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 판정 공무원 5년간 300명
이슈분석 - 공무원 과로사의 업무상 재해인정범위
“직무 스트레스의 적절한 관리가 중요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공무상 과로사로 판정해 유족보상금을 지급한 인원은 총 301명으로 집계됐다. 이를 연도별로 보면 2004년 93명, 2005년 80명, 2006년 55명, 2007년 41명, 2008년 32명이다. 이는 지난 5년간 근무 중 교통사고를 비롯한 각종 사고나 공무로 인해 발생한 질병 등으로 숨진 공무상 사망자(727명)의 41.4%에 달하는 것이다. 공무상 사망자 가운데 과로로 숨진 공무원은 2005년의 경우 164명중 80명, 2006년에는 111명중 55명으로, 전체 공무상 사망자의 절반 정도에 달했다.
과로사는 과로나 스트레스로 사망 또는 중증 장애를 발생시키거나, 과로나 스트레스가 기존 질병을 악화시켜 사망 또는 장애 상태에 이르게 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의학적 용어나 법률적 용어는 아니지만, 과로가 사망의 일부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 추측될 때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과중한 노동이 요인이 되어 고혈압과 동맥경화를 악화시키고, 뇌출혈, 지주막하 출혈, 뇌경색 등의 뇌혈관 질환과 심근경색 등의 허혈성 질환, 급성 심장마비 등을 유발해 영구적인 노동 불능이나 사망에 이른 상태 ▶비생리적인 노동과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노동자의 정상적인 노동리듬이나 생활리듬이 붕괴되어, 생체 내에서 피로축적이 진행, 과로 상태로 이행하여 기존의 고혈압이나 동맥경화가 악화되고, 파탄을 겪게 되는 치명적인 상태 ▶격무, 과로, 스트레스 등으로 건강이 악화되거나 기존 질병이 심각한 상태로 진행되어, 사망 또는 신체의 일부가 마비되는 등 장애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1980년대 일본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kharosi(과로사의 일본어)가 국제적 용어로 통용될 정도로 일본의 과중한 노동은 유명하다. 한국에서도 1990년 처음 과로사라는 용어가 등장한 이후, 과로사를 인정하는 판례가 나오기 시작해 2000년~2005년까지 매년 90여명의 공무원이 과로사한다는 통계가 보고될 정도로 과로사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행안부 관계자는“최근 몇 년간 공무상 과로로 숨진 공무원 수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숫자인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과로사 발생 즉시, 전문가와 상의하여 증거 확보
현대 산업구조의 고도화에 따른 ▲업무상 긴장과 스트레스의 증가 ▲경쟁적인 사회구조 ▲목표달성을 위한 업무의 과중 ▲긴장과 스트레스의 연속 ▲장시간 근로 등에 의한 피로의 누적 등이 모두 과로사를 촉발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망의 원인은 주로 뇌혈관계 질환, 심장 질환, 간 질환의 악화로 인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과로사를 유발하는 과로의 정도를 개량적으로 측정할 수도 없고, 동일한 과로를 한 경우 동일한 질병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로사의 원인에 대한 천편일률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과로당시의 △기초체력 △건강상태 △연령 △주변 환경 △과로기간 △식습관 △기존질환의 유무 등 개인적인 여건과 과로 후 휴식의 유무 등이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과로에 영향을 미쳐 과로사가 발생하는 것이므로, 개개인별로 질병발생 경위를 구체적으로 살펴 파악해야 한다. 실제 과로사가 발생한 경우, 과로사를 당한 본인 또는 유족은 보상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업무로 인하여 과로사가 발생하였음’을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망과 과로와의 인과관계는 그리 쉽게 성립되지 않는다. 과로가 직접적인 사망원인이 되는 경우가 별로 없고, 사망한 당사자가 고혈압이나 동맥경화와 같은 기초적 병태를 보유하고 있다가 업무상의 과로를 비롯한 발병인자로 인하여, 뇌혈관 질환이나 허혈성 심장질환 등으로 발전, 사망한 경우와 같이 다른 원인들이 복합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로사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과로사 발생 즉시, 전문가와 상의하여 증거를 확보하는 등의 신속하고 치밀한 대응이 요구된다. 이때, 과로사의 업무 기인성이 인정된다면 일반근로자의 경우 산재보험, 공무원의 경우 공무원연금, 사립학교 교직원의 경우 사립학교교원연금, 군인인 경우 군인연금, 어선원의 경우 어선원보험으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근로자가 과로사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업무상 재해’로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업무상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 질병, 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말한다고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공무원, 사립학교 교직원, 군인, 어선원이 해당 연금이나 보험으로부터 재해보상을 받게 되는 기준도 유사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법)은 시행규칙으로 과로성 질환 중 뇌혈관질환과 심장질환의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에 대해서만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을 뿐인데, 행정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은 이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여 과로사의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한다. 법원은 이 기준을 재판의 기준으로 삼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과로사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범위가 더 넓다. 법원에서 과로사에 대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기준이 무엇인지는 법원의 판결들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과로와 업무 스트레스로 간질환이 악화됐다면
밤늦게까지 야근을 하거나 부서에 따라 휴일에 관계없이 비상근무까지 해야 하는 공무원에게는 과로사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이 공무상 재해를 당한 경우, 공무원 연금법에 의해 재해보상을 받게 된다. 공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공무원연금급여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되는데 공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경우,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지급하는 재해보상 급여 외에 국가유공자로도 등록될 수 있으므로, 공무상 재해로 인정을 받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재직 중 사망한 공무원에 대해 심의를 벌여, 과로사를 포함해 공무상 사망자로 인정되면 일반 질병 등으로 숨진 공무원과 달리 연금 외에 보수월액의 36배에 해당하는 유족 보상금을 별도로 지급하고 있다. 이때, 공무원이 과로사로 인한 질병 악화를 증명하려면, 이를 증명하는 검사나 치료 근거 자료가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07년, 과로와 업무 스트레스로 간질환이 악화됐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당 판결은 그동안 과로․스트레스와 간질환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던 대법원의 판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상준)는 외교관으로 근무하다 간암으로 사망한 김모씨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 부지급 결정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인체의 면역체계가 약화되고 면역기능이 저하되면, 바이러스 부하(viral load)가 급격히 증가해 간 경변 및 간암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의학적 소견에 비춰 볼 때, 업무 수행 과정에서 누적된 과로와 스트레스가 간염을 자연적인 진행 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시켜 간암을 유발,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한“계속되는 초과근무 및 수면부족으로 인해 육체피로가 누적된 점, 긴장감과 심리적 압박감 등으로 장기간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김씨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정신적인 여유만이 과로사를 막는 길
공무원의 과로사에 대한 보상기준이 대폭 완화된다. 현행법상 과로로 인해 질병을 얻거나 사망했어도 음주나 흡연경험이 있으면 개인의‘중대한 과실’로 인정돼 보상금의 50%만 지급되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100% 재해보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무원연금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지난해 9월 밝혔다. 현재 공무원이 과로 때문에 요양·퇴직·사망하는 경우, 요양비나 장해연금·유족보상금 같은 재해보상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는 고의로 질병·부상·재해 등을 일으킨 경우, 급여지급을 제한하기 위해 개인의 중과실 책임을 묻도록 했다. 시행규칙 15조(중과실 적용)에 따르면 공무상 재해보상급여 제한사유로‘공무수행에 따른 과로와 부주의한 음식물 섭취·개선이 필요한 생활습관이 경합해 질병이 발생 또는 악화한 경우’가 명시돼 있다. 따라서 그동안은 음주나 흡연 경험이 있으면 중과실 조항이 적용돼 보상금의 절반만 지급된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입법예고안에서 이 조항을 삭제했다.“술을 먹거나 담배 피우는 것을 중과실로 볼 수 없다는 법원판결에 맞춰 개정하는 것”이라고 밝힌 행안부 관계자는“그러나 의사의 지시 등을 어기고 술이나 담배를 계속하다가 질병이 발생한 경우는 앞으로도 중과실 조항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 직장에서의 과중한 업무와 성공을 위한 치열한 경쟁, 복잡한 인간관계, 그 속에서 발생되는 과로 및 정신적 스트레스는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2000년 7월 개정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 제39조는 뇌실질내 출혈, 지주막하 출혈, 뇌경색, 고혈압성 뇌증, 협심증, 심근경색증, 해리성 대동맥류 등 7가지 질환에 대한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이 마련됐으며, 2001년 4월에는 과로, 스트레스로 인한 발병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라도 다른 발병원인을 근로복지공단이 입증하지 못하면 업무상 질병으로 봐야한다는 법원의 판결도 있었다. 이에 따라 과로사의 인정범위가 매우 넓어지게 됐으며, 이런 질환으로 산재를 신청하는 사례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2000년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한 건수는 1277건이었던데 비해 2004년은 3298건으로 무려 2.6배나 증가했다. 과로의 기준은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돼 있어 질병을 가진 근로자의 경우 일반 근로자보다 과로의 기준이 낮게 적용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최근에는 법으로 규정된 7가지 질병 외에도 B형 간염 환자에서 생긴 간암, 만성 폐질환, 경추 협착증, 전신성 홍반성 낭창, 변비에 의한 장폐색 등의 질병 뿐 아니라 자살까지도 당해 근로자의 과로 및 업무상 스트레스가 인정되면 업무상 질병으로 판결, 보상되고 있다. 이에 중앙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이광제 교수는“정신적인 여유만이 과로사를 막는 길”이라며“만성 질환의 조기 진단 및 치료와 금연, 금주,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체중조절 등 생활습관의 조절로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한 만큼, 바쁜 생활 속에서도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개개인의 노력과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도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는 정신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과로사를 예방하기 위한 고용주 및 선임자, 직장 보건 담당자들의 세심한 배려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의료인들의 연구와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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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과로사 인정사례]
#. 사례 1.
직 업 : 공무원 (서울시공무원) / 사인&상병 : 신장질환 (만성신부전증)
사건번호 : 서울고법 94 구 2321 / 판결일자 : 1994. 12. 20.
판결 포인트 : 사구체신염의 기존증이 있던 구청 직원이 감사실 업무가 폭주하여, 혈압이 상승되자 혈압약을 투약하던 중 다시 동정계로 전보, 국회의원선거 업무 등을 맡게 되어 대통령․국회의원 선거기간 동안 월평균 137시간의 초과근로를 하다 발병한 만성신부전증은 공무상 질병이다.
#. 사례 2.
직 업 : 공무원 (동사무소 행정직) / 사인&상병 : 심장질환 (급사)
사건번호 : 서울고법 93 구 1840 / 판결일자 : 1993. 6. 24.
판결 포인트 : 동사무소 직원이 사망 전 42일간, 지가조사와 국회의원 선거전 주민등록 정리업무로 특근하고, 사망 전 3일간은 철야, 2일간은 자정 무렵에나 퇴근하는 등 과로하다 취침 중 급사(부검결과 심관상동맥 경화 및 협착 소견)한 것은 업무상 재해이다.
#. 사례 3.
직 업 : 공무원 (기능직 공무원) / 사인&상병 : 뇌질환 (동맥경화증, 뇌졸중)
사건번호 : 서울고법 94 구 38061 / 판결일자 : 1995. 11. 29.
판결 포인트 : 고혈압이 발생한 기능직공무원이 장기간의 과로로 급속히 악화되다가 설 연휴 전, 평소보다 2배 많은 시설점검 및 전기 개보수공사로 과로하다 설날휴가 2일째 되는 날, 외출하여 귀가하다가 쓰러져 사망한 것은 공무상 재해이다.
#. 사례 4.
직 업 : 공무원 (대사관 문화홍보관) / 사인&상병 : 우울증 (우울증(자살))
사건번호 : 서울행법 2002 구합 24659 / 판결일자 : 2002. 11. 14.
판결 포인트 : 업무 외의 다른 심리적 부담이 없었고, 파견근무 직전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이 발병한 상태에서 프랑스로 파견 나가 현지적응 및 과중한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악화되어 자살한 것으로 인정된다.
#. 사례 5.
직 업 : 공무원 (문화관광부 기획관리실 공무원) / 사인&상병 : 심장질환 (대동맥 박리)
사건번호 : 서울행법 2004 구합 19453 / 판결일자 : 2005. 4. 19.
판결 포인트 : 고혈압 등 기존질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여 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되었고, 이로 인한 고혈압이 악화되어 대동맥 박리 증세를 일으켜 그 후유증으로 사망한 것은 공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 자료 제공 : 한울노동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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