적입니다. 지배인님께서 생각하시는 진정한 접객이란 무엇인가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예쁜 마음으로 고객을 대하는 박성현 지배인

박성현 지배인: “저희는 1~2등급 참다랑어의 뱃살과 특수부위만을 고집합니다. 흔한 황새치는 저희 주방 문턱을 넘지 못하죠. 하지만 재료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저희가 봉사료를 일절 받지 않는 이유는 친절이 결코 거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손님의 눈빛만 봐도 무엇이 필요한지 읽어내고, 때로는 아재개그 섞인 다정한 대화로 분위기를 녹이는 것, 그것이 제 업()입니다. 저는 이 공간이 비즈니스의 성공을 돕고 가족의 화목을 다지는 따뜻한 사랑방이 되기를 바랍니다. 180억 매출의 비결요? 글쎄요, 아마도 매 순간 손님의 마음을 먼저 살피려 했던 저희 직원들의 '진심'이 아니었을까요.”

Q3. 예술가인 필자의 눈에도 지배인님의 움직임과 플레이팅은 하나의 작품 같습니다. 특히 손님들 사이에서 다정함의 끝판왕이라 불리시는데 비결이 있나요?

박성현 지배인: “과찬이십니다. 저는 그저 손님 한 분 한 분이 이 방 안에서만큼은 세상의 주인공이 된 기분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방마다 비치된 전용 냉장고는 손님들의 대화가 흐름을 깨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고, 참치를 무쌈채 위에 올린 플레이팅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예술적 고집이죠. 간혹 서비스가 과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만큼 저희가 손님을 존중하고 있다는 마음이 전달된 것이라 믿고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식의 발견: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붉은 보석의 향연

아늑한 장소와 음식을 예술로 승화시킨  이곳은 사람이 맛보다 깊은곳이다

인터뷰 중 마주한 참치 접시는 마치 정교하게 배치된 오브제 같았다. 흑임자죽으로 속을 달래고 나면, 붉은 빛깔이 영롱한 참다랑어 뱃살이 등장한다.

본질에 집중한 : 흔한 황새치 없이 오직 참다랑어(오도로, 쥬도로, 아카미 등)로만 채워진 구성은 묵직한 신뢰를 준다. 입안에서 퍼지는 고소한 풍미는 왜 이곳이 참치 마니아의 성지로 불리는지 알게 한다. 리필되는 참치조차 첫 접시의 품격을 잃지 않는 점이 놀랍다.

배려가 돋보이는 구성: 메로구이, 주꾸미볶음, 장어구이, 튀김 등 풍성한 곁들임 음식은 주연을 완벽하게 받쳐준다. 특히 같은 층 중식당 대상해와 연계하여 참치를 못 먹는 손님을 배려하는 운영의 묘는 미식의 지평을 넓혀준다.

공간의 미학: 모든 좌석이 프라이빗 룸으로 되어 있어 타인의 방해 없이 깊은 대화에 집중할 수 있다. 소주 한 병의 가격이 다소 높게 느껴질 수 있으나, 3시간 무료 주차와 팁이 없는 쾌적한 환경, 그리고 박 지배인의 하이엔드서비스를 생각하면 충분히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에필로그: 다시 찾고 싶은 그곳, 사람이 맛보다 깊다

인터뷰를 마치며 박성현 지배인이 건넨 마지막 인사는 여전히 따뜻했다. 70 평생 수많은 인연을 맺어온 필자에게도 그의 접객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예술이 캔버스 너머의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라면, 박 지배인의 서비스는 식탁 너머의 사람과 소통하는 또 다른 형태의 예술이었다.

광화문의 복잡한 일상을 뒤로하고, 정중한 예우와 함께 진짜 참다랑어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코리아나 VIP 참치의 문을 두드려 보시라. , 잊지 마시라. 당신을 위해 정성을 다할 시간을 미리 선물하는 예약이라는 작은 배려를. 그 기다림 끝에는 박성현 지배인의 환한 미소와 잊지 못할 미식의 순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진행 장소: 서울 중구 세종대로 135 코리아나호텔 3VIP 참치핵심]

[필자 -차홍규 교수의 미식 노트]

전 북경 칭화대 미대 교수 정년퇴임

현 한중미술협회장, 라오닝성 선양시 인민대외우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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